일본 미술사를 모르는 저도 위 그림은 본 적 있습니다.
주인공 오에이의 아버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대표작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神奈川沖浪裏).
그리고 주인공 오에이의 대표작 격자 앞 그림(吉原格子先図).
화가 아버지와 화가 딸의 일상은 그리고 버리고 그러다 쓰레기가 쌓이면
이사를 가버리는 것.[....;;;; 히익, 민폐;;;]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린 강아지가 점점 자라나는 모습이 잔재미를 줍니다.
밖의 노란 옷은 아버지의 제자로 이름은 기억이 안 납니다.
"백일홍[배롱나무 꽃]이 피었네. 어수선하게 지고 화끈하게 피는건가? 긴 축제가 시작된 거네."
오에이의 딸이 아니라 여동생이었던 오나오.
저 배롱나무꽃과 함께 동백꽃이 아예 메타포이자 복선이었을 줄이야.....
앞을 못 보고 허약해서 절에 자주 요양을 가는 아이라 언니가 이제 집에 있으니 머리 길러서 예쁘게
빗자란 말에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기장 위에 뭔가 있어..."
오에이는 이 말에 모기장 위에 앉아있던 사마귀를 치워주지만 나중에 보면 아이가 느낀 것은 아마도...
위의 게이샤와 아래의 뿔 없는 용 그림은 상관이 없는 에피소드들입니다.
구글에서 이미지 모으다 이리 된 거.
두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화가를 마치 영능력자 비슷하게 표현했다는 점, 오에이의 실력이
절대 고평가가 아니란 점을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또다른 비슷한 에피소드는 오에이가 아버지 대필로 그린 지옥도가 그 집 안주인을 신경쇠약으로
몰아넣고 실제 화재를 일으킬 뻔 한 것을 아버지가 그림 한켠에 지장보살을 그려줘 해결한 것이죠.
여기서의 오에이는 만화 유리가면에 나온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기 위해 방화를 한 여인"처럼
에도 시대 당시 자주 일어났던 화제 구경하기를 즐기는 성격이고 이것이 그림에 깃들었단 식으로
표현된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게이샤가 나오는 에피는 좀 더 신비로운 구석이 있는 것이 "충사"가 생각나기도 하는 그런 내용이었죠.
이름이 나오지 않는 오에이의 어머니와 그런 엄마 앞에서 담배 피는 패기의 주인공;;;
이것이 문화차이란 것인가.
작품을 보면서 몇 개의 에피소드가 단락을 이루는 피카레스크 구성을 보고 극장판 보다는 OVA나 TVA로
하는 것이 더 어울리지 않았나 여겼는데 꺼라위키 보니 실제로 그런 평가가 많았던 듯 하더군요;;;
알고보니 원작 만화 스토리를 따라간 거라고.
이런 단점 아닌 단점만 빼면 작화, 연출력 모두 최상위에 속하는 작품임은 분명합니다.
프로덕션 I.G의 손그림 기본기가 이정도다! 라고 말하는 듯한 안정되고 부드러운 작화에
차라리 영화적이다라고 할 만한 미장센, 몽타주 기법과 이를 통해 설명 없이 보여주는
세련되고 절제된 감정 표현들.
여기에 액션 장르가 아니기에 과장되거나 극적인 부분따윈 전혀 없고 화려함도 없이 장식을 최대한 쳐 낸
간소함과 소박함만 있어 더더욱 기본기가 잘 보이는 잔잔한 일상물이 이 작품의 골자입니다.
덕분에 애니라기 보다는 잘 만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든 작품이었습니다.
작중 후반에 오에이가 자주 '테츠조'라 호칭하는 가쓰시카 호쿠사이가 말하길,
"그녀석의 눈도, 명도 내가 훔친 거 아닌지 모르겠네."
라 말합니다.
그리고 전 이 작품을 보면서 일본 영화의 재능 상당 부분이 애니계로 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덕후가 아니더라도 잘 볼만한 일본 애니로 "너의 이름은."이 많이 화자되지만 이 작품도 그에 못지 않다라
감히 평할렵니다.
P.S
주요인물들 성우가 전문 성우가 아닌 배우들이라는데 일알못인 저는 이상한 점을 잘 못느꼈습니다.
성우관련 악평을 못 찾은 걸 보면 무난한 연기였나 보네요.
특히 오에이의 아버지는 고독한 미식가의 그 마츠시게 유타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