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일차 여행기는 1/2일차나, 이 다음에 쓸 4일차와 비교해 너-무 평화(?)로워서 한본어 쓸 일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3. 3일차 (4월 14일)
아침이 밝았습니다. 전날 밤에 데레스테 이벤트 좀 돌아본다는 억지를 부리느라 늦게 잔 덕에 예상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일어났지만 일정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늦게 일어났으니 더 빨리 움직이자는 생각에 빨리 씻고 빨리 체크아웃하고 나가서 아침 대충 때우고 이동하려는데...
너무 서두른 나머지 시간이 생각보다 크게 비어버렸습니다. 주변 스타X스에 앉아, 아침이라 살짝 졸리니 커피를 마시며 또 데레스테 이벤트를 뜁니다... 부디 여러분은 여행 가시거든 저처럼 이러지 마시고 여행에 집중하세요. -_-;;;
(시간이 많이 비게 된 이유는 4일차와 연관되어있습니다.)
오사카역에서 교토 방향으로 가는 JR교토선 일반열차를 타려... 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남았습니다.
타러 가는 길에 발견한 전자 포스터. 어쩌다 오크가 된 MBC 드라마 '옥녀.'
제가 탈 차량은 아니였지만, 예뻐보이는 기차다... 싶어서 찍어봤습니다.
이거 사놓고 짱박혀서 한 시간 정도 쭉 데레스테... 그냥 좀 더 욕탕에 몸을 담그고 올 걸 그랬습니다. -_-;;;
08시 50분, 출발합니다.
??? : 일본국의 벚꽃밭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네 낯선 이여, 이 곳은 물 맑은 고장...
??? : ... 그런 깡패가 왜 나와.. 하지만 이름만 같은...
??? : 교토부 야마자키라고 하오. 어서 오시오.
어제까지 눈을 퍼맞았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문 열리고 승강장에 발 딛자마자 참 더운 날씨였습니다.
관광객으로서 여기에 올 이유가 거의 없다보니,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아마 감이 오실 겁니다.
역 바로 옆에는 유치원이 있습니다. 이 사진 찍기 직전에 원생들을 실어나르는 차량이 진입했고, 안에서는 애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봄이네요, 봄... 아, 좋다.
... 근데 더워.
오늘 여기에 온 이유는...
또 술 마시러 왔어요!
술 쳐마시러 돌아댕기는 그런 여행이 아닌데 어쩌다보니 증류소, 양조장을 열심히 찾아댕기는 여정이 됐습니다만, 그래도 술 여행은 여기가 끝이네요.
여기도 어제 요이치 증류소를 강권했던 그 형님이 또 추천해주신 곳... 이 위스키알못에게 큰 시련을... ㅜㅜ
야마자키역을 나오면 그냥 평범-한 교외 동네구나 싶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의외로 풍경이 좋은 곳입니다. 지류 세 곳이 모여 강이 되는 지점이라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요. 실수로 손가락이 살짝 찍혔네요.
10m도 안 되는 간격에 동네 신사가 두 곳이나 있네요.
저멀리, 오늘 갈 곳이 보입니다. 헤매지 말고 잘 오라고 표지판도 잘 붙어있네요.
... 근데 교토니까, 길 헤매다가 동네 사람들한테 알짱거리지 말고 견학시간 놓치면 국물도 없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중간중간 이렇게 볼 수 있는 골목 풍경도 좋네요.
??? : 때-앵 때-앵 때-앵
열차 지나가고 빗장 열리자마자 건너기 시작했는데 딱 2초 뒤에 다시 빗장이 내려가는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저랑 같이 건너는 현지인들 모두 JR을 욕합니다. -_-;;;
??? : 어서옵쇼.
??? : 산토리주류 야마자키 증류소입니다.
국제대회 수상 경력에 빛나는 위스키를 빚어낸 곳이라, 자부심이 대단한 곳입니다.
앞에 보이는 사무소에서 예약 확인을 받고, 대합실... 이라기에는 좀 좁은 곳에서 대기를 합니다.
오늘도 부모 몰라보는 09시 50분자 낮술 투어...
프로그램이 좀 다채로운 곳이라 견학비가 약간 됩니다, 1,000엔.
적당한 시간대에 도착해서 그런가, 예약을 하고 돌아서는데 제 시간대 실무요원을 봐주실 분이 반겨주십니다. 외국인인 걸 알아보시고 일본 여행은 잘 즐기고 있냐면서...
나 : 여행 재밌게 즐기고 있죠. 근데 덥네요.
실무 : 오늘 날이 좋네요, 평년보다 조금 더 따뜻한 수준이네요. ... 근데 더워요? 왜요?
나 : 실은 어제 북해도에서 간사이로 날아왔거든요. 눈 맞고 왔어요.
실무 : (동공지진) ... 님 몸땡이 다이죠부?
대합실 내부입니다. 견학 대기자는 2층에 대기, 사진에 보이는 건 유료 시음장과 야마자키 증류소 설립 이래 모든 위스키 샘플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진열대입니다.
... 그러니까 매년마다 샘플을 밀봉해서 벽에 진열해두고 있습니다. 부지런한 사람들... -_-;;;
여긴 다른 증류소, 양조장들과는 달리 한술 더 떠서 아예 쓰던 가마를 저렇게 해체... 시켜서 저 안에도 샘플 진열을 해뒀습니다.
09시 50분이 됐습니다. 여긴 대합실부터가 견학 코스입니다.
안내원과, 아까 동공지진을 일으켰던 실무요원이 함께 옵니다.
안내원 : 안녕하세요, 여러분.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많은 분들이 견학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들 : 콘... 니... 치와...
나 : ... ?
안내원 : 지금 대충 둘러보면 아시겠지만, 오늘 제가 일본어 대신 영어를 써서 견학 안내를 해드려야 할 것 같아요, 왜냐면...
'아니, 이게 뭔 소리야, 오늘 일본어 투어 아니었나' 싶었는데...
안내원 : 오늘 모여주신 서른 다섯 분 중에서 일본어를 알아들으실 수 있는 분이 네 분 밖에 안 됩니다. 어쩔 수가 없네요.
실제로 서른 다섯 중에 코쟁이 형들(그것도 프랑스인들!)이 넷, 일본 현지인 셋, 일어 알아먹는다고 한 외쿡인인 저 하나... 나머지는 대만 사람들. -_-;;;
안내원분도 뭔가 중간중간에 설명을 놓칠 걸 우려했는지, 미리 양조장 측에서 준비된 외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일어 할 줄 아는 네 명 빼고) 전원에게 나눠주더라구요.
직원 사무소 겸 자재창고(1층만)입니다.
... 근데 건물 생김새가, 어제 갔던 요이치 증류소 말고 여기야말로 웰컴 투 요-코소... ;;;
안내원 : 가마가 납작하죠? 물론 지하에 깊숙히 짱박혀있어서 보시는 것보다 훨씬 큽니다. 여긴 술의 원액을 발효시키는 발효조입니다.
안내원 : 저희는 이 목재를 굉장히 신경써서 선별해서 쓰고 있습니다. 이 가마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목재를 오크통에 들어가는 목재보다 훨씬 신경써요.
이 가마는 블렌딩을 하는 통이고, 이런 통이 공장 내에 여러 곳이 있습니다. 지금 보여드리는 통은 블렌딩 용도가 맞고, 공장 내 다른 곳에 있는 통은 술을 식히는 용도입니다.
통이 굉-장히 깊습니다. 바닥이 보였는데, 떨어지면 다리 하나는 나가겠구나 싶더라구요.
그리고 저 말만 보면 블렌디드 위스키에 굉장히 신경쓰는 곳이구나... 싶겠지만, 야마자키 증류소는 싱글몰트로 훨씬 유명하죠;
안내원 : 이 곳은 되도록 신속하게 지나가주셨으면 합니다. 오래 계시면 화상을 입으실 수도 있어요.
미리 빠르게 건너와서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실제로 가동 중인 증류 가마입니다. 사진 기준 왼쪽에 증류 재류가마 5동, 오른쪽에 증류 초류가마 5동이 있습니다. 입구에서 보면 반대로 보이는 셈이죠.
다른 동으로 넘어가기 전에, 대만 손님 한 분이 안내원에게 질문... 이 아니라 뭔가 소감을 말합니다. 근데 안내원이 못 알아먹어서 제가 대신 전해주는데, 내용이 뭐였냐면...
"위스키는 와인에 비하면 비교적 만들기가 쉽겠네요. 왜냐면 와인은 포도를 키우는 데서부터 신경을 써야하고, 농사 망치면 망친대로 또 망하고 하니까요.
그런데 위스키는 원료의 공급이 비교적 일정한 편이고 농사를 망칠 일도 그리 많지 않잖습니까. 그러니 와인의 값이 더 비싼 것 아니겠습니까."
...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이걸 꼭 위스키 만드는, 그것도 자부심이 꽤 센 회사 쪽 직원에게 할 소리인가 싶어 일부러 다 듣고 직원에게 짧게 정리만 해주고 덧붙였습니다.
나 : "... 개소리니까 넘기세요."
안내원 : "아하하..."
뒤에서 듣던 실무요원도 살짝 표정이 안 좋아지더라구요. 하지만 이내 표정을 가다듬고 대만 손님에게 하는 얘기.
안내원 : "손님께서 말씀하신 바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원료부터 목재, 유통과정까지 상질 중에서도 최상질만을 고집합니다. 원료의 공급이야 말씀하신 대로 비교적 쉬운 편이겠지만, 저희는 최고의 품질을 위해 항상 노력합니다."
조금 놀랐습니다. 자부심이 센 곳이라는 건 미리 알고 방문한 거지만 뭔가 마인드가 다르다... 싶었습니다.
숙성고입니다. 공장 내에 이런 숙성고가 많이 있다네요.
중장기 및 장기(20년 이상) 숙성 위스키의 명성이 자자한 곳이라 그런가, 많은 위스키들을 오래 숙성시키고 있구나... 하는 게 눈에 보입니다.
엄청 많죠. 통에 붙은 일련번호를 읽는 법은 회사 기밀이라고 실무요원분이 말씀해주셨지만...
아래 붙은 연도는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오른쪽 통들은 올해로 딱 18년째 숙성 중인 거죠.
저렇게 눕혀놓은 상태 기준으로, 대개 10년 숙성 정도면 통 내 전체 수분의 1/3 정도가 자연 증발한다고 합니다.
바로 옆은 19년째... 인데, 통 내부를 열지 않고 검사하는 방법이 따로 있는 모양이더라구요.
품질에 문제가 있는 위스키들을 걸러내고 폐기하고... 해서 이렇게 점점 소량만 남게 됩니다.
위에 쌓인 통이 야마자키 증류소의 첫 오크통입니다. 오래돼서 글자가 지워져있지만, 1923년산입니다.
옆에 있던 대만 사람이 실무요원에게 영어로 물어봅니다. "저 통에 있던 첫 위스키는 어떤 위스키였나요?"
실무요원이 제대로 못 알아듣고 다른 얘기를 해서, 제가 찾아서 실무요원에게도 얘기하고 그 대만 사람에게도 얘기해줬습니다.
... 근데 그 때는 잘 찾아서 보여줬는데, 지금 찾으니 뭐였는지 모르겠네요. 여튼 투명한 사각병에 담긴 숙성 안 된 원액으로 보이는 그런 술이었습니다.
여튼 그 때 실무요원분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저도 마셔보고는 싶네요. 하지만 지금 우리 양조장 사람들 중에 그 위스키를 마셔본 분들이 남아계시진 않고요...
지금까지도 이 오크통에 남아있었다면... 아마 과숙성됐거나 변질돼서 굉장히 맛이 안 좋아졌겠죠, 허허허."
숙성고를 나가니 양조장 내 정원이 펼쳐집니다. 잘 꾸며놨네요.
양조장 내에 따로 마련된 신사입니다. 지류 세 곳이 합쳐지는 곳이다보니, 이 동네의 물을 살피는 신이 모셔져있다 하네요.
(두 사진이 같은 장소는 아니지만, 같은 '길'에 있는 곳입니다. 각각 다른 토리이 둘을 보시는 거죠.)
신사 바로 옆에 있는, 매일매일 통 깎는 장인들의 일터...
낙화기가 가까워질 때 와서 그런가 만개한 모습은 아니지만, 여튼 좋네요.
웰컴 투 요-코소 위스키 파크.
시음 시간이 왔습니다.
자, 왼쪽부터...
적힌 대로입니다. 원주는 거의 같다고 보셔도 되지만, 숙성 방법을 각기 달리 한 위스키들입니다.
3, 4번은 똑같은, 야마자키 증류소의 대표 상품인 '야마자키'입니다. 4번은 아래에서 따로...
이게 1번, 화이트 오크 캐스크 몰트 위스키의 빛깔입니다.
이게 2번, 와인 캐스크 몰트 위스키의 빛깔.
이게 3, 4번에 해당하는 싱글몰트 '야마자키'의 빛깔입니다.
... 하지만 전 위스키알못이라 블렌디드와 싱글몰트의 차이를 혀로 못 느낍니다. ㅜㅜ
이건 야마자키 증류소의 근간이 되는 지류의 집합 지점에서 퍼올린 물로 만든 탄산수입니다. (탄산수원이 있는 곳은 아닙니다.)
... 생각보다 맛있었어요. 탄산수만 먹어도 꽤 괜찮았습니다.
자, 4번의 용도입니다.
안내원 : "이제 손님 여러분께서 직접, 저희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추천드리는 방법으로 함께 하이볼을 만들어보실 겁니다."
... 죄송합니다, 여러분. 방법 까먹었습니다.
대충 기억나는 건 바닥에 탄산수 살짝 깔고 4번의 위스키를 다 붓고, 3/4 지점까지 탄산수를 다시 부은 다음 기포가 안 생기게끔 딱 한 바퀴만 저어주는 거였던 걸로...
3번 방법으로 마실 때는 독하더니... 이렇게 마시니 달달하더라구요.
실무요원분은 다시 근무로 복귀하셨는지 안 보이셨고, 안내원 분은 제게 따로 오셔서는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안내원 : "저희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어디서 오셨다구요?"
나 : "한국에서 왔어요. 근데 여기 분들, 자부심이 상당하시네요. 놀랐습니다. 하하."
안내원 : "감사합니다. 쭉 여행하실 차림이신 것 같은데, 오늘 쭉 더울 거라니까 나가서 걸어다니실 때 조심하세요."
안내원 누나, 미안해요. 난 유료 시음장에도 들러서 좀 더 마셔야겠어...
왜냐면 증류소에 가라고 등 떠민 형님이 제게 말씀하시길...
"넌 야마자키 증류소에 가면 ....를 꼭 마셔야 한다. 마셔야 해. 못 마시면 따로 병에 챙겨서라도 와야 해. 거기서밖에 못 마시는 거야... 마셔야 해."
"... 아놔, 위스키알못이 뭘 마셔봤자 얼마나 느낀다고..."
그래서 주문한... 야마자키 쉐리 캐스크 12년산 원주입니다.
근데 말씀드렸다시피 전 위스키알못이에요... 마셔도 잘 몰라요... ㅜㅜ
빛깔은 이렇습니다.
원체 독한 술은 잘 못 마시는 데다, 날도 더워서 '이대로 더 마셨다간 오늘 X된다'는 느낌이 팍 와서... 몇 모금 마시고는 포기했습니다.
따로 담아갈 통도 없었네요. ㅜㅜ
자, 이제 교토 방향으로 좀 더 가봅시다. 12시 19분 열차입니다.
12시 42분, 야마시나역에서...
케이한선으로 갈아탑니다.
어서오세요.
히가시야마역입니다. 중고등학생 정도 되는 어린 학생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네요.
12시 53분.
이런 포스터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래 사진에 나온 쿨한 누님 마음에 들어요. 하핳.
자... 여기서 갈 곳은...
여깁니다. 아시는 분들이 계실 지도 모르겠지만..
면/마 가공으로 유명한 가방 장인집, '이치자와 (신자부로) 한푸'입니다. 신자부로라는 이름은 빼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원래 어머니와 외조모님 드릴 가방을 좀 보러 왔는데... 집에다 미리 인터넷 카탈로그를 보여드려도 극구 사양하시길래...
그냥 제 거 하나 사러 왔습니다. ㅜㅜ
예산 문제로 원래 사려고 했던 가방은 이겁니다. 아마 인터넷 카탈로그에 없던 상품인 것 같은데...
마포로 만든 가방 중에서도 좀 더 연하게 가공을 해서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5,400엔.
그런데 그냥 이걸 샀습니다. 좀 더 취향이기도 하고, 위의 가방을 '메고' 다닐 거라 생각하니 어깨가 꽤 아플거란 생각도 들고 해서...
세금 포함 약 8,600엔 정도입니다. 마 재질이라 그런가 비싸요.
장인집이라 왜 비싼지 이해는 되지만... 음... 비싸요. 돈 빠져나가는 걸 생각하니 비싸긴 비쌉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생각은 드네요.
여기서 뭔 가방을 살까 오래 고민해서 시간을 좀 많이 잡아먹었습니다.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죠.
원래대로라면 금각사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읽은 기억이 꽤 세게 남아서 말이죠. 사진으로는 많이 봤지만...
하지만 최근에 일본으로 일하러 넘어간, 아는 철덕 동생이 이런 얘기를 합니다.
철덕 : "형 거기 왜 감 차라리 은각사를 가셈, 금각사 정말 볼 거 없어, 은각사 가는 길에 근처에 있는 철학의 길도 좀 걸어보고"
나 : "어... 그래?"
그리고 같이 동네 술 친구로 오래 지내온 아는 형님(증류소 강권한 그 분은 아닙니다;)도 이런 말씀으로 거들어주셨습니다.
형님 : "금각사? 거기 왜 가냐 돈 아깝게"
나 : "헐"
그래서 은각사로 갑니다.
버스타고 이동하는 길에 보인 헤이안신궁 근처.
은각사 근처로 가는 노선은 몇 개 있지만, 교토 시티투어 100번 순환버스를 타지 않으면 이렇게 좀 멀리서 내려줍니다.
15시 02분.
쭉 걷습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돌길이 '철학의 길'입니다. 시간이 애매하니 은각사를 보고 나와서 생각해보죠...
날도 더운데 겁나 먼데다 오르막입니다.
은각사 입구.
은각사 입장 티켓입니다. 성인 500엔.
입장할 때는 아래의 '대인' 부분만 떼고, 나머지는 부적의 역할을 합니다.
이걸 경내에 있는 작은 신단에 바칠지, 아니면 집에 가져갈 지는 각자의 자유입니다.
은각사 경내입니다.
왼쪽에 보이는 건물은... 국가 보물이라고 하더라구요.
대충 보기론 전국시대 이마가와 가문의 다실(찻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여길 특별 공개한다고 따로 공간을 마련했던데... 입장료가 무시무시해서 그냥 은각사나 쭉 돌았습니다.
이 뒤가 그 다실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작은 신단이 아까 말씀드린 그겁니다.
여기에 부적을 바치고 가는 사람들도 꽤 됐습니다만... 전 집에 가져왔습니다.
이마가와의 보물 차실 전경.
은각사 전경 사진 쭉 갑니다.
쭉 돌고...
전국시대 8대 쇼군이었던 이마가와 요시마사가 찻물을 뜨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럼 아까 그 다실도 이마가와 요시마사의 다실이었겠네요.
제 기억으론 마지막 사진에서 바로 앞에 나란히 찍힌 두 분은 한국인이었던 걸로...
이 두 분 말고도 한국인들 꽤 많았습니다.
슬슬 나갑니다.
자, 나가는 길에...
다 걷진 못 하겠지만, 잠깐 철학의 길을 둘러봅니다. 취향에 맞는 좋은 곳이네요.
슬슬 100번 투어 버스를 타러 갑니다. 교토역으로 가야 하거든요.
줄이 깁니다.
버스 타고는 푹 뻗었습니다. 한 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네요.
교토역 : "ㅎㅇ"
엄청 크네요. 17시 25분.
자, 오늘 탈 열차는...
선더버드 : "ㅎㅇ"
나 : "와 되게 1호선 신형 열차처럼 생겼네"
선더버드 : "어디서 그런 애랑 날 비교하냐"
이 코스대로 갈 겁니다.
19시 57분, 카나자와역 도착.
신칸센으로 갈아탑니다.
앞에 아자씨 : "... 뭐해 학생... 피곤하니까 비켜봐..."
관서 지방으로 출퇴근하는 분들이 자주 찾는 역입니다.
Yo 여긴 카나자와-
20시 17분, 도쿄행 하쿠타카입니다.
이곳 창가 좌석에는 하야부사와 달리 110V, 2A, 60Hz 콘센트가 하나씩 달려있습니다.
21시 44분, 나가노역 도착.
오늘 잘 곳입니다. 캡슐호텔이 아니라 어엿한 비즈니스 호텔입니다.
... 와, 방에서 잔다!!!
카운터 아자씨 : "이랏샤이마세 콜록콜록"
나 : "아자씨 다이죠부? 저 예약하고 왔는데요"
카운터 : "오옹 외쿡인이네요 우리는 조식 드리니까 아침에 꼭 드세요"
나 : "오옹 조식 올ㅋ"
카운터 : "님 방 꼭대기층임 뭐 더 원하시는 거 있셈?"
나 : "04시 30분 모닝콜 좀 부탁드려요"
카운터 : "ㅇㅋ 내가 썩은 목소리로 직접 해드림 콜록콜록"
나 : "..."
오늘의 숙소. 좁지만 있을 건 다 있어서 개인적으론 만족했습니다. 가격도 꽤 저렴했구요.
... 1박에 얼마였지... 3만원 안팎이었던 걸로...
다시 찾아보니 42달러였습니다.
잠깐 저녁 좀 먹을 겸 오락실 행각 찍으러 갑니다.
"웰컴 투 나가노, 근데 10분 뒤 폐점"
나 : "왜 난 햄보칼 쑤 엄써"
어디였는지 이름을 까먹었는데, 꽤 깔끔한 맛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야채가 너무 많이 들어가 단맛이 느껴져 좀 아쉬웠네요;
미소라멘, 920엔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왜 BS Prime에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을 해줄까요... 이거 언제적 애니야...
이제 피곤하니까 잡니다.
다음날... 이전 사흘 간의 피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듯 뭔가가 기다립니다.
< 4일차에 계속. >
< 4일차 예고 >
??? : "지금까지 아주 평화로웠지, 닝-겐... ?"
P.S : 야마자키 증류소에서 만났던 안내원분...
저는 파XX스 기X X스라는 얇은 책에 나오는 그런 여자 캐릭터들 얼굴이 실존할 거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정말 있었습니다...
제목을 가렸는데 모르시는 분들이 많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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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보니 42달러였고, 이 가격도 좀 일찍 예약했을 때의 가격이더라구요. ㅜㅜ | 17.05.11 12: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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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목구비가 굉장히 뚜렷하고 입술이 두툼한 분이었습니다. 직접 말씀드리긴 그렇고 저 제목을 알아보시는 다른 분들이 설명해주시는 걸로... ㅜㅜ | 17.05.11 12:3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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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저한테 위스키를 강권한 사람이 여기 있어요 | 17.05.11 16: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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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냥 힌트를 올렸습니다; | 17.05.11 18:1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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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안 돼서 저도 혀 꼬이고 깨물고 머리 빙빙 돌고 그럽니다 ㅜㅜ | 17.05.12 10:0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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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예산의 문제로 한 곳만 갔지요 ㅜㅜ | 17.05.12 13:3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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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의 '츄니즘' 입니다. | 17.05.14 11:1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