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재미... 를 위해, 중간중간 한본어(?)가 섞여있습니다. 크게 신경쓰일 정도로 넣진 않았지만, 싫어하시는 분들께는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해외여행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건 처음이네요. 안녕하세요.
지난 4월 7일부터 23일까지 16박 17일 일정으로 일본에 다녀왔는데, 이 중에서 지방 여행으로 따로 일정을 분리했던 4월 12일부터 15일까지의 3박 4일 여행기를 써보려 합니다.
처음에 일정을 짤 때 16박 17일 전체를 '여행' 일정으로 잡고, 그 중간의 3박 4일을 '소여행'으로 분리했었습니다. 그래서 제목도 '소여행기.'
나머지 일정은... 열심히 오락실 돌아다니면서 하고 싶은 게임 하고 라멘집 돌아다니며 좋아하는 라멘 열심히 먹었습니다.
#1. 1일차 (4월 12일)
1-2년에 한 번씩, 연중에 밥값을 조금씩 아끼고 취미로 돌릴 돈을 참아가며 원기옥을 모아 일본에 찾아왔습니다. 올 때마다 최소 일주일 이상 일정이었네요. (지인들 덕택에 숙박비를 아낄 수 있었던 게 컸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일본 여행이 벌써 열 번째네요. 그만큼 세월도 많이 흘러 저도 벌써 나이가... Aㅏ... ㅜㅜ
대학 입학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지하철 환승하는 구간에 봤던 일본의 어느 지방 관광청의 광고가 여전히 눈에 아른거려서 이번엔 꼭 가봐야겠다는 마음에 3박 4일 일정을 따로 짜봤네요.
일정 첫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를 16박 17일 내내 재워주셨던 집 주인 아조오오오씨(...)께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섭니다. 3박 4일 동안 필요한 짐만 챙기고, 나머지는 이 곳에 모두 두고 나갑니다.
"아조오오오오씨, 다녀올게요."
"몸 성히 잘 다녀오세요."
제 기억으로는 이 때가 05시 15분경. 출발합니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히요시역까지는, 천천히 걸어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립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데다 첫 날부터 몸 상태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긴 싫으니 무리하지 않고 느긋하게 걷습니다.
역에 도착하니 역시 대학가라서 그런가 아침부터 학생들이 많네요. 역 바로 옆에 게이오대학 캠퍼스가 있고, 조금 더 걸어가면 코에이테크모 본사도... 음음...
히요시 역까지 걷고, 토큐선을 타고 두 정거장 옆인 무사시코스기역에서 JR로 갈아탑니다.
이 전날(4월 11일)부터 시작하는 Japan Rail Pass 7일권을 써먹습니다. 여행 전에 미리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지정석 예약도 여행 전에 모두 인터넷으로 마쳐두고,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발권했습니다.
... 근데 무사시코스기역의 환승 구조가 노원역 뺨치는 구조라서 엄청 걷습니다. 등짐 무게가 조금 돼서 그런가 벌써부터 힘듭니다.
N'EX : "닝겐 ㅎㅇ 겁나 오랜만이네"
나 : "ㅇㅇ 이번엔 하네다로 왔거든"
05시 55분 출발, 도쿄역으로 가는 나리타 익스프레스입니다.
레일패스를 들고 있으면 그냥 특급열차를 막 타도 되니까 참 편해요.
같은 노선인 요코스카선이랑 비교했을 때, 도쿄역까지 가는 데 얼마 차이가 나진 않지만 그냥 탑니다. 레일패스에다 지정석 예약까지 마쳤는데 뭐가 두렵습니까... 하핳.
06시 12분, 도쿄역에 도착해서는 갈아탈 열차의 플랫폼을 찾느라 좀 헤맸습니다. 신칸센을 탈 건데 일본 여행 오면서 처음 타는 거라 나는 어디 여긴 누구... 하면서 조금 헤맸는데, 다행히도 꽤 큼직한 표지판으로 어디로 가라고 잘 적혀있더라구요.
도쿄역 신칸센 플랫폼으로 들어가기 전에, 에키벤을 파는 곳이 있습니다. 여기서 '아침으로 뭘 먹지'를 오래 고민하다가 열차 시간에 아슬아슬하게 탑승했습니다. -_-;;;
덕분에 탔던 하야부사의 모습은 제대로 찍지도 못 했네요.
중간에 간식으로 먹을 스니X즈를 따로 샀네요.
근데 급히 집어오느라 아이마스 신데렐라 걸즈 콜라보 제품이 아닌 걸 가져왔네요; 내심 기대했는데...
신칸센을 타고 쭉-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사이타마를 지나갑니다.
아까 한참 고민하다 사 온 에키벤. 그냥 평범한 돈까스 덮밥이었습니다.
와- 무지개다- 오늘은 왠지 느낌이 좋네요.
... 라고 생각하고 찍은 곳의 GPS 좌표를 확인하니 후쿠시마라고 떴습니다.
창측이라 그런가, 발 아래에는 콘센트가 하나씩 붙어있어서 외장 배터리를 충전하게끔 놔둘 수 있어서 좋았네요.
110V, 2A, 50Hz... 읭, 50Hz?
일찍 일어나 출발했다보니 일단 졸려서 푹뻗고... 세이칸 터널 진입 직전에 일어나서 뿌-연 안개를 구경했습니다.
하던 데레스테 이벤트(당시 매칭 이벤트)의 네트워크 연결이 뚝 끊겨서 약간 빡이 돌았던 것만 빼고요... 일본은 아직도 음영 구역이 많아요.
신칸센 종점인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 도착합니다. 오늘 최종 목적지까지도 신칸센이 뚫리면 좋겠는데... 14년 뒤에나 개통된다네요.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 도착했습니다. 목적지까지 빨리 가고 싶어 환승 시간을 좀 빡세게 잡아놔서, '연착하지 않을까'하는 불안함이 좀 있었는데...
신칸센은 신칸센이더라구요. 명성대로였습니다.
하야부사 : "안뇽, 닝겐.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란다제."
얼른 뛰어서 재래선 승강장으로 가야지... 했는데, 의외로 찾기도 쉬웠고... 역의 구조도 되게 익숙했습니다.
이거 옛날 여수역 구조 아냐... 싶을 정도였네요. 아크릴 칸막이로만 이루어진 파티션...
신칸센은 11시 02분에 도착했고, 갈아 탈 슈퍼 호쿠토는 11시 09분에 도착합니다.
슈퍼 호쿠토 : "ㅎㅇ"
나 : "새마을호네"
슈퍼 호쿠토 : "..."
비슷한 구간을 다녀가신 분들의 여행기를 보면 호쿠토 노선에 중국인 여행객들이 많아서 굉장히 시끄럽다... 는 얘기가 많았는데, 그건 지정석이 아닌 경우에 특히 그런 것 같았습니다.
플랫폼에 중국인들은 많았는데 정작 지정석 전용칸(2-4번 차량은 비지정석, 5-7번 차량은 지정석인 방식)에 탑승하니 거의 안 보이고 조용히 갔거든요. 이른 시간이었다는 것도 한몫 했을 것 같네요.
타자마자 목이 말라서 홍익회 누나처럼 생긴 분께 음료수 몇 개를 구입하고 편히 앉아 바깥 구경을 합니다.
14시 41분, 삿포로역에 도착합니다.
신칸센 타고 도쿄에서 북해도 진입한 시간이랑 비슷하게 걸렸네요. 피곤해...
오늘의 최종 목적지까지 가는 열차를 탈 때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서, 주변을 뽈뽈거려 봅니다.
예전에 삿포로역에 왔을 때는 눈 오는 밤중이었는데, 낮에 보는 삿포로역은 느낌이 다르네요.
눈이 왔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이게 매우 안 좋은 결과(?)를 낳았습니다. (2일차에서;)
오늘의 목적지로 가는 쾌속 에어포트. 15시 13분 출발, 오타루행입니다.
미리 지정석 예약을 해뒀으니 편히 앉아서 바깥 구경을 하며 갑니다.
예전에 가족들과 함께 패키지 여행으로 북해도부터 도쿄까지 쭉 내려오는 코스를 돌았을 때, 오타루가 가장 기억에 남아서 어떻게든 억지로 가자 싶어 첫 코스로 골랐습니다.
쾌속 에어포트를 탈 때 지정석이 따로 있는 줄 모르고 일반석에 앉았다가 티켓을 확인하고서야 지정석으로 급히 자리를 옮겼는데, 일반석에 앉았을 때 제 옆에 앉았던 아리따운 고교생 처자 한 명이 저를 보더니 키모이하다면서 자리를 옮겨버렸습니다.
... 왜 그래, 학생... 왜... 이래봬도 나 자네 나이 또래 학생들 가르치던 학원 선생이었다고... 키모이한 사람이 아냐... ㅜㅜ
마음에 요상한 극딜을 당하고, 일단 출발합니다. ㅜㅜ
삿포로 기준으로 남쪽으로 더 내려가는 방향에 오타루가 있고, 제가 우측 창측에 앉았으니...
이 바다는 태평양이 아니라 동해입니다.
15시 45분 도착.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서 지레 겁먹고 갈아타는 일정을 20분만 늦췄다면 아마 17시가 넘어서 도착했을 겁니다.
오타루역 : "ㅎㅇ"
나 : "건물은 큰데 역 내부는 이상하게 좁더라"
오타루역 : "..."
오늘의 목적지, 오타루역입니다. 오타루 운하의 짠내와 오르골 소리가 함께하는 곳. 개인적으로는 마음 속 제2의 고향으로 삼고 싶은 곳... ㅜㅜ
도착하니 바람이 좀 세더라구요.
"이야아아아아 내가 오타루에 왔다아아아아 근데 바람이 좀 세네... 그래, 나도 (고향은) 바닷 사람이라고, 이깟 바람..."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 잘못했습니다." (이 내용은 2일차에 계속됩니다.)
일단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라멘집 지도를 뒤져서 맛난 곳을 찾아갑니다... (근데 이거 때문에 피를 좀 봅니다. 이건 잠시 후에...)
오타루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라멘 도카이야'의 가장 기본적인 메뉴, 미소 라멘입니다. 780엔.
차슈가 마음에 들더라구요. 뭔가... 꽉 찬 직구 같은 차슈.
한 끼를 후딱 해치우고, 오르골 소리가 듣고 싶어 오타루 오르골당 방향으로 무작정 걷습니다.
오타루 운하 상점가. 뭔가 휑합니다.
이 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옛 철길을 그대로 놔둔 곳입니다. 오른쪽 건물은 공공 도서관입니다.
옛 일본은행 오타루지점. 지금은 박물관으로 쓰입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오타루항이고, 이 바로 앞이 오타루 운하입니다.
패키지 여행으로 왔을 때 점심을 먹었던 곳이, 바로 앞에 보이는 창고 같이 생긴 곳이라 기억이 바로 나네요.
... 밥이 참 맛 없었던 곳...
일단 오타루역에서 가장 까운 오르골당 사카이쵸 분점에 도착을 합니...
... 으아니 챠. 왜!!!
기왕 이렇게 된 거 거리 구경도 할 겸 본점까지 걷기로 합니다. 걸어서 15분, 열차 한 정거장 거리입니다.
어서오세요, 오타루 상점가입니다.
... 여기도 휑합니다. 느낌이 안 좋습니다.
분명히 강설시 눈이 갑자기 흘러내리는 걸 방지하기 위한 목책인데...
전쟁영화에 나오는 울타리로 보입니다;
계속 걷습니다. 왜 이리 조용한가... 음...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LeTAO의 본점.
자, 본점에 도착했습니...
... 아래 카페X네 광고가 들어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왜 나 꽈찌쭈는 햄보칼 수 엄써!!! 왜!!!
나중에 알아보니 이 동네는 17-18시 정도가 되면 그냥 장사 다들 접고 집에 간댑니다... 해가 빨리 져서.
아까 라멘을 느긋하게 먹은 게 이런 결과로 돌아온 셈이죠... ㅜㅜ
이렇게 된 거, 북해도까지 왔으니 잠깐 오락실 행각이나 찍어보자는 자포자기급 심산에 또 걷습니다. 가장 가까운 오락실은 여기서 또 한 정거장 거리.
... 근데 해가 넘어가고 바람도 아까보다 더 세지고 해서 역으로 이동합니다. 열차 타고 이동하면 되겠죠.
걷다가 발견한 저택같은 곳. 그냥 뭔가 있어보여서 찍었습니다.
역으로 가려면 언덕길을 살짝 올라야 해서 걷다가 본 풍경. 오타루항의 전경... 이라 보셔도 무방합니다.
미나미오타루역 도착. 오타루칫코역으로 갑니다.
쾌속 에어포트랑 비슷하게 생겼지만 보통열차입니다.
"거기 닝겐, 위험하니까 대가리 바깥으로 꺼내지 말라쿠다사이."
"네? ... 저는 적당히 거리 유지하면서 찍었는데요."
... 알고보니 제 바로 뒤에서 똑같이 사진 찍던 다른 사람. -_-;;;
오락실에서는 뭐... 별 일 없었으니 과감히 생략합니다. 그냥 행각 찍으면서 '님 북해도 왔다 갔음, 우왕!' 할 수 있는 칭호 몇 개 받은 게 전부네요;
오락실 근처 화장실에서 본 문구.
역시 북해도민의 제2외국어는... 마더 로씨야.
이제 할 거 없으니 숙소로 돌아갑니다.
낮에 탔던 쾌속 에어포트입니다.
음... 그냥 찍어봤는데 뭐 이렇댑니다.
저는 레일패스 이용자니까 신경 안 써도 됩니다.
숙소인 Dormy Inn으로 갑니다.
숙소에서 밤참으로 줬던 무료 인스턴트 라멘. 허기를 때우기 좋았습니다.
캡슐 호텔에서 잤는데, 굉장히 시설이 좋았네요. 다음 날도 캡슐 호텔에서 자는 일정이었는데, 캡슐 호텔이 다 이 정도는 하는 줄 알았습니다...
... 착각이었죠.
다음 날부터 아주 스펙타클(...)한 일정이 계속됩니다.
- 2일차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