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정 쪽에선
소자 레벨이든 회로 레벨이든 간에
냅다 IC 칩을 설계하고 만들었다가
생각대로 동작이 안 되면
시간적, 금전적 손해를 많이 보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툴을 많이 써.
과거 논문이나 실험 결과들을 참고하며
최적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할만한 물리적 모델을 써서
시뮬레이션을 계속한 후에야 실제 공정에 들어가지.
근데 생각해보면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잖아.
아니 더 심하지.
모든 순간을 살아갈 기회는 단 한 번 뿐이니까.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고,
참고할 만한 상황이 있었나 확인해보고
가장 최선의 방향을 선택하는 것.
이것도 어찌 보면 ‘시뮬레이션’.
근데 북유게에 올라오는 부모님들 이야길 들어보면
자신의 머리 속에서 돌아가는 시뮬레이션이
현실과 잘 맞는지 고민을 안 해보신다는 생각이 들어.
비단 부모님들 세대만의 문제는 아니지.
내 문제기도 하고.
사실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는
내가 전에 부모님이나 할머니께,
또 내 주변의 정치 무관심층이나 쿨병에 걸린
사람들을 설득할 때 꺼냈던 이야기야.
기독교인을 상대로는 살짝 형식을 바꿔서
피조물인 네가 왜 창조주라도 된 것마냥
네 생각의 오류 가능성은 열어두지 않느냐고 했고.
자기가 신인 것처럼 자기 생각만을 붙들고
수정할 생각 없이 사는 사람 숫자가
이 한반도에 오천만이라면 끔찍한 일이겠지.
근데 위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하려면
내가 그렇게 살아내려고 하지 않으면 안 되더라.
그게 또 힘들고.
‘내 생각에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이걸 인정하면서 가야 되는데..
그러려면 남들이 보기에는 잘 안 보이는 것일지라도
내 스스로 고쳐야 할 게 많더라고.
그래서 나는 정확한 현실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존경함.
누구든지 항상 완벽한 판단을 내릴 순 없지만,
정직한 마음이 없으면 잘못된 길에서 돌이키질 않더라고.
현실 감각이 탁월해지는 건 사실 자신의 오류를 끊임없이 돌이켰기 때문이니까.
내가 문프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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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ph_Zero
그래서 난 문프가 말한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이 좋아. 끊임없는 돌이킴의 목적이 내가 잘났다는 ‘완벽함’이 아니라, 사람들을 최대한 이롭게 하기 위함이라서. | 18.10.18 04:21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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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지쳐도 다시 일어날 이유가 될만한 동기잖아. | 18.10.18 04:33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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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인 생각만으론 그 힘듦을 감수하며 나를 왜 고쳐야 하는지 동기부여도 안되니 힘들겠지. 먹고사니즘에 매몰되는 경우도 있고. | 18.10.18 04:30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