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종은 평생 세 가지에 미쳐 산 사람이었다.
그 첫 번째는 2차 전지의 연구였다. 김성종은 2차 전지 연구 20년 만에 몇 년 안에 실용화가 가능한 획기적인 연료전지를 거의 다 개발해놓은 상태였다. 이 전지는 수소연료전지보다 한 단계 발전한 기술로, 물을 에너지로 이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였다. 생산비용도 비교적 저렴한데다 크기까지 소형화가 가능해 노트북이나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었다. 더 연구가 지속되면 휴대전화 배터리까지도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김성종이 개발한 연료전지는 배터리 속의 연료통에 수돗물을 조금만 넣어주면 몇 시간 이상 사용이 가능했다. 에너지 시장의 판도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인 셈이었다.
김성종이 미쳐 있는 나머지 두 가지는 감자칩과 바둑이었다. 김성종은 올리브유에 튀겨낸 감자칩을 매우 좋아해 언제나 입에 달고 살았고, 바둑을 두기 시작하면 옆에서 불이 나도 모를 정도였다. 이 사실은 김성종이 새로운 연료전지를 개발했다는 보도가 나갈 때 같이 소개되어 전 세계인 누구나가 다 아는 이야기가 되었다. 어느 신문의 기사에는 김성종이 한 농담까지 그대로 실려 있었다.
“사실 제가 감자칩이나 바둑보다도 더 좋아하는 것이 한 가지 있기는 있습니다. 그건 바로 바둑을 두며 감자칩을 먹는 일입니다.”
김성종의 연구 성과가 알려지자 특허권을 미리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회사들이 특허권을 사들이려고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러나 김성종은 그 어떤 조건도 모두 마다했다. 김성종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해 인류가 보다 나은 생활을 하게 만들고 싶었다.
어느 날 거대한 석유기업을 가지고 있는 중동의 어느 왕자가 보냈다는 알리바바라는 사람이 찾아와 면담을 요구했다. 그는 연료전지 특허를 30조 원에 팔지 않겠냐는 제의를 했다. 김성종은 그 자리에서 정중히 거절했다. 미국의 어느 회사는 50조 원에 해당하는 주식을 주겠다고 했는데도 거절한 김성종이었다.
그러자 알리바바는 며칠 뒤 일본산 비자나무로 만든 최고급 바둑판, 조개껍질과 오석으로 만든 최고급 바둑돌을 들고 김성종을 다시 찾아왔다.
알리바바는 김성종의 연료전지 기술이 석유를 팔아서 먹고살아온 자기네 나라 국민들에게는 재앙이나 다름없으니 연료전지 특허를 반드시 자기네 나라에 팔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김성종은 부탁을 다시 거절하고 나서 알리바바가 들고 온 바둑판과 바둑돌도 도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알리바바는 자신은 바둑을 둘 줄 모르니 이왕 사온 거 그냥 쓰라고 말하며 놓고 갔다.
며칠 뒤에는 바둑 7단의 중국인 미녀 첨밀밀이 갓 튀겨낸 따끈따끈한 감자칩을 들고 바둑이나 한판 두자며 김성종을 찾아왔다. 첨밀밀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뻔했으나 김성종은 맛좋은 감자칩을 먹으며 프로기사와 바둑을 두는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 않았다.
김성종은 알리바바가 주고 간 바둑판을 꺼내다 놓고 첨밀밀과 마주앉아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명품 바둑판을 앞에 두고 맛있는 감자칩을 천천히 집어먹어가며 미녀 프로기사와 바둑을 두는 완벽한 조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은데 사실 마음만은 결코 편하지 않았다.
바둑을 두며 꺼낸 첨밀밀의 이야기는 예상대로였다. 첨밀밀의 아버지는 중국에서 대기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무리를 해서 대규모의 2차 전지 공장을 건설 중이었다. 노트북과 휴대전화 등에 쓰이는 충전지공장이었다. 그런데 김성종의 연료전지 기술이 무료로 배포되어 상용화되면 아버지의 회사가 졸지에 망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니, 연료전지 기술을 무료로 배포하지 말고 한동안 특허료를 비싸게 받아 충전지 시장과 에너지 시장의 급작스런 혼란을 막아달라는 부탁이었다.
하지만 김성종은 그 부탁도 단호히 거절했다. 사정은 이해가 되지만 보다 큰 세상의 발전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김성종은 누구나 기름 값 걱정 없이 무공해자동차를 탈 수 있는 시대, 물로 발전을 한 값싼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김성종의 거절에 첨밀밀은 처음에는 화가 난 것 같더니 곧 평정을 되찾았다.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라는 반응이었다. 두던 바둑이니 마저 끝내고 돌아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칩을 틈틈이 집어 먹어가며 바둑을 두던 김성종이, 갑자칩이 거의 다 바닥났을 무렵 갑자기 배를 움켜쥐며 쓰러졌다. 김성종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곧 사망했다. 사망원인은 독약 중독이었다. 소량으로도 치명적인 맹독성 독약을 먹은 것이었다.
경찰은 김성종이 먹다만 갑자칩을 수거해 분석을 했으나 감자칩에서는 독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 감자칩을 집어 먹은 손가락과 입 안에서는 독성분이 검출되었는데 감자칩과 감자칩 봉투에서는 독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또, 감자칩은 김성종이 먹기 전에 보안요원들에 의해 철저히 검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독약이 묻어 있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
국정원의 은요일이 요원이 수사를 시작했다.
다행이도 김성종의 연료전지 기술이 외부로 유출된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김성종의 죽음으로 연료전지 기술이 완성되는데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릴 것으로 판단되었다. 결국 그것이 암살자의 목표였던 것이다.
김성종의 방에 설치되어 있는 감시카메라의 테이프를 살펴보니 김성종은 바둑을 두는 내내 감자칩 이외에는 물 한잔 마시지 않았다. 화장실에 조차 다녀온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독살된 것이었다.
[문제] 김성종은 누구에게 어떻게 독살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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