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화씨는 민물낚시 광이었다. 여름이 되자 정석화씨는 주말마다 전국의 호수와 강가를 찾아다니며 낚시를 하고 있었다.
일요일 새벽, 집에서 출발한 정석화씨는 충남 청양의 칠갑산에 있는 천장호수를 향해 차를 몰아갔다. 칠갑산 근처에 거의 도착했을 때서야 날아 서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길을 한참 달렸는데도 호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길을 잘못 들은 것 같았다. 마려운 대변을 꾹 참고 있던 정석화씨는 이제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손에 휴지를 쥔 채 차에서 내린 정석화씨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숲속으로 달려갔다. 정석화씨는 소나무 뒤에 멈춰 급히 바지를 내리고 쪼그려 앉아 일을 봤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갑자기 엉덩이가 가려워오기 시작했다. 정석화씨가 엉덩이를 긁는 순간 주변 여기저기서 ‘윙-’ 소리가 났다. 모기떼였다.
“뭐야! 벌써부터? 기상이변 때문인가?”
모기들이 극성을 부리기에는 아직 철이 이른 것 같은데 여러 마리의 모기들이 정석화씨의 엉덩이 주변을 맴돌며 피를 빨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손을 저어 모기떼를 ㅤㅉㅗㅈ고 나서 모기에 물린 엉덩이를 손으로 더듬어보니 금방 여러 개의 작은 혹이 생겨 있었다.
“제기랄!”
정석화씨는 모기 때문에 편히 일을 볼 수 없어 급히 마무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석화씨의 눈에 이상한 물체가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50미터쯤 앞에 공터가 있었고 그 한구석에 벤치가 놓여 있었는데 벤치 옆에 뭔가 이상한 것이 놓여 있었다. 호기심이 생긴 정석화씨는 공터의 벤치를 향해 걸어갔다.
“아니!”
벤치 옆에 쓰러져 있는 것은 반바지에 반팔티를 입은 20대 중반의 여자였다.
어젯밤 사망한 여자는 중국인으로 ㅁㅇ조직의 일원인 서미애였다.
국정원의 은요일 요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의사가 서미애의 시체를 검안하고 있었다. 의사는 경찰청에서 파견된 과학수사반원들과 함께 시체를 흰 천 위에 옮겨놓고 옷을 모두 벗긴 뒤 허연 알몸을 꼼꼼히 살피는 중이었다.
“사인이 뭔 거 같습니까?”
은요일 요원이 의사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글쎄요? 보시다시피 피부에는 어떤 외상도 없습니다. 목이 졸린 흔적도 없고…”
타살의 흔적을 찾아내려고 그러는지 의사는 돋보기로 죽은 여자의 하얀 피부, 그리고 피부에 나있는 솜털의 결까지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
“어? 이게 뭐야. 약물중독인가?”
의사가 죽은 여자의 팔에서 주사자국 하나를 찾아냈다.
“여기 주사기도 있습니다.”
시체주변을 살피던 과학수사반원 한명이 작은 주사기를 발견하고 소리를 질렀다.
시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옮겨 부검을 한 결과 사인은 역시 ㅁㅇ중독이었다. 죽은 여자는 ㅁㅇ조직의 일원이기는 했지만 ㅁㅇ중독자는 아니었는데 치사량의 ㅁㅇ을 투약했다.
죽은 서미애가 어젯밤 집을 나간 것은 오후 6시께였다. 같이 살고 있는 중국인 친구는 서미애가 ㅁㅇ조직의 일원인 김성종의 전화를 받고 나갔다고 했다.
서미애는 최근 ㅁㅇ조직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그 때문에 조직원들에게 살해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유력한 용의자인 김성종은 절대 자신은 살인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라는 것이었다.
“어제 제가 전화로 서미애를 불러낸 것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자동차에 태워 충남 청양에 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결코 서미애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저와 서미애는 애인사이였는데 서미애가 조직을 떠나려고 해서 그 이유를 알아보려고 남들의 눈에 띄지 않는 한적한 곳으로 데려갔던 겁니다. 우리는 한적한 곳에 자동차를 세우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했는데 대화가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어느 순간 갑자기 서미애가 자동차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제가 곧바로 따라 갔지만 밤이라서 어디로 갔는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혼자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뒤 서미애가 칠갑산 인근을 헤매고 다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가지고 있던 ㅁㅇ을 다량 투약해 ■■을 했다 이거군요.”
“예. 바로 그겁니다!”
“거짓말 하지 마!”
그렇게 말하며 은요일 요원이 김성종의 앞에 서미애의 시체 사진을 펼쳐놓았다. 죽은 서미애의 발과 종아리, 허벅지, 손, 팔목 등을 클로즈업해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 사진들을 꼼꼼히 들여다봐요. 뭔가 보이는 거 없습니까?”
“뭘 말입니까? 제 눈엔 아무 것도 안 보이는데…”
“바로 그겁니다. 여름 밤, ㅁㅇ에 중독되어 산속에서 서서히 죽어간 여자의 피부가 어떻게 이렇게 깨끗할 수 있죠?”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죽은 서미애는 산속에서 ■■을 한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치사량의 ㅁㅇ으로 살해된 뒤 시체가 발견된 장소로 옮겨졌다는 말입니다. 이 알몸 사진들이 그 사실을 말해주고 있잖아요, 이 사진들이! 죽은 시체가 제 발로 걸어서 사건현장에 가지는 않았을 테고, 바로 당신이 서미애를 죽여서 나중에 시체를 칠갑산으로 옮긴 거잖아? 이 사진들을 보고도 발뺌을 할 겁니까!”
“도대체 이 사진들이 어떻다고…?”
김성종은 아무리 사진을 들여다봐도 은요일 요원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통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문제] 은요일 요원은 서미애가 다른 곳에서 살해된 뒤 나중에 시체가 발견된 곳으로 옮겨졌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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