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게임 콘솔이 게임업계의 지형을 새로이 정의내렸는가 질문해보면,
보통 다음과 같은 대답들을 얻을 것이다:
'아타리 2600' 이 아케이드 게임들을 거실로 불러들였고,
'패미컴 (NES)' 이 게임업계를 부활시켰으며,
'플레이스테이션'이 아이들의 장난감 수준에서 비디오 게임을 벗어나게 해주며 그 지평을 확대시켰다고 말이다.
모두 맞는 말이기는 하다.
그러나 빠르게 변화하고 되풀이되는 성질을 가진 게임업계로서는....
이런 대답은 이제, 너무 구태의연한 대답이라는 의문이 든다.
'워크맨(Walkman)'이 음악 소비 문화를 바꿔놓은 것은 맞다.
그러나 그와 마찬가지로, 음악 소비 문화를 '아이팟(iPod)'이 스스로의 힘으로 바꿔놓았다고 말하길 주저하는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다.
변화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태도는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특히 그 '변화'라는 것이, 요즘에 와서 생긴 불편함에 의한 것으로 규정된다면 말이다.
DRM, 소액결제, 캐쉬템...등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아니면 저 세 가지 모두를 조합해서, 사랑받던 프랜차이즈를 망쳐버리던가.
그러나 그런 변화들은 차치하고라도,
오늘날의 게임 시장은 두 세대 전의 분위기와 비교해 엄청나게 달라졌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요즘 트렌드는 블록키한(blocky; 건장한) 사람들을 앞세운 대작 게임들에 의해 규정되고 있다.
군인들, 우주 해병대들....
그리고 '마인크래프트'의 경우는, 말 그래도 '블록'으로 만들어진 사람들이기도 하고...
게다가 더 중요한 것은, 이 게임들이 모두 서구권에서 개발된 게임들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오리지널 Xbox 에 의해 규정되고 만들어진 문화의 이동이다.
지난 2000년 3월,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Game Developer’s Conference) 에서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였던 빌 게이츠가 무대에 올라 '엑스박스(Xbox)'를 발표했다.
DirectX API 를 기반으로 하는 게임 콘솔이었다.
Xbox 의 발표 당시 일반적인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사람들은 컴퓨터 회사가 거실로 침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리고 '플레이스테이션 2'는 당시 사람들이 바란다고 생각하던 것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바이오 해저드', '파이널 판타지', '메탈 기어 솔리드' ....
마이크로소프트가 발붙일 공간은 전혀 없어보였다.
지금보다 젊은 모습의 빌 게이츠. 아직 자선행위에 그 막대한 재산을 쏟아붓기 전이다.
오리지널 Xbox 는 2001 년 11월 14일에서야 출시되었다.
처음 발표되고, 18개월을 꽉 채운 후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사이의 기간 동안 게임 개발사들이 Xbox 를 지원하게끔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일본 개발사들의 지원을 확보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콘솔 개발에 있어서는 그것이 생명줄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가 확보한 일본 개발사들의 폭발적인 지원은 그저 단기간에 불과했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 그리고 장르를 새로이 규정하며 새롭게 그려진 '닌자 가이덴'을 만들어낸
'팀 닌자'라는 예외가 있긴 했지만 말이다.
일본 개발사들의 지원은 완전히 전무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겉치레에 불과했다.
'바이오 해저드 4', '파이널 판타지 12' 같은 대형 히트작들은 결코 Xbox 로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메탈 기어 솔리드 2: 서브스탠스 (Metal Gear Solid 2: Substance)' 는 처음에는 Xbox 독점작이었지만,
결국에는 PS2 와 PC 로도 나오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의 생각으로는,
Xbox 는 그저 돈 낭비이고, 실패로 돌아갈 콘솔 게임업계 진출이 되었어야 했다.
Xbox는 '카시오 루피 (Casio Loopy)' 와 '필립스 CD-i' 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놀림도 받았다.
그러나 Xbox 브랜드는 그것을 견디어냈고, 많은 사람들이 불가능하지 않냐며 의심했던 수준까지 나아갔다.
플레이스테이션이라고 해도 결코 무시못할 충분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것이다.
피핀(Pippin)은 그 브랜드 홍보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긴 했지만.
Xbox보다 수 년 전, 전자기기 업체이지만 게임사업에는 문외한이었던 소니는
콘솔 게임 업계로 진출하면서 아직 미지의 영역이었던 19세~24세 연령층을 공략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역시 문외한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소니가 했던 일을 똑같이 따라하며
아이들에게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무언가를 주문하는 것은
비디오 게임계에 있어서는 마치,
툭 하면 흥분하는 나이먹은 삼촌같은 이미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이미지만 강화시켰을 뿐이었다.
시장과 소비자들에게 깊이 다가가기 위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독창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box 의 원래 비전을 강화해나갔다.
DirectXbox 는 윈도우즈에 친숙한 개발사들이 쉽게 개발할 수 있도록 만든 콘솔이다.
개발사들은 Xbox 이전에도 PC 스타일의 게임들을 콘솔로 내려고 했었지만,
조악한 컨트롤 방식과 유저 친화적이지 않은 디자인들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컨트롤러 입력체계의 한계를 미리 염두에 두고 설계하지 않은 게임들은 거의 다 그랬다.
이런 트랜드는 Xbox 독점작 FPS 게임 '헤일로: 컴뱃 이볼브드 (헤일로 1편)'에 의해 혁파되었다.
'헤일로'는 직관적이며, 콘솔 친화적이고, 듀얼 아날로그 스틱 조작 체계를 갖춘 게임이었다.
이 Xbox 의 구세주는 한때 Mac OS 와 Windows 로 출시될 뻔 했지만, 구사일생으로 Xbox 로 나오게 된 것이었다.
서구권 게임들, 특히 1인칭 슈터 게임들 (FPS) 은
'헤일로' 이전에도 콘솔에서 조금은 성공을 거두었었다.
'튜록(Turok)' 시리즈라든가, 레어(Rare)의 호평작 '골든아이(Goldeneye)' 등이 있었던 것이다.
EA 가 매년 내는 스포츠 게임 라인업이라든가, '툼 레이더' 같은 프랜차이즈 물도
서구권 개발사들이 만든 게임으로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당시 대부분의 가정용 콘솔 비지니스는 일본산 소프트웨어와 동의어나 마찬가지였다.
닌텐도, 스퀘어소프트, 캡콤, 남코, 세가....
'헤일로'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이 게임은 그저 콘솔용 FPS 게임들을 좀 더 할 만하게 만든 게임 하나에 불과하다.
그러나 큰 맥락에서 '헤일로'를 바라보면, 이것은 콘솔 FPS 게임이 트렌드로 굳혀지는 것을 의미했다.
그 트렌드는 너무나 영향력이 지대해서, 콘솔이 FPS 장르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이끌어내기까지 했다.
'헤일로'는 콘솔로 FPS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게끔 처음으로 문을 열어젖힌 게임이었다.
서구권의 게임 취향도 변화하고 있었다.
"헤일로-킬러" 라는 용어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고,
Xbox 는 콘솔 FPS 를 재탄생시킨 콘솔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FPS 라는 장르가 (대부분 서구권 문화의 장르)
게임업계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으로서 굳혀진 것이었다.
'헤일로'는 그저 한 편의 게임만이 아니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강력한 홍보력과 결탁해서,
'헤일로'는 극복해야 할 "바로 그 게임 (the game)"이 되었고,
가정용 콘솔에서 FPS 게임 유행을 이끈 큰 축으로서의 이름이 되었다.
우리가 시장점유율을 가져왔다! 엉뚱하게 '실시간 전략 게임'으로 나가지 말자구!
예전 그 어느 때보다도 더 FPS를 콘솔에 맞게 잘 만든 것으로 '헤일로'가 온통 찬사를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물론 그 어느 때보다더 더 강력한 마케팅 덕분이기도 했지만)
바이오웨어의 '스타워즈: 구 공화국 기사단 (Star Wars: Knights of the Old Republic, KotOR)' 도 PC RPG 게임으로서 똑같은 일을 해 주었다.
'구 공화국 기사단'은 콘솔에서 PC RPG 장르가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천편일률적인 카메라 시점과 텍스트가 빽빽한 대화 분기 등 PC RPG의 특징을 바꿔놓으며,
3인칭 카메라 시점, 시네마틱한 스타일, 100% 성우 더빙된 대화를 도입한 것이었다.
"서구권 RPG (Western RPG)" 라는 용어는 당시도 존재했다.
그러나 콘솔 유저들이 익숙해 있던 '일본식 RPG (Japanese RPG)' 로부터 이런 종류의 RPG를 차별화시키며
'서구권 RPG' 라는 용어를 더 널리 쓰이게 만든 것은
KotOR 같은 게임들의 출시 때문이었다.
바이오웨어의 스토리(대사 문장 등)는 세련되고 멋지면서도 위트가 가득했고,
이런 것은 당시 아니메(Anime) 등급을 받는 일본 게임들의 영어 더빙에서는 나올 수가 없는 대사들이었다.
또한 서구권 개발사들은 차기작 게임에 대해 개발사들이 팬들에게 직접 말을 해 주었는데,
여기에는 뭔가 속이 뻥 뚫리는 투명성이 있었다.
그와 대조적으로, 일본 퍼블리셔들은 좌절스러울 정도로 비밀주의였었다.
일본에 있는 개발사들로부터는 차기작에 대한 단편적인 정보 쪼가리 하나도 귀중한 보물 취급을 받았고,
심지어 일본에는 이미 게임이 출시되었는데
여기(미국)에 로컬라이징(현지화) 되어 나오려면 몇 달을 더 기다려야만 했었다.
팬들은 그동안 데모 디스크라든가 희망섞인 상상만으로 버텨야만 했다.
콘솔에서 서구권 RPG의 성공이 JRPG의 변화로 이어져야만 한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이러한 전(前) PC RPG 들이 어떻게 서구권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해가 안됐던 것은, 어떻게 서구 시장에 이렇게까지 일본 게임의 영향력이 컸었던가 하는 점이었다.
외국 영화의 더빙된 버전을 보려는 영화광들로 극장이 꽉 차는 일은 없다.
헐리우드 최신작을 보려는 사람들로 극장이 꽉 차긴 하지만 말이다. 관객들에게 바로 대사가 전달되는 영화들 말이다.
그런 헐리우드 영화들은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고,
또 그런 영화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아니면 인종차별적이지 않은 좋은 일을 한다고 스스로 생각했던 사람들이었던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하나하나 보면,
'헤일로'와 '구 공화국 기사단'은 서구권 게임들을 콘솔 중심의 대중시장으로 진출시키는 데 성공을 촉발시킨 두 편의 게임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진출은, 뒤이어, 서구권 개발사들을 위해 Xbox 가 만들어놓은 개발자 친화적인 환경으로 더 촉진되었다.
그렇게 콘솔로 진출한 대다수는 PC 게임 개발을 오랫동안 해온 베테랑 개발사들이었다.
가정용 콘솔에 서구권 게임들이 범람하게 된 것은,
이 두 편의 게임과 같은 장르 개척자들이 프레임워크를 깔아준 덕분이다.
(게임 메카닉/조작성/콘솔 친화적 UI)
또한 가정용 콘솔 시장에 전통적인 PC 게임들에 대한 엄청난(미지의) 수요층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디오 게임 업계에서 Xbox 의 위치를 확고하게 만들어준 '헤일로'와 '구 공화국 기사단'의 성공 기반 위에서 만들어진 것은
더 폭이 넓어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게임계의 트렌드 변화였으며,
이로 인해 서구권 개발사들이 가정용 콘솔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데
주춧돌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페이블'에서는 참으로 엄청난 약속들이 있기는 했다. 이제 우리는 앞으로 이 따위(주-페이블 레전드)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오늘날, 앞으로 나올 대작 게임들은
대부분 서구권 (예전에는 PC 중심의) 시리즈들이다.
'엘더 스크롤', '콜 오브 듀티' 등이 그렇다.
심지어 일본에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퍼블리셔들도 서구권 시장을 위해 서구권 컨텐츠 개발을 우선시하고 있다.
스퀘어 에닉스는 '툼 레이더'를 강력하게 밀어부치고 있고,
소니 역시 최근 가장 큰 히트작은 서구권 개발사가 만든 '라스트 오브 어스' 이다.
이런 게임들은 대부분, 그 영화적인 성향 덕분에 헐리우드 블록버스터와 비견되고는 한다.
그러나 이런 게임들은 또한 헐리우드 영화들과 동일한 역할을 해 내고 있다:
그 지역 관객들을 위해 그 지역 사람이 만든 컨텐츠라는 점이 그것이다.
오리지널 Xbox 는 서구권 게임들이 PC에서 콘솔로 점프하도록 만들어준 트로이의 목마였다.
많은 IP 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좁은 시장을 벗어나 주류 시장으로 이동을 의미했다.
서구권 게임 매장에서 일본산 게임들에 대한 서구권 게임들의 비율은
서구권 유저들의 취향을 고려해서 만들어진 게임들에 얼마나 많은 대중들이 끌리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오늘날, 일본 게임사 간부들은 게임 쇼 무대에 비틀비틀 올라와 서구권 유저들에게 이렇게 호소하고는 한다.
"제발 기대해 주세요. (please be excited)"
Xbox 가 없었던 시절에는 전혀 상상도 못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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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이런글에서까지 까야 성질이 풀리나요? 엑원때문에 누구친한분이라도 돌아가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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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박스360에서 이루어놓은 모래성을 엑스박스원으로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마소도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네요. 헤일로도 헤일로컬렉션으로 프랜챠이즈에 심각한 타격을 받았는데 아마도 헤일로5도 이러한 미완성상태로 나온다면 헤일로라는 게임은 더 이상 엑스박스를 이끌어주지는 못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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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박이 나오기 전 = 총질을 패드로 왜 하냐? 마우스랑 키보드WASD가 더 정확하고 좋지 엑박이 나온 후 = 아 이 게임 패드안먹음? 패드 지원 안함? 트리거로 총질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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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ndingOfIsaac(arek****)///너님이야 말로 의심이나 민감한거 아님??? 엑스박스 이미지 깎이는게 걱정되는 투로 말하는데 그걸 까는 의미로 해석하는 너님이야 말로 까는걸로 보일 여지도 생기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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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얘기지만 여기 내용은 콘솔에서의 내용인데 자꾸만 딴소리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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