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일요일 아침에 일어났는데 어째선지 감기기운이 돌더군요. 에어컨때문인가.
아 이럴땐 힐링이 필요해!! 하면서 플스를 켰습니다. 역시 타이틀은 대표적 힐링게임 저니...
거의 몇달만에 가동해보는것 같은데 과연 하는사람이 있기나 할지 걱정되더군요.
처음 스테이지 시작해서 백색 망토로 갈아입을까 하다가, 에이 오랜만에 하는거니 걍 갈색으로 하자 하고 그대로 시작.
로비에 해당하는 다리연결하는 곳에서 놀랍게도 다른 유저를 만났습니다.
망토를 보아하니 그사람도 플레이회차는 다 채운것 같더군요.
이전까지의 제 저니 멀티 경험이란게, 가장 기억나는게 두개인데 하나는 처음으로 다회차 플레이한사람을 만나서 그사람이 저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면서 온갖 숨겨진 요소 다 가르쳐주었던 거랑,
또하나는 제가 백색망토 입게된 뒤에 거의 초회차 플레이하는 사람 만나서 제가 그사람 데리고 다니면서 제가 배운거 또 다 가르쳐주고 했던 것이었습니다.
근데 이사람은 둘다 아니고 망토보니 이사람도 알거 다 아는것 같아서, 첨에는 에 뭐 굳이 내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되겠구나...걍 내갈길 가자 생각했습니다.
근데 어찌저찌하다보니 결국 같이 가게 되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조금은 어색한 동행... 다만 둘다 여유가 느껴지더군요. 그사람도 어차피 회차 다 채운마당에 진행에 조급해하지는 않는것 같고.
근데 이사람 뭔가 좀 이상했습니다.
서로 알고있는건 비슷한것 같은데, 따라오라고 해서 뭐지 내가 모르는건가... 따라가보면 걍 별거 없고 경치가 좋은 곳이고... 또 따라오라고 해서 따라가면 그저 높은 언덕같은곳...
물론 문자는 기본으로 다 먹구요...
근데 저보다 먼저 메인 진행루트에 앞서가지는 않더군요. 항상 제가 앞서가기를 기다리는듯한.
음... 뭐지?;; 앞서가라는건가...
해서 묵묵히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 이사람은 요란하게 띵띵디딩 거리면서 따라오고... 저는 조금 과묵하게 딩딩 하면서 살짝 앞서가고...
뭐 아무튼 이런 여정의 반복;;
왠지 이건... 마치 남녀사이 데이트같은;;;
암튼 그렇게.. 때로 떨어졌다가 또 다시 만나 회상 같이 보고 또 같이 걷다가 하는 식의 진행... 여전히 제가 앞서가고 그사람은 뒤에서 띵띠딩 거리면서 따라오고;
눈내리는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가니까 어느새 어색한건 사라지고... 꼭같이 붙어다니게 되더군요
그러면서도 점점 강해져가는 생각... 이사람 여자분인가??
플스 넷플 하면서 여자랑 게임해본적이 없는데...(철권밖에 안하잖아) 하기사 저니라면 여성분들도 좋아할 게임이기는 하지....
암튼 어느새 정이 들고, 마침내 마지막 스테이지.... 서로 무사한걸 신호로 알리면서 승천 슈슈슝~~
천천히 비행을 즐기다가 마지막 그 빛의 통로에서는 좋다고 둘다 신호 마구마구 날리면서 하늘을 나는게 그 모습이 마치 눈부시게 빛나는 용 두마리가 어울리는듯 하더군요
절정이라는 느낌이랄까... 감정이 폭풍치는 느낌... 한두번 플레이한 저니도 아닌데 또 이런 감동을 주다니...
그리고 마침내 착지한 종착점 앞 마지막 눈밭... 상대유저가 몇번 신호를 보내더니, 눈밭에 큰 하트를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아 뭘 또 닭살돋게시리 이런걸 그려 //_ // 그러면서 드는 오만가지 생각... 여자겠지? 그래 여자일꺼야 남자는 보통 모르는사람한테 이런거 안보내잖아. 근데 만약 남자면.. 남자면... 내가 느낀건 대체... 나, 나의 정체성에 혼란이...!!!
하지만 다음 순간 어느새 저는 그 하트 위에 더 큰 하트를 덧그리고 있었습니다. 네가 남자건 여자간 더이상 상관없어
그리고 또 만나자라는 의미로 뫼비우스의 고리를 그려주고... 그러자 상대방도 똑같이 그 위에 더큰 고리를 덧그림.
그리고 아주 천천히 분화구? 속으로 들어가고 마침내 엔딩...
물론 엔딩따위는 관심없었습니다... 문제는 상대방의 아이디가 무엇인가!! 나의 정체성은 무사할 것인가!!
그리고 잠시후 뜨는 플레이어 아이디 : KARENYNA
휴 일단 다행이다... 남자아이디는 아닌것 같다. 카레니나 인가? 여자이름으로 들어본것 같다. 러시아쪽인가...
프로필을 보니 언어는 영어/포르투갈어였습니다. 오.... 섹시한 남미계 언냐인건가? 아바타 또한 귀엽지 않은가...
트로피를 비교해보니 대략 하는게임이 오오카미, 댄스스포츠, 리빅플래닛 등등... 이정도면 뭐 99퍼 여성유저...
반면 내가 한 게임들은 철권, DOA, 캐서린, 라스트오브어스, 갓오브워, 언차, 솔칼, 데드스페이스 등등... 이건 누가봐도 남자;;
그리고 얼마 안있어 PSN으로 메일이 날라왔습니다. 대략 다음과 같음
대충 굉장한 게임이었다, 한사람과 완주해본 것이 처음이다, 플레이해줘서 고맙다 이런내용.
이에 저도 대략 답장을 보내줬습니다. 그렇게 말해줘서 기쁘고 영광이다. 몇달만에 플레이하는터라 누굴 만날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최고의 파트너를 만났다. 또 만날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대략 오래간만의 여정을 마무리했다는 설.
이미 트로피도 다 딴 마당에 그냥 저니의 그래픽과 음악이나 들으려고 틀었지만, 또다시 멀티에서 새로운 감동을 줄줄은 몰랐네요. 과연 명작은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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