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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그 도서관을 특별하게 하는가
인류 역사에서 건축물이 고대부터 현대까지 남아 있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외관뿐 아니라 소장품에 특별한 가치를 둔 건물이라면 더 어려울 것이고, 소장품이 전란에 취약한 도서관이 2천년이 넘게 유지됐다면 그게 더 불가사의일 것입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라진 고대 도서관은 수없이 많은데, 유독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위대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묘사화, 오토 폰 코르빈, 19세기, 출처: https://www.egypttoursportal.com/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기원전 3세기 경에 건립되어, 50만권 이상의 장서가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수많은 학자, 시인, 과학자들이 근무하며 분관까지 설립할 정도로 성장했으나, 5세기 전에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떤 문명의 기록이든 소실된 자료는 우리에게 아쉬움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아마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고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지식의 중심이었던 터라, 지식의 보고에 더불어 상실의 대표성도 함께 띠게 되었을 것입니다.
영원히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애달픔은 미뤄두더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하나쯤 떠올리실 것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게임 디자이너들은 게임 내에서 무엇이 어떤 효과를 주도록 정할 때, 그 둘 사이의 개연성에 늘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상징이 플레이어에게도 같은 인상을 확실히 주고 있다면, 아주 기특한 소재가 될 수밖에 없겠지요.
디자이너 비탈 라세르다는 자기가 재미있어하는 분야를 파고들어 게임으로 만듭니다. 주제를 정하면 몇 달 동안 탐구하고, 방대한 분량의 노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예술과 과학, 음악, 스포츠 등, 관심 분야가 넓은 그에게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언젠가 다룰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주제였을 것입니다. 작가는 이 게임의 기획 의도를 이렇게 남겼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이야기는 그저 먼 과거의 역사에 그치지 않고, 지식이 얼마나 쉽게 부서지는가를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문명은 우연히 전진하지 않습니다. 배우고, 기록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지식을 보호하기로 한 이들 덕분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전례 없는 정보의 시대인 동시에, 겪어보지 못한 상실과 소음, 수정의 시대입니다. 책은 사라지고, 기록은 희미해지며, 진실은 다투어야 하는 대상이 되면서 지식의 전 분야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우리에게 지식의 보존이 지식의 발견만큼이나 위대한 일이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 게임에서 여러분은 군대나 기념비를 세우는 대신, 유산을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싸울 상대도 적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입니다. 문헌을 보존하고, 지식을 기록하는 것. 그것이 알렉산드리아의 사서로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이자,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도서관? 박물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아홉 자매 여신 무사이 – 창작의 뮤즈들에게 헌정된 무세이온 신전의 부속 기관이었습니다. 게임 커버 아트의 그녀들이 아홉 여신, 영어에서 음악과 박물관의 어원인 무사이입니다.
비탈 라세르다만큼이나 두터운 팬층을 지닌 아트 디자이너 이안 오툴은 열성적인 게임 플레이어이기에, 복잡한 전략 게임일수록 테스트 플레이를 하며 게임 구성 요소들의 상호작용을 연구합니다. 이 섬세함은 커버 아트에도 반영되었는데, 아홉 뮤즈의 특기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담았습니다. 뮤즈의 악기, 가면, 지구 등의 소품은 로마 시대 조각상에도 종종 그 뮤즈를 표현하는 상징물로 쓰이지만, 하늘을 바라보는 천문학의 우라니아 밑으로, 희극과 비극을 담당하는 뮤즈들이 각자 가면을 들고 교차하며 아홉 뮤즈가 대칭을 이루는 형태가 독창적입니다. 그 배치를 신전 지붕 삼각형 공간의 부조로 표현하여 이 게임의 느낌을 알리고, 제한적인 표지 공간에 무리하게 다 넣지 않고 두 명의 뮤즈는 게임 상자의 옆면에 둔 세심함은 결국 그가 게이머여서 가능한 일일 것입니다.
무세이온에는 도서관뿐 아니라, 대학, 회의실, 정원, 숙소, 어쩌면 동물원까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학자들의 편의시설로 출발한 도서관이 후세로 오면서 무세이온보다 더 유명해졌고, 사실 이 게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무세이온 전체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세이온은 왕실 구역인 브루케이온에 있었다고 합니다. 지중해를 바라봤을 때, 오른쪽에는 왕궁이, 정면에는 항구가 있는 지역이었습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게임 보드는 무세이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운데 직사각형이 도서관이고, 그 주변에는 부두와 학당, 기록실, 정원, 아카데미, 왕궁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서로서의 우리가 시간을 쓰며 특정 행동을 할 장소입니다.
항구 도시에서의 사서의 삶
기원전 25년경, 고대 철학자이자 지리학자인 스트라본은 알렉산드리아에 5년간 머물렀습니다. 그는 저서에서 알렉산드리아를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이 도시의 이점은 여러가지입니다. 북쪽으로는 이집트해, 남쪽으로는 마레오티스 호수에서 물이 들어오는데, 이 호수는 나일강으로부터 흘러오는 여러 운하를 통해 물이 채워집니다. 이 운하를 통해 들어오는 상품의 양이 바다와 직접 연결되는 항구보다 훨씬 많습니다.” <스트라본 『지리학』 17권, 웬델 헌니컷, 텍사스대 알링턴>
지역 자료 보존 역할의 다른 도서관과 달리,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다른 나라의 기록물도 수집했습니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은 각지에 수집가들을 파견해 책을 구매하는 한편, 억지스러운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항구에 들어오는 배에서 책이 나오면, 일단 가져와서 보관할 가치가 있으면 적절한 보상과 함께 복사본을 내주고 원본은 도서관에 보관했습니다. 위대한 극작가들의 원고는 아테네에 거액의 보증금을 내고 원본을 빌려, 사본을 돌려주고 보증금을 포기해 손에 넣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렇게 온갖 수단으로 게임 룰북 첫머리의 “세상 모든 지식의 보고”라는 목표를 이루려 했습니다.
그런 도서관이 직장이라고 상상해 보세요. 기원전에 항해를 떠나려면, 그 많은 자료를 필사하고 번역하려면, 필경사를 쓸만하게 훈련시키려면, 도서관 최대 후원자인 왕의 칙명을 따르려면 –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사서는 무엇보다 시간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2천 년 후의 우리가 이 게임을 할 때 느끼듯 말입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비탈 라세르다의 게임은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는 정확히 디자이너의 의도와 일치합니다. ‘한 번만 플레이할 생각이라면, 미안하지만 내 게임과는 맞지 않는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했으니까요. 이 게임에서도 첫 게임을 완벽하게 하려 하지 말아 달라고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디자이너의 말대로 방법을 배우고 즐기기까지 시간(!)을 들이면, 첫 게임 때의 막막함은 금방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든든한 조력자가 있습니다.
한때 대부분의 전략 게임에는 텍스트가 많았지만, 즐기는 사람이 늘며 언어가 다양해지면서 그 자리를 아이콘이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림 실력뿐만 아니라 보드게임의 언어를 아이콘으로 만드는 것에도 독보적인 이안 오툴의 디자인 덕분에, 아이콘만 한번 눈에 익으면 진행이 훨씬 편해집니다.
게임 룰북에는 게임 내 사용된 것들과 실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연관성을 간략히 언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테마에서 멀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디자이너의 마음일 것입니다. 건너뛰지 말고 읽어보시면 게임 중에 부두 행동이 나와도, 여신에게 공물을 바치더라도, “이 게임 도서관 게임 아니었어?”라는 의아함이 줄어들 것입니다. 그 도서관이 원래 그랬던 곳이니까요.
비탈 라세르다는 본인의 게임 중 가장 좋아하는 게임은 바로 다음에 출시할 게임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현재 기준으로 비탈 라세르다의 최애 게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보드피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야기_1.webp](https://i2.ruliweb.com/img/26/03/04/19cb7ea363f57ea3a.webp)
![[보드피아]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이야기_2.webp](https://i2.ruliweb.com/img/26/03/04/19cb7ea40b257ea3a.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