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한 지 시간이 좀 지났지만 디아블로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3편이후 애정이 애증의 대상으로 되어버린 디아블로와 추락하는 블리자드사의 운명적 마지막 짐을 짊어진 채로 출시된 디아4는 다행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뭐랄까, 익숙하지만 그맛에 먹는 맛있는 단골집같은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 오픈베타 때는 살짝 실망했는데 본편을 길~게 즐기고 있다보니 확실히 게임성도 좋고 재미도 보장되는 게임입니다. 시간순삭기능은 덤인것 같고요. 그래서 오늘은 디아블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1 디아블로4가 나오기까지
간략하게 디아블로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PC버전을 기준으로 1996년에 첫 출시되었던 이 시리즈는 처음에는 액션과 RPG를 섞어놓은 괴상한 혼종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복잡한 RPG를 좀 더 직관적이고 심플한 액션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이 쉽고 확실한 재미를 보장했죠. 때문에 디아블로는 평단과 유저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액션RPG로서의 신기원을 열었던 작품으로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후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해 2000년 2가 발매되었고 1편의 호러감성 던전탐험 게임에서 좀 더 넓은 필드와 액션성이 강화된 디아블로2는 대중들에게 잊혀질 수 없는 각인을 새기게 되죠. (저 이때 당시 피방 알바했는데 저 출퇴근할 때마다 있는 골수 아재들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점을 찍은 디아블로는 2012년 세 번째 시리즈를 출시하게 됩니다. 흥행자체는 첫날 매출 500억대를 찍으며 제작비만큼을 모두 벌었다고는 했을 정도로 돈은 많이 벌었지만 평가는 그닥 좋지 못했습니다. 잦은 서버 다운은 둘째 치더라도 오색찬란한 색동옷으로 갈아입은 디아3은 특유의 고딕호러성이 없어지면서 전통성을 잃었다고 평가를 받죠. 게다가 스킬시스템도 전작들과 너무 다르고 파워업이 아닌 타입(TYPE)의 변형이었기에 RPG로서의 매력도 떨어졌습니다. 수면제라는 조롱도 받았고, 회사의 이미지도 (다른 몇 몇 사건들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지고 기사회생하기를 반복했죠. 이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블리자드를 외면하고 '포스트 디아블로'를 찾아 떠나는 유저들도 많이 생겼습니다. 그리고...결구 광야를 돌고 돌아 '디아블로4'가 돌아왔습니다.
-블리자드가 추억을 파는 법, 우리가 디아블로를 받아들이는 법 : https://blog.naver.com/rdgcwg/222517654952
2. 포스트 디아블로는 역시 디아블로였다
무려 13년만에 다시 돌아온 디아블로4에서 느껴질 수 있는 강력한 의지는 바로 '초심'이었습니다. 마치 '디아2'편의 대성공에서 모티브를 얻은 게임처럼 많은 것들이 '디아2'와 닮아있었습니다. 과장하자면 '디아2 리메이크' 상위호환버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다크한 분위기하며 여전한 클래스(직업)들과 캐릭터들의 모습, 게임 곳곳에 등장하는 익숙한 이름들과 빌런들까지 말이죠. 물론 확실히 차별화된 점들도 분명 있었습니다. 오픈월드로 게임을 확장하며 좀 더 넓은 탐험과 다양한 경험들을 제공했고, 그래픽의 퀄리티는 높였지만 최적화 역시 나쁘지 않았습니다. 스킬트리는 2편의 파워업 시스템을 따라가면서도 '패오엑'(패스 오브 엑자일)과 같은 시스템을 간소화해 접근성도 신경썼습니다. 대기열 혹은 접속장애문제는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지만 (멀티가 중심이 아닌 1편을 제외하고는) 역대 가장 쾌적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좀 더 개선의 방향성은 있지만 말이죠.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복귀작이라고생각합니다. 최근 저도 이 게임에 빠져 다른 것들은 손을 대고 싶어도 대지 못할정도니까 말이죠.
3. 디아블로의 시작은 던전에서 시작한다.
이 게임에서 가장 뛰어난 점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제가 이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던 것은 바로 던전을 둘러보면서입니다. 처음 오픈월드게임이라는 정보만 듣고 오픈베타로 게임을 접했을 때는 무슨 고퀄 모바일용게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악했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던전에 발을 들여놓고는 생각이 바뀌었죠. '디아블로'는 원래 시작이 '던전크롤러'형 게임이었던 점을 볼 때 최고의 장점역시 그 안에 숨어있었습니다. 폐쇄된 공간과 어둠이라는 조합에서 오는 긴장감과 공포(실제 1편은 액션보다 호러형에 방점이 찍혀있던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둠속에서 서서히 빛에 의해 드러나는 세부적인 디테일 등은 이번 '디아블로4'의 백미가 아닐까 하네요. 던전 던전마다 새로운 요소와 디자인들로 가득해 탐험하는 재미가 가득하고 저같이 길찾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딱 좋은 복잡하지 않은 것도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 어둠을 밝히는 각종 마법과 화려한 이펙트들이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디아블로'의 세계에 접신하고 있는 당신을 보게 될 것입니다.
-디아4 OBT : https://blog.naver.com/rdgcwg/223056186277
4. 로컬코옵 3인
원래 PC형 게임으로 출시되었지만 '디아블로'시리즈는 모두 콘솔로도 출시되었습니다. 그리고 콘솔에서는 모두 로컬코옵을 지원했죠. (로컬코옵은 한대의 기기에서 두 명 이상의 유저가 플레이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다만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경우 다른 기종에서는 로컬코옵이 지원되지 않았고 오직 '스위치'에서만 지원되었다고 하네요. 저역시 1편을 플스로 동생과 즐겼던 기억이 있습니다. 2와 3의 경우는 피씨로 즐겼기 때문에 온라인 코옵만 즐겼지만 최근 다시 디아블로4는 로컬코옵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저의 경우 디아블로4를 하나 사서 셋이서 즐기고 있는데 PS한대의 기기에서 로컬코옵으로 두명, 다른 한대의 기기를 주기기 설정을 변경해 사용해 정가에 사도 아깝지 않게 플레이하고 있네요.
사람의 유형에 따라 솔플이 더 좋을 수도 있고, 2인 플레이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파티원이 많을 수록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죠. 저는 디아블로4가 최고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바로 3인 코옵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제가 가장 많이 하는 코옵인원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코옵인원시 적당히 다양한 클래스가 모이면서 의견을 모으기에 적합하고 이동하기도 큰 불편이 느껴지지 않는 최적의 인원이죠. 무엇보다 사람이 많아지면 한 화면에 담기도 힘들고 스킬들이 난무하면 자신이 어디있는지조차 못알아볼 때가 많지만 3인이면 최고의 화려한 스킬난무를 감상하면서도 플레이하기 딱 좋은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뭐, 저의 경우는 그래서 3인 파티원일 때의 캐릭터랑 솔플일때의 캐릭터를 나눠서 키우는 편이지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궁굼하네요.
5. 다시 10년의 과정, 그리고 10년 후
우스갯 소리중에 '내가 10대일 때 '디아블로1'이 출시했고, 20대일 때 '디아블로2'가 출시했으며, 30대일 때 '디아블로3'이 출시되었다. 그리고 지금 40대가 되어 '디아블로4'가 출시되었으니, 이제 '디아블로5'는 내가 50대가 되면 출시 될 것이다.'라는 말을 하더군요. 참 공감가는 것이 제 나이대랑 비슷한 분이 하신 말씀인 것 같더군요. 제가 그렇거든요. 아마 실제로 다음 디아블로 정식넘버링 시리즈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어쩌면 몇 년 후 '디아블로4'의 열기가 사그러진 또다른 '포스트 디아블로'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다만 지금 이시간을 재미있게 즐기면 향후 새로운 디아블로(그것이 '포스트 디아블로'이든 정식 후속작이든)가 계속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당장은 패오엑2가 '디아블로'의 아성에 도전하지 않을까 싶네요.
-포스트 디아블로 찾기 : https://blog.naver.com/rdgcwg/222306269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