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 데드 리뎀션 2는 그야말로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습니다.
저도 전작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락스타의 게임들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미리 DL로 예약 구매를 하고 발매 당일 새벽 1시에 카운트 다운을 기다려 가며 플레이를 시작했지요.
그러나 처음 플레이를 시작하자 마자 드는 생각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왜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분명, 그들이 잘 몰라서, 게임을 어떻게 해야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지 몰라서 그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시다시피, 락스타 게임즈는 20년의 역사를 가진 전통있는 게임 개발사이고, GTA로 대표되는 오픈월드 게임의 명가로 불립니다.
게임을 검수하는 QA 뿐만아니라 순수하게 게임의 재미만을 검증하는 게임 테스터도 대규모로 고용하고 있을만한큼 큰 대형 개발사이니만치
'인터페이스나 시스템이 불편하다'는 의견은 내부에서도 여러 번 나왔을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몰라서' 가 아니라 '알면서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었습니다. 왜일까요?
현대적인 게임 디자인 관점에서 보자면 게임을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편리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유저가 손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게임 디자인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초짜도 아닌 '그' 락스타에서 왜 이런 불편함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첫날 3시간동안 레데리2를 플레이 해 보고 그 의도를 깨달았습니다.
이들은 '몰입감'을 위해 '편의성을 희생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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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보자면, 게임이 주는 '재미'란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하나는 '문제 해결의 재미' 이고 다른 하나는 '보상 획득의 재미' 입니다.
문제 해결의 재미란 그게 스테이지가 됐든, 적 몬스터가 됐든, 또다른 플레이어가 됐든, 게임에서 제시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 자체에서 느끼는 재미를 뜻합니다.
보상 획득의 재미란 그 문제 해결의 결과로 얻게 되는 달성감, 경험치, 캐릭터 성장, 또는 헐벗은 여캐 일러스트 등을 통해 얻는 재미지요.
모든 게임은 크게 봤을 때 이 두 가지의 재미 요소로 구성됩니다.
과거의 게임들은 이 두 가지의 재미 중 '문제 해결의 재미'에 더 집중했습니다. 옛날 옛적 오락실에서 즐기던 아케이드 게임들이 그랬죠.
보상이라고는 엔딩을 봤다는 달성감과, 하이스코어 랭킹에 이니셜을 새기는 것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의 재미'가 워낙 즐거웠기에 우리는 재미나게 게임을 즐겼죠.
하지만 시대가 발전하고, 게임 또한 발전하면서 점점 '보상 획득의 재미'가 커져가기 시작했습니다.
경험치를 얻고,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돈을 벌어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새로운 탱크를 얻고, 별 5개짜리 카드를 얻는 그 보상들.
그 보상이 점점 강화되면서 오히려 '문제 해결의 재미'가 축소되기 시작합니다.
지금에 와서는 이른바 '방치형 게임' 이라 불리는, 플레이 자체는 극단적으로 제한되고 보상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 장르까지 등장했을 정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변화를 부정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게임의 발전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니까요.)
콘솔게임은 아직 그 정도가 덜하긴 하지만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과정은 쉽게, 단순하게, 그렇지만 화려하게 보여주고 어떤 보상을 줄 것인지에 중점을 두어 신중하게 구성하는게 요즘의 추세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크 소울과 같이 게임플레이에 집중한 게임들이 오히려 반사적으로 특별한 사랑을 받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러한 발전의 과정에서 유저가 잃어버린 게 있습니다.
바로 몰입감이지요.
게임의 핵심이 '보상' 이 되면, 게임 자체에 몰입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더 좋은 보상, 더 효율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게임에 몰입하기 보다는 분석하고,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인터넷을 검색해 더 효율적인 레벨업 루트를 알아보고, 강화 재료를 모으기 위해 거지런을 돌고, 버그를 이용해서라도 최대한의 보상을 얻고자 노력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게임은 그저 '보상을 얻기 위한 도구' 가 되고, 유저는 게임 속의 세계에 푹 빠져들지 못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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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레드 데드 리뎀션2는 일부러 게임을 불편하게 만듦으로써 오히려 게임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았습니다.
그저 돈을 모아 손쉽게 가방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그 가방이 과연 가치있게 느껴질까요?
어떤 가죽이 필요한지 조사하고, 그 동물이 어디 사는지 찾고, 별 세개짜리 동물을 어렵사리 찾아 정해진 방법으로 잡아 완벽한 가죽을 얻었을 때
우리는 사냥꾼이 된 것 같은 몰입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업그레이드한 가방은 그저 단순히 돈 주고 산 가방과는 다른, 내가 고생해서 만든 가방으로써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오랫동안 타고 다니면서 친밀도를 높이고, 빗질도 해주고,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갈기도 멋지게 장식해 주고, 안장도 예쁘게 얹어놓은 말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은, 그저 단순히 돈을 주고 산 고레벨 말을 잃었을 때와는 다른 감정을 전해줍니다.
이 불편한 게임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그 세계에 푹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습니다.
자동 이동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말을 타고 돌아다녀야 하지만 그러다 보면 석양에 감탄하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습격을 받기도 하며, NPC의 속임수에 홀랑 당하기도 합니다.
총기 손질은 번거롭기 그지없지만 소홀히 했다가 중요한 순간에 총기가 오작동해서 진땀 빼는 상황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요.
불편함이 없었다면, 모든 게임 플레이가 매끈하게, 예측 불가능한 부분 없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었다면 느낄 수 없는 이 '예상 외의 순간들'은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세계를
마치 실제 세계처럼 받아들여지게 합니다. 당장 다음 일을 예측할 수 없는 현실 세계처럼요.
그리고 이렇게 유저가 세계 안에 빠져들게 되면, 락스타 게임즈의 대표적인 장점, 내러티브가 그 위력을 발휘합니다.
어느 새 유저는 먼 과거의 무법자 건슬링어의 고뇌에 공감하게 됩니다. 돈을 벌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목격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며,
때로는 찝찝한 살인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속시원한 복수를 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유저는 이 거친 갱단의 이야기에 녹아들어가게 됩니다.
아재 두 명이랑 나룻배에 올라타서 낚시를 하다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며 캠핑지로 돌아가는,
보상도 없고 스토리 진전이 있는것도 아닌, '게임 시스템'과는 1g도 관련없는 내용이 너무나 즐겁고 유쾌해집니다.
이게 바로 그들이 '일부러' 편의성을 희생한 이유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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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위험한 도전입니다.
'몰입감을 위해 일부러 게임을 불편하게 만들겠다' 자칫하면 게임이 완전히 망해버릴 수도 있는 도전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락스타는 아무렇지도 않게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이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시대착오적인 불편함을 일부러 넣어서 말이죠. 어지간한 깡으로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벌어놓은 돈이 많은 덕분도 있겠죠)
결국 락스타 게임즈의 최대 강점은 기술적 완성도도 아니고, 완성도 높은 내러티브도 아니었습니다.
온갖 단체에서 끊임없이 비난을 받고 욕을 먹어오면서도 20년 전부터 꾸준히 GTA나 불리, 맨헌트같은 소위 '문제작'들을 뚝심있게 만들어 오던
'배짱'이야말로 락스타 게임즈의 진짜 장점이던 겁니다.
일부러 게임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는 배짱.
그 배짱 덕분에 오늘도 우리는 다시 레드 데드 리뎀션2의 세계로 돌아갑니다.
탄띠는 무겁게 차고, 고삐는 가볍게 쥐고, 또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궁금해하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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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소감을 글로 써 보고 싶다는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라 늦은 시간에 한번 써 보았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니 그저 그러려니 하시면 됩니다.
다들 즐겜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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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이 좋긴 정말 좋은데 지나친 몰입감은 피로도가 너무 빨리 오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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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문화권에서는 X 또는 V를 선택(체크)로 사용하기떄문에 X버튼이 확인인 게임이 여럿 있습니다. 근데 게임 바뀔때마다 헷갈려서... 짜증이나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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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이라 하셨지만 지극히 논리적이고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는 엔딩까지 다 본 유저이고 제가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이 글을 읽고나서야 이해가 되네요. 3시간 플레이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통찰력에 감탄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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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말죽었을때 상실감 ㅜㅜ 공감가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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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이분이 쓰신글은 조작법이 아니라 게임 시스템상 신경써야하는 요소들의 불편함이 주 요지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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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감상이라 하셨지만 지극히 논리적이고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는 엔딩까지 다 본 유저이고 제가 플레이하면서 느꼈던 감정들이 이 글을 읽고나서야 이해가 되네요. 3시간 플레이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멋진 통찰력에 감탄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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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이 좋긴 정말 좋은데 지나친 몰입감은 피로도가 너무 빨리 오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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챕터2에서 포로인 애랑 같이 덥치러 갈 때 졸다가 일행이랑 떨어지면 미션 실패하는데 계속 졸아서 5~6번 다시 한 기억이 있네요 솔직히 졸릴때 하면 졸리네요 | 18.10.30 09:5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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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사드인
전적으로 동의합니다만 이분이 쓰신글은 조작법이 아니라 게임 시스템상 신경써야하는 요소들의 불편함이 주 요지인듯합니다. | 18.10.30 07:4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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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이거 플스로 GTA5도 안 해본 분이구만 | 18.10.30 08:5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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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님 엿먹은 건 맞는듯 ㅋㅋㅋ | 18.10.30 08:5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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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애플
영어 문화권에서는 X 또는 V를 선택(체크)로 사용하기떄문에 X버튼이 확인인 게임이 여럿 있습니다. 근데 게임 바뀔때마다 헷갈려서... 짜증이나기는 합니다 | 18.10.30 11: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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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30년 게임만하다보면 이런건 일도 아니에유~ | 18.10.30 11:2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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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2년전에 엑박겜 처음할때 느낀걸 지금 보네 | 18.10.30 18: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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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말죽었을때 상실감 ㅜㅜ 공감가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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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활로 잡았을거라 생각합니다. ㅎㅎㅎ | 18.10.30 11:2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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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 활은... 몬스터 잡는겁니다. 좋은 대화수단로 도끼나. 샷건이 있슴다. ㅌㅌㅌ | 18.10.30 11:4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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