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의 최강 페르소나 '사타나엘'은, 10~14세기 불가리아에서 번성한 기독교의 이단 종파 '보고밀파'의 창조신화에 등장하는 천사입니다.
신화에 따르면 신에게는 두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그리스도(또는 미카엘. 둘이 같은 존재라는 의견도 있음)이고 하나는 사타나엘이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사타나엘은 신에게 반란을 일으켰고, 그 벌로서 '엘'을 잃고 사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도와 신과 맞서 싸울 존재로 물질 세계를 만들었다고 하죠.
인간은 원래 영혼만 있는 존재였는데, 신을 섬기게 한다는 명목 하에 사타나엘이 그 육체를 만들어주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 사타나엘은 신과의 약속을 깨뜨리고, 인간들에게 신이 아닌 자신을 숭배하라고 가르쳤죠. 그로부터 그는 야훼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됩니다.
사악하고 포악했던 그는 이후 수많은 전쟁과 재앙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노아의 방주로 유명한 대홍수 역시 그의 소행이라고 보고밀파에서는 생각했다네요. 이에 신은 그리스도를 파견해 그를 몰아내도록 함으로써 이 세상을 구원했다고 합니다.
주인공의 페르소나가 아르센에서 뜬금없이 사타나엘로 변화한 것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어쩌면 최종보스 격파 후의 세계는 주인공에 의해 재창조된 세계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보고밀파의 창조신화에서 천지창조 자체는 신(진정한 신)이 한 것이 맞지만, 최소한 물질세계는 사타나엘이 만든 것으로 되어있기 때문이죠. 류지의 의미심장한 발언, 주변에 뻗어있는 붉은 노이즈 등은 바로 이 '재창조된 세계'를 암시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 문제가 되는 게 있습니다. 물질세계와 인간을 창조한 보고밀파 신화의 사타나엘은, 신의 명으로 이 세상에 강림한 그리스도에게 쫓겨나기 때문입니다.
만약 P4G 같은 완전판이나 P3FES 같은 후일담이 나온다면, 그리고 주인공의 페르소나가 보고밀파의 신화를 따라 만들어진 것이라면, 언뜻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인생의 승리자가 된 것처럼 보이던 주인공에게 큰 시련이 찾아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봅니다.
그러고 보니 P3 주인공의 페르소나는 구세주를 뜻하는 메사이어였죠?
(IP보기클릭)175.215.***.***
(IP보기클릭)2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