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인 드래곤즈 크라운이 드디어 발매되었습니다. 던파하니라 바빠서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어제 저녁시간에 살짝 해 본 여러가지 감상을 한 번 밝혀봅니다.
1. 모험의 추억속으로
가슴 두근두근하는 모험, 마지막으로 경험해 본 것이 언제신지요?
세계의 존망을 건 퀘스트가 걸린 주인공의 모험담을 우리는 수많은 RPG를 클리어하며 경험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세계를 구할 용사가 되어 악의 수괴를 물리치기 위해 기나긴 모험을 하게 되지요. 살짝 맛이 가버린 꽃미남, 유폐된 타천사, 지상에 대격변을 일으킨 강대한 존재, 대마왕, 어쨌든 우리는 명확한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RPG를 플레이합니다.
하지만 RPG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TRPG 플레이어의 입장은 좀 다릅니다. 그들에게 모험은 넘치는 모험심을 억누르지 못해 뛰쳐나간 후 겪는 새로운 경험이고, 그 출발은 보통은 트레쉬홀드 북부의 버려진 성 1층을 탐험하여 고블린과 슬라임에게 죽을 뻔하고 겨우 손에 넣은 300GP 가량의 보물을 보며 흐뭇하게 웃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단지 모험만 할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Epic한 동기부여같은 건 딱히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그랑디아1을 몹시 사랑하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모험심 넘치는 빨간머리 꼬마 저스틴이, 그냥 정말 모험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서 마을을 뛰쳐나와 세계의 끝을 넘어 신촌■를 탐험하고, 결국 그 사이 사건에 휘말려서 "하는 김에" 세계를 구원하는 이야기. 모험은 두근거림으로 시작하고, 장대한 업적으로 마무리지어지는 것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드래곤즈 크라운은 그런 두근거리는 첫 모험의 추억을 물씬 자극합니다. 주인공들은 그냥 모험이 하고 싶을 뿐입니다. 뭐 개인적으로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두근거리는 모험을 즐기기위해 모인, 여러분과 같은 한 명의 모험자니까요.
이런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 것은 게임 마스터에 의한 나레이션입니다. 고인이 된 타니구치 타카시가 차분한 말투로 분위기를 살려가며 스토리를 읆퍼줍니다. 그것도 마치 TRPG하던 시절 마스터링하듯이 말이죠. 등장 NPC들은 일부 음성이 녹음되어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대사는 마스터가 직접 설명투로 전달해주게 됩니다. 이게 의외로 분위기가 정말 굉장해서, 마치 먼 옛날 TRPG하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줍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첫 모험의 느낌을 100퍼센트는 아닙니다만 어느 정도 다시 느낄 수 있기도 하고요.
2. 그래픽만큼은 너무나도 우월하다
2D장인으로 유명한 바닐라웨어는 이번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도트를 찍어제꼈습니다. 오보로무라마사의 컬쳐쇼크급 그래픽과 비교하면, 좀 더 두텁고 무거운 색채지만 특유의 몽글몽글하고 쫀득쫀득한 느낌은 살아있습니다.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실제 화면으로 보시면 확실히 공감하실 겁니다.
2D 게임을 HD급으로 만들어내는 건, 요즘 세상엔 참으로 드문 일입니다. 사실상 2D라는 요소가 강제되는 미소녀 어드벤쳐류를 제외하면, 나름 역사와 전통을 잇는다는 마인드로 만드는 2D 대전액션 게임 정도가 겨우 HD급 2D 그래픽으로 간간히 제작되는 게 현실이죠. 작업의 편의성을 위해 "3D 모델링 만들기 - 정지동작을 캡쳐 - 리터칭으로 2D 스프라이트화"라는 과정을 거쳐 만들고는 있지만, 일반 3D 모델링으로 만드는 게임에 비하면 어마무지한 노동인 건 틀림없습니다. 그런 시점에서, 벨트스크롤 액션이라는 현대에 이르러 거의 사양세에 가까운 게임을 HD급으로 만들어 낸 바닐라웨어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회사임에 틀림없습니다. 물론 좋은 의미로요. 게다가 그 퀄리티마저 몹시 우월하니 더 할말이 없습니다.
3. 불후의 걸작 D&D SOM의 정신적 계승자
카미타니 조지는 괜히 하드코어하게 D&D룰을 잘 재현한 타워 오브 둠 제작에 관여한 바가 있었고, 그 때 미처 구현하지 못했던 점과 부족했던 점을 반영하여 드래곤즈 크라운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실제 게임에서는 여러가지로 타워 오브 둠의 후속작인 섀도우 오버 미스타라의 후속작같은 느낌을 많이 받을 수 있는데, 예를 들면 진행해야할 때 열심히 손가락으로 갈 방향을 가리키는 요정 티키의 손동작이 그렇습니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던파와 비교해보는 것도 꽤 흥미롭습니다. 던파는 업데이트를 거듭하며 점점 더 하이스피드의 액션 컨트롤 위주로 발전하였고, 드래곤즈 크라운은 세세한 디테일과 숨은 요소들, 그리고 랜덤파밍을 주요 특징으로 발전시켰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게임의 현재 모습은 꽤나 많이 달라졌는데, 오히려 D&D SOM의 요소를 더 잘 계승하고 있는 건 일단은 드래곤즈 크라운인 게 틀림없습니다.
4. 아쉬운 점
장비 아이템은 던전 내에서 즉착이 불가능하고, 스테이지 클리어시 또는 마을에서 감정을 거쳐야합니다. 이 감정 시스템은 디아블로3에서도 폐기된 시스템인데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건 조금 의아합니다.
기존 바닐라웨어 게임과 비교하면 액션의 반응은 훨씬 좋아졌습니다만, 그래도 특유의 지나친 간소화가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특히 대시중 Y축 조정이 불가능한 건 도대체 왜 그런건지 잘 이해가 안됩니다.
비타판은 프레임드랍이 발생합니다. 플삼판은 안해봤지만 비타판만 생긴다고 합니다. 풀HD도 아닌 주제에...
5. 마치며
리뷰를 쓸 정도로 많이 플레이해본 게 아니기에 아직까지 정확한 글을 쓸 수 없는 점 양해바랍니다. 일단 게임은 소소한 몇몇 단점을 제외하면 아주 마음에 듭니다. 게임 그 자체의 몰입도도 적절하거니와, 무엇보다 정서적으로 아주 마음에 듭니다. 부디 대박이 터져서 바닐라웨어도 돈 많이 벌고, 아틀라스도 회생했으면 좋겠습니다(...). 페르소나 5 하고싶다...
출처는 나으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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