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예전에 1편도 무척이나 재미있게 했습니다. 재미..라고 하면 좀 제대로 표현이 안 되는 거 같고, 엄청 몰입해서 했습니다. 당시에는 워낙 인지도도 없고, 게임 자체가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멀어 후속편이 나오겠나 했는데, 예상을 깨고 나와줘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1편에서도 남매가 정말 죄도 없고, 아는 것도 없이 그냥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으면서도 서로 의지해서 세상과 싸우는 모습에 몰입해서 할 수 밖에 없었죠. 남매가 나누는 대화를 들으면 휴고가 얼마나 귀엽던지... 그놈의 쥐 소리는 한동안 환청 들릴 것 같은 트라우마 비슷한 걸로 남기도 했었고요.ㅎㅎ..;;
그런데 이...후속편인 레퀴엠은... 제작진이 1편에서 그렇게 남매를 괴롭힌 걸로는 성에 안 찼는지 훨씬 더 스케일 크고 잔인하게 남매를 괴롭히네요..ㅠㅠ 이렇게 처절하게 굴려야 하나 싶을 정도라 솔직히 플레이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굉장한 시각적인 놀라움과 이야기의 흡입력 때문에 게임을 끌 수 없게 만드네요.
엔딩을 납득 못하는 사람들도 좀 있는 것 같고, 개인적으로도 해피 엔딩을 좋아하긴 합니다만, 솔직히 이 이야기가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게 더 이상할 겁니다. 내러티브가 완벽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제 생각에는 아주 깔끔한 마무리였던 것 같고, 좋은 엔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럴 거면 1편부터 그 난리를 왜 쳤냐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주인공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만한 사유와 전후 사정이 있었죠.
애초에 1편의 시작은 주인공 가족의 몰살부터 시작합니다. 멀쩡히(물론 휴고는 계속 몸이 아팠기 때문에 갇혀 사는 중이었지만) 잘 살고 있던 귀족 집안이 영문도 모른 채 모조리 몰살 당하고 어린 두 아이만 남았으니 살아 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게 당연합니다. 1편의 그 난리는 애초에 교회에서 휴고의 능력을 이용하려고 아미시아의 집안을 몰살시키지만 않았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고,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들은 온갖 사건을 겪으면서 결국 1편 후반에 가서야 모반이나 휴고와 쥐떼의 연관성을 알게 되죠. 결국 둘은 휴고를 치료해 보려고 길을 떠나는 것이 1편의 엔딩이었습니다.
레퀴엠은 그런 노력이 진행중일 때 휴고의 증상이 악화되면서 시작됩니다. 계속 휴고가 꿈(본인은 치료를 위한 계시같은 거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모반이 휴고에게 보낸 거짓 메시지)을 꾸고 모반의 증상도 악화되는 이유는 결국 라 쿠나 섬에서 행해지는 백작부부의 악행 때문이었죠. 그런데 고생해서 데려온 오더의 권위자라던 바우딘은 휴고의 증상을 개선하기는 커녕 더 악화시켜서(의도가 아니라 무지 때문에), 상황을 완전히 꼬이게 합니다. 아미시아는 오더를 원래 신뢰하고 있지 않았고, 어머니는 오더를 신뢰하고 있었기 때문에 둘은 갈등이 생겼죠. 아미시아는 휴고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 때문에 휴고를 치료할 수만 있다면 지푸라기라도 잡으려는 심정이었고, 그런 마음이 결국 어린 휴고의 꿈에 의지하게 만들었고요.
여기까지만 봐도 이미 휴고에게 답은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뚜렷한 치료법도 없는 상황에서 모반의 정확한 정체도 모른 채(정체가 여전히 불분명) 가는 곳마다 쑥대밭이 되는 데다가, 온갖 싸이코나 악인들이 자신들을 죽이려고 드는 상황 자체가 어른이라도 진작에 미쳐버렸을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인간의 악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왜곡된 욕심, 그릇된 철학, 맹목적인 잘못된 믿음, 목적을 위한 수단의 정당화 같은 것들이 휴고의 모반을 깨운 것이죠. 결국 모반은 그런 인간의 악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봅니다. 모반으로 인해 생겨난 쥐떼와 역병은 징벌...같은 것이고요. 중후반 이후까지 진행하면서 겨우 만 5세인 휴고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이용해 먹거나 차지하려고 드는 어른들이 한 트럭인 이 게임에서 해피엔딩이란 있을 수가 없다고 이미 예감했습니다.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더군요. 아미시아와 휴고는 어른이라도 진작 삶을 포기했을 상황에서조차 서로의 꿈과 행복한 미래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루지 못할 꿈을 아이들이 끝까지 놓지 못하는 모습은 그 어떤 비극보다도 저한테 힘들게 다가왔습니다.
오히려 휴고가 스스로 아미시아에게 자신의 최후를 부탁하고 또 그걸 아미시아가 받아들이는 장면은 남매의 너무나 선한 본성을 나타내는 장면이었습니다. 솔직히 저 스스로도 남매가 겪은 1편부터 지금까지의 사건을 다 겪었다면 그냥 세상을 멸망시키는 선택을 하지 않을 자신이 없거든요.
게임 외적으로 보면 화려한 그래픽 이면에 게임 플레이 측면의 소소한 단점들이 좀 있고, 특히 ....한국어 자막의 퀄리티가 많이 떨어져서(오역이 너무 많아요...ㅠㅠ) 몰입을 방해하기는 했습니다만, 스토리 하나만 봐도 이 게임은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고티 후보에 올라도 모자람이 없는 거 같습니다.
구입하기 전에는 뭐 프레임 관련 글이 좀 있길래 그렇게 안 좋나 걱정했는데, 패치가 몇 번 된 건지 제 기준에서는 쾌적했습니다. 다만 아주 가끔 버벅이는 현상이 있긴 한데, 이 정도는 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고요.
안 한 뇌를 사서 다시 하고 싶을 정도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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