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champion/zaahen
*관련 챔피언에 신 짜오도 포함되어있습니다.
https://universe.leagueoflegends.com/ko_KR/story/champion/zaahen/
깎아낸 산 정상, 라아스트와 나는 서로를 노려보며 제자리를 돈다. 저 아래 필멸자 군대들이 전사자 수를 세려고 쉬는 동안에도 지치지 않고 며칠 밤낮을 서로에게 무기를 겨눴다. 악의가 그의 얼굴에 잔혹함을 불어 넣어, 이젠 알아보기 어려울 만큼 변해 있었다... 약간의 흔적을 제외하고는.
“한참이나 타락했구나, 형제여. 하지만, 원래 그런 존재는 아닐 터.” 나는 손을 내민다. “와서 함께 싸우자—예전의 우리처럼.” 내가 사냥하는 모든 신성전사에게 자비를 보이려고는 하지만, 그 자비가 전해지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다.
라아스트가 조소를 터뜨린다. “한때 우리가 무엇이었는지는 아무 의미 없다. 넌 그저 우리가 지금 무엇인지 부정하는 거지. 역겹기 그지없군.”
그가 허리를 낮추고 맴돈다. 나는 내밀던 손을 뒤로 거두며 곧게 서서 주먹을 쥔다. 한때 신성을 떨치던 자식들을 태양이 굽어보는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우리는 돌진한다.
칼날이 맞부딪칠 때마다 하늘이 진동한다. 내가 글레이브를 들어 올릴 때마다 그 황금빛 날이 태양을 가린다. 대륙을 가로질러, 세기를 거쳐 이어진 이 전쟁에 오래전부터 불타던 하늘은 붉은 비를 흘린다. 나는 찌르고, 그는 벤다. 우리는 피를 흘린다. 상처가 더해질수록 라아스트는 환희에 포효한다. 광기에 사로잡혀 일그러진 미소, 그가 어디까지 추락했는지를 보고 나니 서늘한 분노가, 죽어야만 끝이 날 증오가 고개를 든다. 이것이 내 실패의 초상이다.
“우리와 함께하는 건 어떠냐, 자헨?” 그가 도발한다. 타락한 힘이 그의 손톱 끝으로 모여든다. 그가 그 힘을 살갗 위로 비틀자, 상처가 억지로 아문다. “이 세계는 주인을 잊었다. 유린당해 마땅하지!”
오직 그것만을 원한다는 내 안의 속삭임을 부정하기가 힘들다. 이 세계를 배신한다면, 나는 분노와 핏빛 굶주림, 우리 종족의 몰락 속에 길을 잃고 헤매리라. 그러나 적어도 그 방황 속에 우리는 함께일 것이다. 우리가 하나 되어 이 세계를 등진다면, 그 누구도 막지 못하리라.
나는 그 생각을 단칼에 쳐내고 무기를 가다듬는다. 우리는 다시 맞붙는다.
살이 찢긴다. 내 가슴에서 피의 꽃이 터진다. 치명적일 수 있는 깊이. 온몸에 온기가 퍼지고, 내 신성이 솟구쳐 절박하게 상처를 치유한다. 그러나 부족하다. 나는 한쪽 무릎을 꿇는다. 내 깃털에 피가 번진다. 쇠 냄새가 자욱하다.
한참 아래에서 내 이름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오래된 친구의 목소리는, 부서진 신을 부르짖는다.
나는 발톱으로 상처를 헤집어, 피로부터 피를 뽑아낸다. 핏줄이 검게 물들고, 근육과 힘줄이 다시 엮이며 몸이 들끓는다.
“우리는 그 무엇의 주인도 아니다. 우리는 다르킨일 뿐.” 나는 일어선다. “우린 모두 파괴되어 마땅하지.”
나는 현재의 우리에 대한 분노와 과거의 우리에 대한 경외를 느끼며 일어선다. 위대한 동족애의 긍지와 그것을 피로 배반한다는 고통을 품고 일어선다. 부서진 서약과 부서진 형제애를 붙들고, 신성과 불경이 내 안에서 전쟁을 벌인다. 그러나 전장에서 그 둘은 목적이 같다. 계속 싸우는 것. 이 안에서 나는 온전하다. 이 안에서 나는 모든 동요를 가라앉히고, 의심을 도려내며, 고통을 넘어설 수 있다.
다르킨이 구원받을 수 없는 운명이라면, 적어도 누군가 우리를 침묵시켜야 한다.
기억이 옅어진다. 남은 것은 내 감옥, 나를 속박하는 무기의 공허뿐.
그 경계 너머에서 움직임이 느껴진다. 사원 복도를 울리는 발자국 소리. 아군의 발걸음...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던 오랜 친구. 그녀는 가까이 오곤 하지만, 문턱을 넘지는 않는다.
날 해방시키려는 걸까? 그럴 수도 없고, 그래서는 안 된다. 내 안에서 다르킨과 신성이 서로 싸운다는 것을 그녀도 나만큼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끝없는 전쟁 속 어딘가에서, 내 본성의 더 큰 부분이 깨어나 기억을 더듬는다...
황금빛 광휘에 감싸인 채, 글레이브를 손에 들고 승천의 계단 위에 우뚝 선 나는 은빛 날개를 가진 신이었다.
막 태동한 슈리마가 내 앞에 펼쳐져 있었다, 제국의 운명을 예고하듯. 의식의 북소리가 울려 퍼졌고, 수만에 이르는 관중의 우레 같은 환호가 터져 나왔다. 그들 사이, 찬란한 갑옷을 입은 수많은 신성전사가 내가 함께한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나는 많은 이들을 이 계단으로 이끌어 왔다. 그것이 내 의무였고, 내 영예였으며, 신성한 제단에 오를 자격을 얻게 해준 부름이었다. 나는 필멸자로서의 마지막 날에 다다른 그들에게 신이 될 자격이 있음을 전하고, 영원으로 인도하겠노라 맹세했다.
나는 그들의 옛 모습을 떠올린다. 손에 든 낫만큼이나 날카로운 재치와 야망을 지녔던 젊은 라아스트, 전쟁에 지친 온화한 성품의 솔라니, 이성의 목소리로 모두를 다시 임무로 이끌던 바루스, 사자의 심장을 지닌 우리 종족의 긍지 세타카... 내가 창을 바치기로 맹세한 이.
그들에게, 동족이 될 우리에게 품었던 사랑으로 내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글레이브를 높이 들어, 그들과 함께 싸우고 우리를 탄생시킨 빛을 지키겠노라 맹세했다.
찬란한 기억이 흩어지고, 그녀의 발걸음 소리도 사라진다. 다시금 생각만이 남는다, 끝나지 않는 나의 전쟁과 함께.
이것이 나의 영원이다. 시간이 잊어도, 나는 모든 맹세와 모든 얼굴, 모든 실패를 기억한다. 다시 부름이 온다면, 나는 이 세계를 구할 것이다... 아니면 우리가 시작한 일을 끝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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