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초기부터, 기록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배틀그라운드에 관련해서 국내 커뮤니티에서 항상 논란이 되어왔던 말이 있다.
과연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게임이라 할 수 있는가?
일단 일반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배틀그라운드는 엄연한 한국산 게임이다. 자본주의에서는 자본을 투자한 회사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는 이러하다.
1. 배틀그라운드는 아일랜드 출신의 개발자 브랜든 그린을 영입해서 만들어진 게임이다.
2. 브랜든 그린은 배틀로얄 장르의 원작자 격으로 인정받는 사람이다. 자연스럽게 브랜든 그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3. 게다가 이 게임의 전체적인 구성 자체가 브랜든 그린이 개발했던 ARMA 3의 모드 'PLAYERUNKNOWN'S Battle Royale'과 H1Z1을 일부 개선하여 스탠드 얼론 게임으로 만든 수준이다.
4. 거기에 나아가지 않고,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정식 명칭에까지 브랜든 그린의 닉네임인 'PLAYERUNKNOWN'의 명칭을 붙여가면서 그를 전면에 내세워서 홍보했다.
5. 당연히 해외에서는 주로 '브랜든 그린이 만든 게임'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미 국내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길드워 2'. 엔씨소프트가 인수한 아레나넷에서 개발했으며 엔씨가 개발에 약간의 도움을 주긴 했으나, 아레나넷의 직원들은 수차례의 인터뷰에서 실제 개발에 도움을 준 정도는 아주 미미하며, 대체적으로 퍼블리셔로써의 역할 정도로써의 도움만 주었다라는 언급을 해 왔다. 그러나 이 게임 역시 자본주의 관점에서는 한국 게임이다. 엔씨소프트가 개발비를 부담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리부트된 툼레이더 시리즈는 개발사인 에이도스가 스퀘어 에닉스에 인수된 후 개발된 게임이다. 그러므로 리부트된 툼레이더 시리즈는 일반적 관점으로 일본 게임이다. 그러나 일본 게임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은 없다고 봐도 될 수준으로 적다. 다만 온전히 외국의 스튜디오에서 개발된 두 게임과는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블루홀에서도 같이 개발한 것이라는 차이가 있긴 하다. 따지고 보면 이것이 가장 큰 논란의 이유라 봐도 무방하다.
논란점
1. 배틀 그라운드의 아이디어는 김창한 PD가 냈다?
또다른 논란점으로는 배틀그라운드의 아이디어는 블루홀에서 처음으로 개발 계획서를 낸 김창한 PD가 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 주장 역시 문제가 있는데, 김 PD의 기획이 배틀로얄 장르의 본질에 충실했다 하더라도 결국 배틀로얄이란 게임장르의 창시자부터가 브랜든 그린이다. 한술 더 떠, 블루홀 경영진은 '브랜든 그린의 영입'을 개발 허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랬기 때문에 본격적 개발도 브랜든의 영입 성공 후부터 시작되었고, 타이틀과 홍보 역시 브랜든을 전면에 내세워서 진행되었다. 즉, 이 게임 자체가 브랜든 그린을 주체로 개발된 게임이란 것이다. 더군다나,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게임의 전체적인 구성 자체가 브랜든 그린이 개발했던 ARMA 3의 모드 'PLAYERUNKNOWN'S Battle Royale'나 그의 전작이었던 H1Z1을 일부 개선하여 스탠드 얼론 게임으로 만든 수준이다.
2. 배틀 그라운드의 총 책임자는 총감독인 브랜든 그린인가? 김창한 PD인가?
이것은 상당한 논란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개발자(PD)가 총감독을 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로 총감독은 최종 결정권과 제품의 주요 디자인을 맡는 자리다. PD는 주로 개발 인력과 개발비, 개발 일정을 담당하는 자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PD는 개발 진척 상황을 점검하고, 조언하는 역할과 개발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외부 변수들을 처리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비교하자면 PD가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는 상황이 달랐다. 김창한 PD는 브랜든 그린에게 게임 개발의 전권을 이양했으며(아마 영입 조건이었던 듯 하다.), 브랜든은 김PD의 간섭 없이 개발 후 보고서 작성만 하면 되었다. 즉, 김PD에게서 제재나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김창한 PD는 게임 디자인과 개발에 관해서 영향력이 없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라고 볼 수 있었다.
3. 블루홀의 공로는?
그렇다고 블루홀의 공로가 없는 건 절대 아니다. 브랜든 그린에게 거의 모든 권한을 이양하다시피 할 수 있었던 것은 블루홀의 허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추가로 오버워치의 흥행 이후 게임업계 내에서 슈팅 게임들의 개발이 대거 취소되어가던 와중에도 끝까지 지원을 해주었다는 점이 있다. 기존까지 현재 한국 게임계의 대세는 외부 IP를 구매해서(당장 블루홀조차도 테라 IP를 넷마블에 팔았고, 그렇게 테라M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개발하던 것이었는데, 이 쪽은 아예 장르 자체를 샀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랜든의 전작이었고, 사실상 유일한 배틀로얄 장르의 스탠드 얼론 게임이었던 H1Z1이 막장 운영으로 인해 인기가 점점 하락하고 있었던 사이 브랜든을 영입하여 (H1Z1에 비해서)운영과 각종 퀄리티의 상향으로 기존 이용자들을 대거 끌어들이고, 정통성까지 확보할 수 있었던 것도 의의라 볼 수 있다.
(번외) 국내 게임 업계에서 외국 개발자를 영입하여 게임을 만든 것이 처음인가?
당장 엔씨가 리처드 개리엇을 영입하여 게임을 만들다가 먹튀당한 사건이 있었으며, 넥슨 북미 지사는 최근, 유명 개발자인 클리프 블레진스키를 영입해서 '로브레이커즈'를 만들어 패키지 판매 형식으로 판매했으나, 초기의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했다. 즉, 이런 방식이 게임의 흥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란 것이다.
결론
현대 게임업계에서 국적을 구분하기란 상당히 애매하다. 배틀그라운드 역시 일종의 다국적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지게 된 이유는 한국에서 출자했고 (완전히는 아니지만) 개발한 '패키지 판매 형식 게임'이 성공한 것이 처음이며, 이러한 성과에 고무된 일부 게이머들이 이러한 점을 깡그리 무시하고 한국 게임이라는 것만을 과시하다가 벌어지게 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는 한국의 게임업계가 기본적인 게임의 뼈대는 인기있는 기존 게임들을 따라가는 형태로만 만들었고, 게임의 차별성은 겉피부라 할 수 있는 그래픽과 사운드 정도에서만 두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러한 과시는 없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