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게이머가 갑진년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아 기다려온 ‘파이널 판타지 7 리버스’ 출시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바로 오늘(7일) PS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서 최신 영상 및 체험판이 공개됨과 함께 BNEK를 통한 패키지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국내를 비롯한 전세계에 2월 29일 동시 발매되며 지원기기는 PS5 단일. 예약 특전으로 오리지널 컵 홀더와 특제 메탈릭 포토카드가, 조기 특전으로 귀여운 팬시 초코보 소환 마테리아는 물론이고 방어구인 뱅글 2종도 제공된다. 한정판도 무척 호화로운데, 특히 편익의 천사 세피로스 스태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2020년작 ‘FF7 리메이크’는 제목에 드러나듯 일본 굴지의 RPG ‘파이널 판타지’서도 가장 인기 높은 7편을 최신 기술로 재탄생시켰다. 그것도 어느덧 스퀘어에닉스 중진이 된 키타세 요시노리, 노무라 테츠야 등 원작자가 진두지휘하는 야심 찬 프로젝트다. 일신된 비주얼-특히 두 히로인의 미모-는 누구라도 반할만했고 턴제와 실시간을 절충한 ATB 시스템 역시 흠잡을 데 없었다. 다만 본래 한 편의 게임을 삼등분하여 순차 발매한다는 계획에 대해선 부정적인 여론이 앞섰다. 모든 서사가 마무리되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르는데다 값도 세 번 치러야 되니 말이다.

에어리스의 생일인 2월 7일, 체험판 배포와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한정판에 담긴 스태추는 본작의 열쇠를 쥔 편익의 천사, 세피로스

‘FF7’가 제아무리 명작인들 30년 가까이 묵은 고전이다. 아예 처음부터 새롭게 제작해야 할 분량이 상당하고, 그러자면 도저히 한 편으로 끊기 힘들다는 게 스퀘어에닉스의 변이다. 따라서 여기서의 쟁점은 리메이크 프로젝트 세 작품 각자가 풀프라이스 게임으로서 제 값어치를 하느냐다. 충분한 콘텐츠가 제공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독자적인 기승전결을 갖출 필요도 있다. 일례로 삼부작 포문을 연 ‘FF7 리메이크’는 신라 타도라는 기치 아래 어느정도 완결된 서사를 보여준다. 1번 마황로 폭파로 시작된 싸움이 미드가르 탈출과 함께 한 차례 일단락되는 식이다.

전작 결말서 가까스로 미드가르를 탈출한 클라우드 일행은 두터운 성벽과 아름다운 전망탑이 돋보이는 마을, 캄에 도착한다. 언덕 위에 자리한 캄과 푸른 들판이 인상적인 주변 일대가 바로 ‘FF7 리버스’월드맵 첫 번째 에어리어인 그래스랜드다. 소싯적 팬이라면 여기서 미스릴 광산을 통해 주논으로 건너가던 추억이 떠오르리라. 지난 1월 중순, 필자는 도쿄 스퀘어에닉스 본사에 들러 이 그래스랜드가 배경이 되는 ‘챕터 2: 광활한 세계’ 구간을 꽤 장시간 시연할 수 있었다. TGS 빌드는 주논 에어리어였으니 실제 게임과 정반대의 순서로 플레이하게 된 셈이다.

원작 'FF7'에서도 메인 스토리 전개와 분위기가 크게 변화하던 시점

전세대기 지원을 내려놓은 덕분인지 게임의 때갈이 확실히 좋아졌다

마을 분위기부터 다른, 미드가르 너머 광활한 세계

챕터 2는 호텔 캄 인에서 클라우드가 눈을 뜨며 시작된다. 최초로 맞닥뜨리는 콘텐츠는 새로운 미니게임 ‘퀸즈 블러드’. 호텔 오너가 외지에서 넘어온 클라우드를 배려하여 사람들과 친해질 방편으로 소개해준 것이다. 카드를 사용하는 게임이지만 ‘매직 더 개더링’ 같은 TCG가 아니라 ‘오델로’에 가깝다. 규칙은 3x5=15칸 보드서 번갈아 카드를 배치한 다음 가로열에 쌓인 점수를 겨루는 식이다. 처음에는 좌우 끝자락만 카드를 놓을 수 있으나 점차 영역을 넓히다 양측이 더 둘 자리가 없으면 경기 종료. 승리한 가로열의 점수를 모두 합산한 게 최종 성적이 된다.

참고로 ‘퀸즈 블러드’ 경기를 바우트, 선수는 카드 바우터라 부른다. 전작 ‘콘도르 포트’처럼 캄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 카우 바우터가 머물며 이름 위 숫자로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 숫자가 클수록 점수와 영역 확보에 유리한 상급 카드를 마구 깔아버린다. 더 많은 카드가 필요하다면 바우트서 전리품으로 얻거나 관련 상점에 들리면 된다. 내기로 빼앗긴 카드를 되찾아달라는 등 ‘퀸즈 블러드’ 실력을 요하는 서브 퀘스트도 있으니 어느정도 덱은 갖추자. 이런 류의 미니게임치고 규칙을 파악하기까지 장벽이 좀 높은 편이나 일단 한번 재미 붙으면 중독성이 상당하다.

미니게임치고 꽤 학습을 요하는데, 재미 붙으면 시간이 살살 녹는다

서브 퀘스트도 있으니 올 컴플리트를 노린다면 적당한 덱은 갖추자

튜토리얼 삼아 ‘퀸즈 블러드’를 한 판 치르고 호텔 밖으로 나서는 순간, 눈부신 햇살과 함께 캄의 멋진 경치가 클라우드를 반긴다. 정통 판타지스럽기도, 동화 속 마을 같기도 한 캄은 미드가르의 밑바닥이나 다름없는 7번가 슬럼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그저 지형지물만 화사한 게 아니라 행인들이 굉장히 많아서 늘 복작복작한 느낌이다. 파티의 거점으로서 지원하는 기능이야 7번가 슬럼과 특별히 다를 건 없지만서도, 이왕 같은 값이니 다홍치마라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다. 굳이 단점을 찾자면 눈은 즐거울지 몰라도 직접 두 발로 뛰긴 살짝 넓고 복잡하다는 정도다.

여기서 잠시 클라우드 혼자서 마을을 구경하는데, 길가다 마주치는 동료와 대화하며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해 몇 가지 선택지가 주어지고 정해진 시간 내에 상대가 좋아할만한 답을 고르는 식이다. 가령 티파는 캄의 급수탑을 보며 옛 추억에 젖으므로 적당히 니블헤임 이야기로 맞장구 쳐주도록 하자. 호감도 수치는 이모지 비슷한 아이콘으로 표시되며 당장 게임에 별 영향은 없으나 언젠가 골드소서 데이트의 향방을 가르지 않을까 싶다. 바레트와 땀내나는 밀회를 보낸 뒤 후회하지 말고 선택지가 주어질 때마다 히로인들 비위를 잘 맞추기 바란다.

에어리스가 먼저 데이트하자는데 '시간 없어'를 선택하는 게 가능…?

호감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언젠가 큰 대가를 치른다. 분명 경고했다

그리 새롭지 않아도, 서사와 재미를 겸비한 오픈월드

우뚝 솟은 언덕 위에 캄이 자리잡은 그래스랜드는 명칭 그대로 초목이 어우러져 목가적인 에어리어다. 처음에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뚜벅이 신세지만 메인 스토리를 따라 곧장 초코보 농장을 찾는다. 가장 기본이 되는 노란색 초코보는 평지서 슈퍼 대시가 발동하는데다 깊은 호수를 건널 수 있어 미스릴 광산에 접근하려면 반드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뛰어난 후각 덕분에 종종 땅에 묻힌 아이템 냄새를 포착하기도 한다. 오가다 길가에 버려진 정거장을 발견할 경우, 수리하여 빠른이동 지점으로 삼고 이때 얻는 황금 깃털은 세 부위의 초코보 장비로 교환 가능하다.

7번가 슬럼서 배틀 시뮬레이터를 제공해줬던 사이보그 소년 채들리와 재회하는 것도 바로 이즈음이다. 바깥 세상 구경도 할 겸 클라우드 일행을 뒤쫓았다는 채들리는 새롭게 월드 리포트를 부탁한다. 과거 주논 공화국이 월드맵 곳곳에 통신탑을 건설했는데, 그걸 신라가 차지한 후 관리가 아주 엉망이라고. 그러니 차라리 방치된 통신망을 자신의 연산 처리 강화에 끌어다 쓰겠다는 논리다. 이유가 어찌됐든 실제로 해야 할 일은 여느 오픈월드 게임서 흔히 접하는 높은 곳에 올라가 주변 지역 밝히기다. 우선 통신탑을 기동하면 그 주변에 더 많은 모험 의뢰가 해금된다.

귀엽고도 실용적인 초보코, 빠른 시점에 얻으니 뚜벅이 걱정은 마시라

본작이 오픈월드를 표현하는 방식은 새로울 게 없으나 과하지도 않다

월드 리포트의 주된 내용은 특정 지역 몬스터를 조건에 맞춰 쓰러트리는 토벌 의뢰, 자연적인 마황 결정을 수집하는 라이프 스폿 탐색, 소환수의 성소에 찾아가 간단한 미니게임을 수행하는 크리스탈 분석, 값진 고대 유물인 에이션트 매터에 대한 조사 및 확보, 앞서 소개한 초코보의 후각이 활약하는 아이템 발굴 등이다. 배틀 시뮬레이터를 통한 마테리아 수급도 여전히 가능한데, 크리스탈 분석이 진척도에 따라 전투 난도를 낮출 수 있다. 토벌 의뢰를 처리하다 보면 강력한 시크릿 보스가 출현하며, 에이션트 매터를 쫓다 보면 다름아닌 무기 수집가 길가메쉬가 등장한다.

이외에 해결사 게시판서 수주하는 서브 퀘스트, 오가며 채집한 재료로 소비 아이템이나 장비를 만드는 크래프팅 정도가 그래스랜드 에어리어를 돌며 확인한 콘텐츠다. 이렇게 보면 어째서 키타세P가 늘상 인터뷰마다 “우리 스스로 오픈월드라 부르진 않는다”고 정정했는지 살짝 알법하다. 월드맵 전체가 심리스로 연결됐다 뿐이지 오픈월드 그 자체가 핵심은 아니기 때문이다. 즉 원작의 드넓은 월드맵을 최신 사양으로 구현하니 자연스레 에어리어 규모가 커졌고, 막상 아무런 즐길 거리가 없으면 곤란하니 월드 리포트와 미니게임을 채워 넣었다는 흐름에 가깝다.

시크릿 월드 리포트로 메인 스토리 보스보다 더 강력한 몬스터가 출현

거기다 빅 브릿즈의 검호 길가메쉬가 드디어 'FF7' 세계에도 등판했다

속편이란 위치에 걸맞은 발전, 연계기와 성장 개편

‘FF7 리버스’의 ATB(Active Time Battle)는 전작과 대동소이하나 연계 액션, 연계 어빌리티 추가로 동료들과 함께 싸운다는 인상이 강해졌다. 유피와 소논의 현란한 협공을 선보인 ‘FF7 리메이크 인터그레이드’보다 한층 더 발전했다. 합체기 격인 연계 어빌리티는 클라우드와 세피로스의 크로스 스파이럴, 유피와 바레트의 시노비 머신건처럼 사전 배틀 멤버를 맞출 필요가 있다. 다만 위급 시 ATB 게이지와 무관하게 대기 멤버와도 연계 어빌리티를 발동할 기회는 준다. 또한 먼저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파티 레벨을 올려야 비로소 연계 어빌리티가 해금되는 식이다.

되돌아보면 전작은 사람이 아니라 무기를 강화하는 묘한 사양이었는데, 이제 평범하게 캐릭터 스킬트리로 바뀌었다. 동료가 잔뜩 늘어나 만큼 매번 스킬코어를 찍어주는 것도 피곤하니, 아예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정해진 장소에서만 육성하도록 제한을 뒀다. 레벨이 오르더라도 그 자리에서 곧장 성장을 체감하긴 어려워진 셈. 참고로 필자의 경우 캄에서 클라우드가 깨어날 때 15레벨, 그래스랜드 에어리어를 거의 정리하고 챕터 보스 미드가르드오름과 싸울 때 20레벨이었다. 그런데도 고전을 면치 못했으니 웬만한 실력으로 메인 스토리 스피드런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파티 레벨 상승에 따라 언계 어빌리티를 비롯한 스킬코어가 해금된다

다만 절체절명 위기일 때면 아무런 조건 없이 대기 멤버가 도와주기도

그리고 이런 크고 작은 변화야말로 ‘FF7 리버스’가 삼부작의 두 번째 작품이자 명확한 속편임을 방증한다. ‘FF7 리메이크’서 닦아둔 기반 위에 콘텐츠만 쌓아가는 게 아니라 전작의 출시를 경험하며 얻은 피드백이 시스템과 밸런스에 녹아들었다. 썩 좋은 비유는 아니긴 한데, 최근 글로벌 100만 장을 돌파한 옆집 S사 ‘용’ 모 게임을 떠올려보라. 전작에서 큰 틀을 가져와 다듬은 형태지만 누구도 그 작품이 훌륭한 속편이란 걸 부정하지 않는다. ‘FF7 리메이크’와 ‘FF7 리버스’ 사이에도 그에 버금가는 발전상이 존재한다. 전작 데이터가 인계된다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다.

챕터 2 그래스랜드를 올 컴플리트하기까지 대략 5시간이 소요됐다. 필자는 전작을 공략하고 TGS서 짧게나마 ‘FF7 리버스’를 플레이하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현장 시연의 분위기상 서둘러 진행한 영향이 크겠다. 하마구치 디렉터에 따르면 메인 스토리만 40시간 분량이라는데, 아마도 그조차 보수적으로 상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미드가르드오름과 사투 끝에 호수로 내던져진 클라우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며 실체인지 환영인지 모를 세피로스와 마주한다. 이후 미스릴 광산 너머로 펼쳐지는 쥬논 에어리어는 조만간 체험판으로 풀릴 예정이니 모쪼록 직접 확인하자.

서브 퀘스트와 월드 리포트를 끝내고 싸워도 힘든데, 스피드런이 될까

세피로스와 에어리스의 운명은 오는 29일 발매되는 본편서 확인하자

※ 5시간에 걸친 시연이었던 만큼, 하나의 영상에 다 담지 못했음을 양해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