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근접전 익스트렉션이 보여준 긍정적인 방향성 - '낙원' 프리 알파 체험기
낙원은 한정된 장소에서 파밍을 하고 탈출하여, 이를 재화로 환산하는 흐름을 가지고 있는 ‘익스트렉션’ 장르(혹은 경향성)의 타이틀이다. 다만, 총기 중심의 플레이와는 달리 근접전과 은신 등으로 주요 플레이가 구성되며, 이를 통해 같은 장르에서는 맛볼 수 없었던 나름대로의 경험을 만들어냈다.
아직 개발을 시작한 지 1년 정도만이 지난 상태이기에, 게임의 전반적인 완성도나 구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운 상태다. 따라서, 이번 체험기에서는 프리 알파임을 고려하여 낙원이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지. 그리고 이를 익스트렉션이라는 장르의 문법을 지키며 어떻게 나름의 맛을 제공하고자 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낙원이 아직 알파 이전의 단계인 Pre-Alpha임을 고려하면, 게임 플레이의 세부적인 형태. 즉, 밸런스나 레벨 디자인, 캐릭터의 모션 등은 앞으로도 수없이 변경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후의 수많은 변경 사항을 고려하더라도 변경되지 않는 부분들은 존재한다. 이러한 것들은 낙원이 명확하게 지향하는 바로 취급할 수 있으며, 일종의 방향성과 같이 다뤄지고 있다.
※ 일부 스크린샷은 어두운 관계로, 밝기 조정이 게임과 달리 과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참고 바랍니다.
● 낙원의 기본적인 플레이 흐름 - 생존 그리고 탈출
낙원은 좀비 사태로 인해서 폐허가 된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플레이어들은 안전구역인 여의도에 모여있으며, 가장 낮은 단계인 불법체류자에서 시작한다. 돈을 모아서 도시에 제공하면 시민 등급이 상승하고 추가적인 상점이나 물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식이다.
파밍의 장소는 이번 테스트 기준 낙원상가. 즉, 종로 일대의 좁은 지역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다수의 좀비들이 배회하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각자 지정된 탈출구를 향해서 움직인다. 시간이 지나면서 독가스가 배출되어 플레이 영역이 좁아지는 한편, 특수 탈출구나 공용 탈출구 등 변수를 가미하는 요소들도 있다.
일단 프리 알파 기준으로 맵은 좁은 편. 즉, 초반에는 좀비가 아주 많게 느껴진다
파밍은 쓰레기통부터 시작하여 낙원상가 내부 / 경찰서 / 공사장 / 탑골공원 등 종로의 랜드마크가 기반이 된다. 위험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만, 한편으로 더 많은 좀비를 마주하게 된다. 좀비를 모두 뚫고 안전하게 돌아오는 것이 가능하다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
한편으로 다른 사람을 노리는 플레이어들도 주의를 해야 한다. 더 많은 파밍을 할수록 리스크가 커지기도 하며, 적의 공격을 받고 지금까지 파밍한 모든 것을 잃을 위험성이 존재한다. 플레이어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면서 재화를 쌓고. 쌓은 재화를 도시에서 소모하여 장비를 구매하고. 조금 더 안전한 상태에서 더 많은 양의 파밍을 진행하는 것. 이러한 플레이가 낙원이 보여주는 경험의 개요다.
획득할 수 있는 것은 죄다 들고 튀는 것. 개인적으로는 기타가 무기가 아니라 아쉽다
● 익스트렉션 장르에서 중요한 것 - ‘긴장감’
관련하여, 가장 먼저 질문을 할 것은 익스트렉션 장르의 플레이가 어떤 경험을 가져오는가?라는 지점이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긴장감’과 거기서 오는 해방 및 보상으로 이 플레이 양상의 가치를 정의하고 싶다.
익스트렉션에서 가장 큰 목표는 ‘살아서 탈출하는 것’에 있다. 그리고 동시에 플레이어는 게임 내의 지역에서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있는 물품을 확보하고. 이를 판매하거나 교환하며 자신이 추후 활용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려가게 된다.
다만, 필연적인 리스크는 게임 내에서 지속적으로 다뤄진다. ‘사망 시에 모든 것을 잃는다’는 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은 플레이어가 파밍을 위해 출발한 시점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이다. 지금까지 파밍하며 가방에 쑤셔넣은 물품들은 물론이고 가지고 갔던 장비까지. 그 시점에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잃는다. 혹여라도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했다면, 맨몸으로 다시 시작이다.
이 탈출 시의 긴장감이 포인트다
그렇기에 파밍 - 교전 - 최종적으로 생존이라는 흐름을 유지함과 동시에, 플레이어가 잃을 수 있는 것의 영역을 늘리면서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에 플레이의 포인트가 자리한다.
낙원은 이 지점에서 몇 가지 살펴볼 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첫 번째는 PvE 측면에서 다뤄지는 ‘좀비’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맨몸기준으로 아무런 장비 없이 좀비가 창궐한 종로에 떨어진다. 이 상황에서 플레이어가 대응할 수 있는 영역은 거의 없다. 벽돌이나 빈 병을 던져서 좀비를 유인하거나. 좀비의 뒤로 돌아가 제압하는 플레이가 전부다.
남을 괴롭힐 때 오히려 유용하게 써먹는 벽돌 / 빈 병
PvE 측면에서 플레이어가 대응할 수 있는 것이 적기에 불을 끄고 숨어서 다녀야 하며, 어둠 속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급습하는 플레이로의 전환이다. 긴장감은 게임 시작 부터 탈출을 하는 끝까지 이어지며, 어떻게 플레이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시작부터 끝까지 플레이어에게 던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결국 좀비의 목을 꺾는 플레이가 중심
좀비가 있고. 좀비들이 소리로 플레이어를 파악하는 시스템 하에서는 ‘적에게 근접하는 과정’ 자체가 또 하나의 리스크를 짊어지며 긴장감을 올리는 방법이 되는 셈이다. 물론, 총기도 있기는 하지만 좀비들이 소리로 인식을 하기에 이를 사용하는 것도 이미 리스크가 존재한다. 게다가 총알 한 발이 비싸게 다뤄지는 만큼, 자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더욱 그러하다.
눈과 눈이 마주친 순간, 어떻게 할 것인가? -> 상대는 뒤에 좀비를 4마리 달고 있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던 낙원상가
플레이어 간의 교전이 길어지면, 여기서 발생하는 소리로 인해 좀비가 달려들 때도 있으므로 플레이어가 내리는 선택과 교전 전반이 리스크를 조금씩 증가하는 형태로 자리를 잡는다. 원거리에서 안전하게 저격하고 상대의 전리품을 파밍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교전 상황을 만드는 것. 바로 이 지점이 낙원이 보여주는 폭발적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긴장감은 낙원 특유의 매력으로 이어진다. 익숙해지면 좀비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그 시점에서는 낙원상가 2층처럼 복잡하고 위험도가 있는 장소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플레이어들의 위협을 마주하게 되는 한편,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긴장과 불안을 달고 플레이를 시작한다. 그 끝에서 안전하게 탈출할 때. 이 모든 것들이 폭발하며 거대한 안정감과 카타르시스. 긴장의 해방을 제공하는 형태다.
때때로 발현되는 인간성.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협력(아주 가끔)
● 익스트렉션 장르가 어려운 점들 - 디자인 측면에서
더불어 익스트렉션 장르는 몇 가지 플레이 양상을 보여주게 된다. 첫 번째는 시간이 지날수록 플레이어의 재화가 쌓이며, 장비 수준이 높아진다는 점. 두 번째는 더 많은 파밍을 할수록 본인 스스로가 잃었을 때의 리스크를 늘리게 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익스트렉션 장르는 레벨 디자인을 하기가 까다롭다. 플레이어는 시간이 지나면서 경험이 쌓이게되며, 동시에 더 나은 장비를 장착하며 PvE 측면에서의 난이도가 하락하는 구조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너무 PvE 측면을 어렵게 만든다면, 플레이어가 성장하거나 재화를 쌓으면서 오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동시에 플레이어가 누적한 재화로 나오는 가치를 ‘어떻게 잃을 수도 있도록 할 것인가?’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실패 시에 모든 것을 잃는다는 기조는 유지하면서 플레이어가 최소한 무언가를 남길 수 있도록 만들 것인지 / 실패에서 오는 허탈함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과 같다.
하면서 가장 화났던 순간? 파밍 잘 됐는데, 탈출구 5m 앞두고 다른 플레이어가 좀비를 몰고 와, 갖혔을 때요
낙원은 이 지점에서 시민 등급 향상이라는 개념을 통해, ‘한 번의 큰 소비’를 유도한다. 시민 등급에 들어가는 비용을 보면, 플레이어가 그간 모은 금액을 거의 모두 투입해야 하는 정도에 이른다. 등급이 높아질수록 요구하는 비용은 증가한다. 하지만 재화를 사용하는 것과 함께, 이후의 파밍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장비들 / 상인들이 개방된다.
한 번에 재화를 모아서 소비하고 이후 파밍에 이점을 조금씩 늘려가는 구조인 셈
이러한 것은 전반적으로 곡선보다는 계단 방식의 설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한 단계를 올라가서 다음 파밍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을 구매하고 활용하는 단계에 도달한 뒤, 수평선을 달리다가 다시 시민 등급을 올리고. 경험과 장비가 개선되면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방식에 가까워지기 마련이다. 한 단계를 올라갈 때마다 좀비 또는 다른 플레이어와 격차가 조금씩 벌어지며, 이점이 주어지는 식이다.
좀비 아포칼립스의 김치볶음! 리볼버보다 비싸다!
이 즈음해서는 한 번의 강력한 파밍이 다음 단계를 뛰어넘는 단서가 된다. 빠루가 빠루를 낳는다고 표현하고 싶다. 플레이어가 가진 돈을 한 번에 털어내지 못하니 숙련된 플레이어들은 재화가 누적되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실패를 하더라도 빠루가 나오는 낙원상가 2층에 재화를 써가며 쉽게 진입할 수 있게 되고 여기서 또 빠루를 파밍하는 구조가 나오기도 했다. 아니면 테스트 마지막 날 새벽반처럼 총기대전이 벌어지기도 하거나 하는 식이었다.
금요일에 음주 후 게임 하다가 빠루를 잃어버린 뒤로, 끝까지 빠루를 다시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익스트렉션 장르에서 제대로 정립된 디자인을 보여주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PvE 만이라면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지만, PvP의 영역이 들어가면서 조금만 벗어나더라도 예상하기 어려운 형태로 결과물이 빚어지기도 한다. 익스트렉션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타이틀 또한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지점이기도 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컨테이너 시스템(aka 빤쓰)를 도입하거나 총격의 피해량을 극도로 올리는-죽창- 등으로 대응하기도 했다. 하지만 낙원은 다른 플레이 양상을 가지고 있는 만큼, 나름의 효율적인 선택지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로 보인다.
가끔은 억울한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 방향성은 확인했다 - 앞으로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완성되길
지난 11월 30일부터 12월 4일까지 5일 동안 글로벌 프리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낙원’. 몇 가지 문제들 -탈출구 위치 선정이나 좀비 인식범위, 모션 등- 이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방향성을 확인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다고 본다. 소규모의 인원으로 1년 동안 만들어낸 지금의 결과물은 어디까지나 게임의 뼈대일 뿐이다.
그리고 그 뼈대는 꽤 준수한 결과물을 보여줬다. 모션이나 밸런스 등이 어색한 점은 추후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니 차치하고, 낙원이 보여주는 컨셉과 플레이 양상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긴장감을 극도로 벼려내기 위해서 선택한 좀비와 근접전 양상도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으로 다가왔고 결과적으로 탈출할 때의 해방과 만족감이라는 장르의 경험을 극대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서 적어도 이러한 방향성 만큼은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충분히 유의미한 파악을 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이제 뼈대가 갖춰졌으니, 남은 것은 플레이를 발전시키는 것이 남은 상태. 추후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 것인지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지금의 가치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완성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