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플래그십? 글로벌? 콘솔 지향? - '쓰론 앤 리버티' CBT 체험기
그런 면에서 쓰론 앤 리버티(이하 TL)는 엔씨소프트의 명확한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타이틀로 시선을 모았습니다. 스스로 플래그십 MMORPG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던 것. 그리고 리니지 이터널부터 시작해서 아주 오랜 기간 개발되었고 서버 관리 / 캐릭터간 충돌 등 기술적인 요소도 더해져 있었고요. 그간 영상 자체에서 변화를 일부 보여줬던데다, 그간 리니지의 연장선에 있던 것과는 다른 일면을 언급한 바 있기에 더욱 그러했습니다.
이러한 기대감 끝에 지난 5월 24일부터 테스트를 시작한 TL은 실망감과 충격. 그리고 허탈함을 동시에 가져왔습니다. 변한 것은 없었고 방향성을 읽기 어려울 정도였으며, 충격적인 플레이 그 자체를 보여줬습니다. 과거의 영상들을 떠올리며 현재의 모습을 봤을 때에 들어맞는 부분이 없을 정도였죠.
일말의 기대를 정면으로 반박하게 되는 플레이 그 자체
이는 계속해서 엔씨소프트가 언급한 BM에 대한 이야기를 차치하고도 게임 자체가 보여주는 일면들입니다. 그리고 이전에 모바일로 자리한 리니지 프랜차이즈 전반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문제이기도 하며, TL에 이르러 더욱 심각해진 것들이기도 합니다.
0. 내러티브적 측면에서 게임 플레이를 이끌어 나가고자 함. 그나마 긍정적
1. 그러나 그 전달 방법이 너무도 투박함
2. 콘텐츠의 구성이 사냥으로 집약되어 있음
3. 신규 시스템은 큰 의미 없이 복잡도만 늘리는 상태
4. 그리고 전투 방식이 변주 없이 이루어지는 투박함
5. 이러한 것들의 근본적인 문제는 충돌 판정에서 비롯됨
6. 전쟁과 사냥을 제외한 근본적인 콘텐츠적 견인이 불가능한 상태
7. 자동도 수동도 아닌 이도저도 아닌 기묘한 타겟 기반
8. 글로벌. 특히 북미지역 진출 및 콘솔 출시를 하기에는 게임 디자인이 낡았음
TL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부분은 초반 1시간 이내. 그것도 튜토리얼 부분에 한정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라? 뭔가 달라지나 싶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비주얼도 모바일 기반 타이틀은 것을 감안하면 좋은 편에 속하고. 나름대로 설정과 세계관. 상황적인 변화를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음이 보여지고 있습니다.
노력은 했다. 초반부 한 시간 정도 분량까지는
적의 공격을 반격하는 시스템이나 적의 패턴을 파악하고 피하는 일면은 이후의 전투도 이렇게 진행될…까? 라는 아주 미약한 기대감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무기를 착용하고 이를 스왑하며 전투한다는 점에서 계속해서 전투의 변주를 마주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상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리니지의 DNA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래도 어라 변했...나? 싶은 부분들이 있다. 극소수일 뿐이지만
튜토리얼 지역을 떠나 본토로 진입했을 때 -이 또한 말하는 섬과 본토의 관계와 같지만-부터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자동 이동과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게임 플레이의 집합입니다. 섬에서 바다를 건너면서 보여준 비주얼. 그리고 시네마틱에서 항구에서 멋들어지게 박아 넣은 로고로 끌어올렸던 기대감이 순식간에 사그라듭니다.
기대 최대치를 찍고 빠르게 사그라든다
● 피는 물보다 진하다 - 알아서 뛰쳐나오는 ‘리니지’의 DNA
게임을 시작하고 캐릭터를 만든지 1시간 이내.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입증됩니다. TL의 경우 이 피는 리니지가 가지고 있는 플레이를 의미합니다. BM으로 인한 악명이 아니라 과거 1998년의 리니지가 보여준 게임 플레이 자체입니다. 25년 전의 구시대적 게임 플레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투박함이 플레이어를 반깁니다.
투박한 게임 플레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것을 말합니다. 퀘스트가 끊기는 구간이 명확하게 존재하는 것 / 플레이어의 사냥을 중심으로 콘텐츠가 구성되어 있는 것 / 결국 스토리 드리븐이 아닌 레벨업이 최종 목표가 된다는 점 / 콘텐츠의 부실함을 대체하기 위해서 PvP와 같은 콘텐츠로 귀결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부분들입니다.
이러한 일면들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과거의 타이틀은 분명히 기술력이 기획이나 발상을 뒷받침하지 못했던 것도 있었고. 그 안에서 플레이 타임이나 플레이어의 몰입을 꾸준하게 유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사용됐습니다. 전투와 월드 구현이 먼저였고 퀘스트와 같은 세부적 설정은 나중에 들어왔습니다. 초점을 어디에 맞추느냐. 바로 여기에 차이가 있었고 당시에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과거 PC 스펙이나 개발의 한계이기도 했을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2023년입니다. 리니지가 서비스를 시작한지도 어언 25년이 지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L이 보여주는 튜토리얼 이후의 플레이는 투박하고 불안정합니다. 뭔가 달라졌나? 싶은 부분들은 귀신같이 25년 전으로 회귀합니다. 대략적인 플레이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는 게임 시작 1시간 이후에서 계속 반복되며, 이후에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메인 퀘스트 (코덱스) 시작 - 순차적으로 클리어 - 레벨 제한 - 지역의뢰 (반복 퀘스트 / 사냥) 반복 - 레벨업 -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 - 메인 퀘스트 시작 - 사냥(요구 몬스터 숫자 증가) - 레벨제한 - 지역의뢰 - 이하 반복’
이 순서이며, 메인 퀘스트의 수급이나 레벨업이 장벽이 되는 순간부터 부하가 오기 시작합니다. 결국 남는 것은 하나입니다. 사냥이라는 존재 그 자체입니다. 심지어 점차 요구 몬스터 수가 늘어나니 시간도 점차 오래 걸립니다. TL은 스토리 드리븐도 아니며, 이야기의 진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군데군데 비어있는 공간들을 마주하도록 해뒀고 이를 플레이어가 레벨업을 위한 사냥으로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합니다.
어차피 가장 많이 볼 화면이다
이는 모바일 / PC로 발매되는 -콘솔은 잠시 잊읍시다- 타이틀의 특성 상 다른 형태를 갖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차피 전투로 귀결되는 것이 MMORPG 퀘스트가 가진 숙명이지만, 형태에 어느 정도의 변주는 가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택하는 수단은 같아도 과정을 다르게 하면서 경험의 폭을 넓히는 선택지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조작이 간단해야만 하는 플랫폼 기준으로 게임이 설계되었다면? 복잡한 조작이나 세밀한 조작을 요구하는 것은 넣을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결국 귀결되는 것은 ‘사냥’ 하나 뿐입니다. 켜두고 / 몬스터를 죽이고 / 정해진 숫자를 채우고 / 보고하고. 여기서 딱 끝입니다.
채울 숫자만 보여준다고 퀘스트가 아닐 것인데
더 나아가면 이 과정에서 PvP를 당하고 복수를 하기도 하는 등 플레이어의 동선과 목적이 얽히도록 유도합니다. 랭킹 기반 이벤트로 경쟁을 부추기기도 하고요. 몇 세대 이전. 20년 전의 플레이가 현 시대에도 죽지 않고 척추를 제대로 세운 채 활보하고 있습니다.
가장 끔찍한 게임 디자인. 자동을 켜두고 안전하다고 생각했나? 방심하면 대회 이벤트로 바로 PvP 판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TL은 PC 기반이 아니라 모바일 기반이 먼저였습니다. 그러니까, 어디로 우리가 게임을 내야할까?를 정할 때 모바일에 더 무게가 실렸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에 게임 디자인 자체가 단순 사냥과 반복이라는 키워드로 채워집니다. 하던 대로 만들었고. 늘 보여줬던 대로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스킬도 초반에 주어지는 것 이외에 획득하기도 오래 걸리니, 전투 과정의 변주도 심각하게 나중에 찾아옵니다. 이후의 과정도 말뚝딜이라는 점에서 변함이 없으므로 근본적으로 변주는 없다고 봐도 됩니다.
여기에 자동 조작이라는 편의성 요소가 들어가면서 플레이어의 조작을 지원합니다. 의도적으로 얼기설기 채워둔 콘텐츠의 공백에서 일어나는 반복. 여기서 굳이 화면을 처다보지 않아도 플레이가 가능하게끔 구성하기 위함입니다.
사냥사냥 반복이다 보니, 스크린샷도 같은 구도의 반복이다
● 자동도 아니고 수동도 아니여 - 이도저도 아니고 그렇다고 편하지도 않은
TL은 플레이어가 1시간 이내에 만날 수 있는 것처럼, 자동 이동을 지원합니다. 퀘스트 목록을 클릭하면 해당 위치까지 바로 이동하는 그 시스템 자체입니다. 전투 측면에서는 ‘스텔라포스’라고 명명된 시스템을 통해 자동 전투를 지원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 자동 전투는 아닙니다. 그래서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TL은 분명히 모바일 플랫폼에 더 무게감이 실려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월드에서 진행되는 이벤트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꽉 채워져있습니다. 거의 1시간을 쉬고 2시간씩 이벤트가 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특정 조건을 만족하는 것도 아니고, 어찌 됐든 열리고. 사라지는 보스와 이벤트들입니다. 결국 이러한 것들은 모바일 플랫폼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운 기획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모바일 타이틀을 PC로 제공하는 것이고. 앱플레이어인 퍼플로 PC에서 실행이 됩니다. 따라서 TL은 편의성 측면에서 자동 전투나 조작을 최대한 지원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PC 플랫폼에서 적절했을 조작을 상정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나옵니다. 조작의 기반이나 프로그래밍. 기획 전반이 모바일 타이틀이라는 점에서 문제입니다.
어차피 다 자동이고 말뚝딜이다
전투 측면에서 보자면, 필연적으로 긴 반복의 시간을 거치는 타이틀에서 ‘자동 전투’ 자체가 무척이나 불편합니다. 마치 이를 악물고 ‘우리 게임 완전 자동 아니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이동은 자동으로 하지만 플레이어가 몇 번의 조작을 더 거쳐야만 자동 전투가 진행되도록 해뒀습니다.
그리고 기본 설정 상으로는 스텔라포스를 이용해 퀘스트를 진행하기도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내부에서 스텔라포스의 몇 가지 조건이나 설정을 건드리지 않으면, 주위에 있는 모든 몬스터를 처리하느라 허송세월을 보내기 십상입니다. 시간만 많이 걸리고 제대로 남는 것은 별로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래서 분명 자동 기반인데도 뭔가 편하지가 않다
‘대체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는데, 모바일 조작과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갔음에도 편의성이나 전투 디자인 일부는 PC 플랫폼에서 세부적인 조작이 필요한 것을 따릅니다. 기묘하게도 자동 전투가 베이스가 되지만, 타이밍을 맞춰 수동 조작을 하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또, 콘텐츠 자체는 그저 방치하고 반복적인 플레이로 귀결됩니다. 화면을 보지않고 그저 반복하는 것을 추구합니다. 애초에 게임을 꺼도 사냥이 되는 비조작 플레이까지 넣어놨고요. 조작의 밀도가 다른 콘텐츠들이 서로 섞이지 않고, 한 용기에서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게 불편함과 어색함. 그리고 이해할 수 없음을 만들어 냅니다.
자동 아니라고 주장하려면, 비 접속 플레이는 적어도 없어야 하지 않았나
기묘한 조작감. 알 수 없는 조작과 디자인 방향성과 시너지를 일으키는 요소도 존재합니다. 아니, 다른 어떤 것보다 근본적인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심지어 스스로 플레이를 하면서도 이게 뭐지? 싶은 부분들이 도달하기도 합니다. 그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 ‘충돌판정’ 때문입니다.
● 이후 문제의 원흉이 될 존재 - 플레이어 간 충돌판정 그리고 불협화음
충돌판정은 엔씨소프트가 만든 경쟁형 타이틀의 핵심이었습니다. 사실상 이게 없으면 성립이 안되는 메커닉과 게임 디자인입니다. 사람의 몸으로 사람을 막는다는 개념은 플레이어들이 모인 집단을 하나의 군체로 만듭니다. 물리적으로 뚫을 수 없다는 것 만으로도 여러 전략적 선택을 내릴 수 있고 스펙이 떨어지더라도 막는 것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기도 하죠.
문제는 이러한 충돌판정 개념이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떤 콘텐츠에 적용이 되느냐. 바로 이 지점입니다. 플레이어와 플레이어를 객체로 만드는 충돌판정은 어디까지나 PvP 그것도 필드 중심의 공간에서 상황을 만들기 위한 단초로 작동될 때 가장 큰 의미가 있습니다. 주요 지점을 둘러싸고 방어한다거나. 좁은 공간을 틀어막고 아군들과 버텨냈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음은 분명하죠.
TL은 적어도 충돌판정을 적용할 때에 고민이 거의 없었던 타이틀임은 분명합니다. 왜냐고요? 콘텐츠 간에 제대로 맞아들어가지 않을 부분들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몬스터를 상대할 때 필요한 이동과 공격. 두 가지 흐름을 원활하게 구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택틱이라 부르는 공략 과정의 양상이 플레이어 캐릭터 간의 충돌판정과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사냥만 하는 것이라면 상관은 없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점
이와 같은 택틱이라 불리는 레이드 보스 공략의 흐름은 ‘자유로운 이동’이 전제가 되어 있습니다. 보스의 크기가 크고 패턴이 큼지막하고. 정해진 패턴 사용 순서가 있다는 것. 그러므로 언제. 어떻게. 어디로 움직여서 피하고. 어떤 타이밍에 공격을 가하면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이동이 자유로우므로 이리저리 패턴의 변화를 줄 수 있고 어그로 인계나 공격 중단 / 파티 분배와 같은 다채로운 형태로 모두가 보스를 공략하는 것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됩니다.
TL은 여기서 충돌판정이라는 시스템의 가장 기저에 있는 근간이 ‘자유로운 이동’을 막습니다. 이는 실제 현실과 같습니다. 내가 움직이고 싶어도 옆에 사람이 있다면 불가능한 것 그 자체죠. 필드 보스의 패턴 하나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TL에서 플레이 도중 만나는 필드 보스 ‘모르쿠스’는 주위에 있는 무작위 캐릭터를 대상으로 몇 초 뒤 주위에 범위 피해를 입히는 패턴을 사용합니다.
어차피 다 말뚝딜로 싸운다. 택틱? 그런 거 넣어놔도 반응할 사람이 별로 없다
반대로 공격 시도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나옵니다. 조금 더 나은 위치를 확보하기도 어렵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다면? 보스에게 살의가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이동을 가로막은 저 사람. 내가 이동할 수 있었다면 죽지 않아도 되었을 상황에서 나를 죽게 만든 인간들에게 살의가 가장 먼저 도달합니다. 죽으면 경험치까지 손실되니 더욱 그렇고요. 결국 내 스펙을 올려서 공격을 버티는 것으로 귀결되기 마련입니다.
이 즈음 몰리면, 공격도 못한다. 사람이 보스를 둘러싸서 접근을 못하니까
뭐, 진짜 현실에서 매스 게임을 하듯이 칼같이 진영을 맞추고 일일이 세밀한 움직임을 요구하면 원활한 공략은 가능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자동 기반의 플레이 / 다소 불편한 타게팅 / 모바일 플랫폼의 조작 용이함을 고려하면 재미보다는 스트레스가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이 또한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자동 길찾기나 일반 몬스터와의 전투에서도 충돌판정이 문제가 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모든 시스템들이 충돌판정에 맞춰서 설계되었기에 발생하는 문제들입니다. 당황스러울 때도 있는데, 길찾기를 눌렀더니 NPC와 다른 캐릭터에 걸려있는 충돌판정으로 인해서 이동 자체가 되지 않는다거나. 누구나 한 번은 겪었을 경험들이 계속해서 나옵니다.
100% 후크를 사용한 레이드 패턴이 있을텐데, 이거 사람 때문에 더 짜증날 것이 분명하다
● 이게 플래그십? 글로벌? 콘솔 지향? - 용기가 너무 넘치지 않았나
이외에도 소소한 문제점은 너무도 많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너무 명확합니다. 이전 엔씨소프트의 타이틀이 ‘그래도 리니지 연장선에 있기에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혹은 체념했다-라고 한다면, 이번 TL은 리니지가 아니기에. 그리고 스스로 달라지고자 한다는 이야기를 했기에. 실제로 달라지려는 의도에서 몇 가지를 더했기에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방향성은 중구난방이고 개별 시스템은 정리되지 않았으며,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시스템과 요즘 MMORPG를 따라잡고자 덧붙인 콘텐츠들이 섞이지 않고 표류합니다. 결과적으로 달라지지도 않았고 그렇기에 어색하고 불편한 지점들이 여럿입니다. 차라리 아예 리니지의 형태로. 리니지 프랜차이즈로 무언가를 더했다면 나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이렇게 구성할 것이었으면 완전 자동으로 플레이어의 조작 여지를 아예 없애는 것이 나은 선택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지금은 방치하고 반복적인 플레이를 시스템적으로 지원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필드 이벤트에서 타인을 습격하고 플레이어 사이의 경쟁과 살해를 대놓고 유도하는데다, 이도저도 아닌 자동조작과 편의성으로 불편함만을 야기합니다.
자동기반도 아니고 수동 기반도 아니고 이도저도 아니고
그나마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초반부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플레이 뿐이며, 이 또한 1시간 정도의 경험으로 그칩니다. 이후의 플레이는 별 의미 없는 퀘스트 / 사냥 그리고 또 사냥으로 반복되는 메인 퀘스트 / 또 사냥과 보상으로 반복되는 퀘스트 / 충돌판정으로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는 필드 보스 정도가 게임 속 세계를 채웁니다.
방향성이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기에, 남는 것은 결국 ‘전쟁’ 또는 ‘떼싸움’이라는 PvP 콘텐츠. 그리고 길드라는 강제적 커뮤니티 활성화 뿐입니다. 디자인과 방향성은 이 과정에서 전부 의미를 잃고 시간과 게임 내 재화를 쏟아 부어서 다른 사람과 경쟁하는 콘텐츠만이 거르고 걸린 채 농축됩니다.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디자인이 이미 혼란 그 자체이므로 BM은 치명적인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당장 시즌패스 또는 정가로 변신을 판매하는 것 정도가 눈에 들어올 뿐입니다. 이는 초반부인 지금 기준이고 추후 라이브 서비스 과정에서 어떤 것들이 추가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태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시즌 패스 정도. 그런데 게임 디자인 방향성이 문제라, BM은 눈에도 안 들어온다
아예 전례가 없던 것도 아니므로 지금의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시스템도 의구심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아직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다른 형태로 스펙업 또는 전투에 도움을 주는 것들이 나올 여지가 있습니다. 이게 BM의 영역이 될 것인지. 아니면 스토리 클리어 등 플레이 보상의 영역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조금 당혹스러운 것은 이와 같은 정돈되지 않은 게임 디자인 방향성과 불협화음으로 점칠된 게임 플레이가 ‘플래그십’ / ‘글로벌’ / ‘콘솔 지향’이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 키워드 모두 의문을 남깁니다. 중구난방인 방향성과 게임 콘텐츠 디자인에서 어디를 플래그십이라고 말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물음만이 남습니다.
25년 전에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 성립된 게임 디자인이 현재 시점에서도 먹힐 수 있을 것인지. 이것을 낡았거나 발전시키는 과정에 있어서 큰 고민이 없었는지. 쟁쟁한 타이틀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콘솔 플랫폼에서 모바일 베이스 기반의 플레이와 자동 / 방치에 기반한 게임 디자인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생각을 해본 것인지. 의문이 듭니다.
강화 시스템 바뀐 것은 긍정적이긴 한데, 딱 그 뿐
결국 용기가 너무 넘치지 않았나?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 어디서 긍정적으로 전망을 한 것인지. TL의 어떤 지점들이 글로벌. 특히 북미권에서 소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했는지 묻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냥 하던대로 국내나 대만만 노리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상태라면 이미 개발이 한참 진행된 상태입니다. 그간 방향성을 잡느라 몇 년 동안 들인 인적·물적 투자가 상당함은 분명합니다. 이번 테스트의 피드백이 있더라도 다이나믹한 변화는 어려울 것은 분명하죠. 뭔가 변화하고 싶었던 점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변하지 못했고 어설픈 변화가 어색함과 불편함을 낳았습니다. 이 즈음 되면, 그 뭔가. 방향성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짜 변화를 위해서는 종교적 믿음이나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 반성과 객관화. 파괴적일 정도로 기존의 것을 뒤집고 해체할 용기과 의지가 필요합니다. 콘텐츠를 전부 보여주지 않은 TL이지만, 앞으로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당장 현재 빌드의 게임 플레이가 반복과 사냥. 큰 의미를 갖추지 못한 텍스트와 내러티브를 보여줬던 것처럼 이후에도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개인적 욕심 같습니다.
그렇기에 조심스레 마지막 평을 내립니다. 2011년 공개했던 ‘리니지 이터널’이 현재의 ‘쓰론 앤 리버티’보다 실험적인 시도와 발상들이 적용되었고 방향성이 더 정돈됐던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입니다. 비록 발매되지 못한 채 사라졌지만, 차라리 이 때의 시도와 발상들이 더 빛이 나지 않았을까 합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