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서 화가 난다! 'PS VR2' 첫인상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이하 SIE)의 새로운 VR HMD '플레이스테이션 VR2(이하 PS VR2)'가 출시를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PS VR2는 SIE에게 큰 도전이다. 최근 희미해진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독점력'을 한층 끌어 올려줄 존재이기 때문이다.
PS VR2는 오직 PS5에서만 작동하며, PC와 연동되지 않는다. 이는 엄청난 자신감이자 양날의 검이다. PC 기반으로 성장해온 VR 시장을 제쳐두고 오직 PS5로만 승부를 보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과연 PS VR2는 그런 SIE의 자신감에 적합한 물건일까? 감사하게도 SIEK 사옥에 초대받아 PS VR2를 직접 만져보고, 간단하게 체험해볼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 다룰 내용은 PS VR2의 첫인상이다.
업계 표준(?) 디자인으로 돌아온, PS VR2
PS VR2는 인사이드-아웃 트래킹을 기반으로 하는 유선 VR HMD다. 패널 해상도는 시야 당 2,000x2,040, 화면 재생률은 최대 120Hz, 시야각은 110도로 현세대 VR HMD에 적합한 4K급 성능을 자랑해 몰입감 넘치는 최신 VR 게임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다.
독자 규격에 따르던 전세대기과 달리 PS VR2의 기기 디자인은 업계 표준(?)을 따르게 됐다. 헤드셋에 트래킹 카메라를 내장하게 되어 움직임을 감지하는 별도 외부 카메라가 필요 없게 됐으며, 그 덕에 사용을 위해 별도 모듈에 여러 갈래 선을 잔뜩 끼워대야 했던 전세대기와 달리 연결 방식이 USB-C 타입 케이블 하나로 통일됐다.
선 하나로 연결 가능해진 PS VR2
컨트롤러도 무브봉 형태가 아닌 일반적인 VR 컨트롤러 형태를 따르게 돼 직관적이고, 편의성이 대폭 증가했다. 독자적인 규격을 추구하다가 애매한 결과를 가져왔던 PS VR 시절을 생각하면 꽤 긍정적인 변화다.
PS VR2 센스 컨트롤러
PS VR2는 최근 VR 업계에 유행인 무선 기능을 탑재하지 않았다. 그만큼 내부에 사용된 부품이 적어 PS VR 시절 가장 큰 장점으로 여겨지던 가벼운 헤드셋 무게를 유지할 수 있었고, 장시간 플레이해도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착용감이 굉장히 좋았다.
착용 또한 편리하다. PS VR2는 앞뒤로 늘어난다. 먼저 뒷부분에 위치한 헤어밴드를 늘려 머리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한 후 머리 크기에 맞게 조여준다. 이후 앞부분에 위치한 HMD를 앞뒤로 밀었다 당겼다 하며 선명한 시야가 확보되는 위치로 조절한다. HMD의 위치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안경을 쓰고 있어도 문제 없고, 안면에 밀착시킬 수 있어 빛이 새어 들어오지도 않는다.
헤드셋 전면 상단에 위치한 통풍구도 특기 할만 하다. VR HMD를 오래 착용하고 있다 보면 헤드셋 안면부에 공기 흐름이 정체 되면서 뭔가 찝찝하면서도 답답한 느낌을 받기 마련인데, PS VR2는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별도 통풍구를 마련해둬서 장시간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앞으로 쭈욱
뒤로 쭈욱
헤드셋 상단을 자세히 보면 통풍구가 뚫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소니의 진심 모드
PS VR2 체험해보고 가장 먼저 느낀 것은, SIE가 상당히 VR에 진심이 됐다는 것이다. PS VR2는 가능한 모든 기술을 동원해 가상현실 몰입도를 올리고자 노력한 부분이 엿보인다. 대표적으로 IR 카메라를 통한 아이트래킹, 아이트래킹을 활용한 FSR 업스케일링, 헤드셋 진동, 패스스루 카메라를 활용한 놀이 공간 설정, PS VR2 센스 컨트롤러의 정전식 터치 센서 등이 있다.
먼저 시선 추적 기능이다. PS VR2는 한쪽 눈 당 아이트래킹용 IR 카메라가 내장되어 있고, 이를 통해 사용자의 눈이 향하는 위치를 추적한다. 아이트래킹은 그래픽 개선, 상호작용 등에 사용된다.
PS VR2의 아이트래킹은 FSR 업스케일링 기술을 활용한 '포비티드 렌더링'을 통해 사용자가 바라보고 있는 영역의 그래픽은 향상시키고, 바라보지 않는 방향의 그래픽은 떨어뜨리는 등 그래픽 성능 최적화가 가능해 PS5가 가진 성능 이상으로 멋진 VR 그래픽을 보여준다. 또 사용자의 시선을 감지해 인게임 내 상호작용이 발생하는 등 게임 몰입도를 한층 더 높여준다.
헤드셋에 진동 모터가 탑재돼 상호작용에 따라 진동이 발생하기도 한다. 진동이 울리면 화면이 흔들려서 게임 플레이에 지장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데, 실제로 경험해 보니 진동이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흔들리는 위치가 이마 위쪽이라 화면 자체가 흔들린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주변 환경을 스캔하여 놀이 공간을 설정하고 사용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패스스루 카메라가 PS VR2에 대한 신뢰도를 더한다. 트래킹 방식이 인사이드-아웃이 되면서 사용자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지고, 그만큼 행동 반경이 커져서 자칫하면 위험할 수 있는데, 게임을 즐기기 전에 패스스루 카메라로 한 번 주변을 스캔하고 직접 안전 구역을 설정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안심이다. 특히 가구 등 물체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직관적이고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된 PS VR2 센스 컨트롤러가 특히 기가 막히다. VR 컨트롤러가 직관적이고 인체공학적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정말 간단하다. 가위바위보를 해보면 된다. PS VR2 센스 컨트롤러는 가상현실의 손 모양과 현실의 손 모양이 최대한 일치할 수 있도록 버튼 디자인이 설계되어 있어서 현실에서 가위바위보 제스처를 취하면 자연스럽게 게임 속 손도 가위바위보를 하게 된다.
듀얼센스가 보여준 적응형 트리거를 PS VR2 센스 컨트롤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활시위의 장력, 무기 걸림, 물체의 부서짐 등을 트리거의 장력을 통해 현실감 넘치게 경험해볼 수 있다.
여기에 정전식 터치 센서를 탑재해 버튼과 손가락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손가락이 버튼에서 멀면 멀수록 게임 속 손가락은 펴지며,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접히는 등 손가락의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다. 밸브 인덱스 VR이 선보인 인덱스 컨트롤러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AAA급 VR 콘텐츠가 함께한다
전세대기인 PS VR은 기기 누적 판매량만 보자면 역대급이었지만, 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VR 경험 자체는 역대급이라고 보기 어렵다. 즐길 수 있는 VR 콘텐츠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특히 AAA급이라고 칭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규모의 VR 게임 타이틀이 부족했기 때문에 깊이 파고들 구석이 없었다.
SIE도 그런 점을 다소 의식했는지, PS VR2는 시작부터 AAA급 콘텐츠와 함께한다. 독점 콘텐츠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바이오 하자드 빌리지 VR' 등을 앞세워 30개 이상 게임 타이틀을 선보이는 것이다.
VR 게임을 논할 때 꼭 언급되는 대표격 게임 타이틀이 두 개 있다. 바로 '비트 세이버'와 '하프라이프 알릭스'다. 2018년 출시된 비트세이버와 2020년 출시된 하프라이프 알릭스가 여전히 대표 게임 타이틀로 불린다는 점에서 뼈 아프지만, 두 게임이 VR 게임을 대표할 정도로 잘 만든 게임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 있게 말하겠다. PS VR2 독점 콘텐츠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은 그 두 게임처럼 회자되는 AAA급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이번 체험회에서는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을 데모 빌드로 경험해볼 수 있었는데, 정말 행복한 경험이었다. VR 게임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런 것도 된다고?"라는 감상이 끊이지 않아야 하며, 언제나 상상 이상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은 그 상상 이상에 적합한 게임이었다.
걷는 동작으로 인식되는 이동 시스템, 손 동작을 인식하는 무기 수납과 발사 시스템, 사소한 물체 하나하나 전부 만져지는 상호작용, 각도에 따라 물체를 잡는 손 모양이 달라지는 세밀함, 속도와 충격을 인식하는 물리 엔진, 원작의 액션을 충실히 재현한 전투 시스템 등 개발사가 얼마나 VR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지 알 수 있는 요소가 많다.
이번은 PS VR2의 첫인상을 다루는 기사인 만큼 게임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자제하도록 하겠다.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출시 이후 리뷰를 통해 착실히 소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향후 리뷰로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시간만 충분했으면 하루 종일도 했을 것이다
직접 착용해보니… 잘 만들어서 화가 난다!
PS VR2를 직접 체험해 보기 전까지, 개인적으로 기자는 PS VR2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최근 출시되는 VR HMD 대부분이 독립 구동, PC 무선 연결 등을 지원하며 VR 기기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그 활용도를 높이는데 매진하고 있는 반면, PS VR2는 사용처를 PS5로 한정하면서 안으로 굽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직접 체험해 보니 화가 날 정도로 아쉽다. 상상보다 더 편하고 좋은, 많이 잘 만든 기기였기 때문이다. 무선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 이유는 충분히 납득할 만 하다. 덕분에 가벼운 무게를 유지할 수 있었고, 착용감도 무척 좋다. 하지만 PC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납득 가지 않는다. 모처럼 독자 규격이 아닌 표준 규격으로 돌아왔는데 '굳이' PC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심술(?)이 날 정도다. 그 정도로 잘 만든 기기라는 의미다. PS VR2가 PS5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추측된다.
첫 번째, 최근 약해진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독점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예전과 달리 플레이스테이션 완전 독점 콘텐츠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데, PS VR2가 잘되면 그 약해진 독점력에 새로운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PS VR2로 출시되는 퍼스트 파티 게임 타이틀 품질 관리를 위해서다. 호라이즌 콜 오브 더 마운틴을 플레이하고 난 후 든 생각 중 하나가 이러한 AAA급 퀄리티는 SIE가 특별히 신경 썼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플랫폼을 PS5로 제한한 것은 PS5 및 PS VR2로 항상 만족스러운 콘텐츠만 보여주겠다는 SIE의 의지 표명이나 다름 없다.
향후 PS VR2가 정식 출시된 이후 더 경험해봐야 할 일이지만, PS VR2에 대한 성능·기능적 단점은 현 단계에서 딱히 느끼지 못했다. 굳이 단점을 꼽자면 PS5가 반드시 필요하고,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PS VR2의 권장 소비자 가격은 79만 8,000 원이다. PS VR2의 기능을 생각하면 타 VR HMD 대비 엄청 비싸거나 하는 가격은 아니다. 다만 여기에 PS5의 가격을 더하면 약 140만 원 수준으로 상당히 부담되는 가격이 된다.
보통 VR을 좋아하는 유저는 PC를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현시점 플레이스테이션은 VR 시장에서는 상대적 약자다. 아무리 독점력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해도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하지 않은 듯하여 상당히 아쉽다. 사용은 PC와 PS5 둘 다 가능하고, 독점은 게임 타이틀로만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독점은 게임 타이틀로만 한정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PS VR2 헤드셋 자체에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지 않기도 하다. 따라서 이어폰 혹은 블루투스 헤드셋을 따로 연결할 필요가 있다. PS VR2 번들을 구매하면 이어폰을 같이 제공하긴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본 바로는 헤드폰 형태가 더 안정적이다. 특히 PS5 공식 헤드셋인 '펄스 3D 무선 헤드셋'과 굉장히 궁합이 좋다. 공식 기기끼리는 뭔가 시너지라도 있는걸까? 그런데 펄스 3D 무선 헤드셋 가격이 12만 8,000 원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PS VR2를 즐기기 위한 비용은 더욱 비싸진다.
PS VR2에 펄스 3D 무선 헤드셋까지 착용한 모습, 마치 한 세트처럼 보인다
PS VR2는 충분히 잘 만든 기기다. 향후 주목해야 할 것은 SIE의 행보다. PS5만으로 충분히 PS VR2의 매력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PS VR2는 PS5의 독점력을 올려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 귀추가 주목된다.
PS VR2는 2월 22일 전 세계 동시 판매가 진행되며, 국내 권장 소비자 가격은 79만 8,000 원이다. 사용을 위해서는 PS5가 있어야 하며, PC 연결을 지원하지 않는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