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색으로 매력 업, 테일즈샵 미연시 신작 '랜덤채팅의 그녀' 인터뷰
'랜덤채팅의 그녀'는 원작 웹툰 '랜덤채팅의 그녀!'를 각색한 비주얼노블로, '방구석에 인어아가씨', '당신을 기다리는 여우',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 '그녀의 세계' 등 국산 비주얼노블, 일명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유명한 테일즈샵이 개발 중인 미연시 게임이다. 4인 4색 히로인과 연애하는 이야기를 풀보이스로 경험할 수 있고 원작과 다르게 흘러가는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원작 팬은 물론 미연시 팬도 흥미롭게 플레이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AGF 2022 현장에서 공개됐던 테일즈샵 '랜덤채팅의 그녀'
랜덤채팅의 그녀 개발에는 테일즈샵 화제작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의 자드(Zad) PD와 케로(ukero) 작가가 각본과 그림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방구석 인어아가씨 '납작이'역의 조경이 성우, 기적의 분식집 '필리아'역의 정혜원 성우, 썸썸편의점 '아델라 프로하스카'역의 장미 성우, 그녀의 세계 '현아'역의 이은조 성우 등 과거 테일즈샵 작품을 빛냈던 성우들이 다수 주연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팬들의 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과연 랜덤채팅의 그녀는 어떤 게임이 될까?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인 테일즈샵 사옥에 방문해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인터뷰에는 랜덤채팅의 그녀 개발 총괄 및 각본을 담당하고 있는 자드 PD, 그리고 아트 디렉터 및 메인 일러스트를 맡고 있는 케로 AD가 참여했다.
테일즈샵 사옥을 습격했다. 랜덤채팅의 그녀 개발로 여념이 없는 모습.
입구에 들어서자 마자 반가운 얼굴들이 눈에 들어온다
게임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것을 사옥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자드: 안녕하세요. PD 자드입니다. 이번 '랜덤채팅의 그녀' 게임화의 개발 총괄 및 각본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케로: 안녕하세요. AD 케로입니다. 랜덤채팅의 그녀에서는 메인 일러스트레이터 및 아트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 웹툰 '랜덤채팅의 그녀!'를 게임화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자드: 원작 웹툰 '랜덤채팅의 그녀!' 박은혁 작가님께서 먼저 테일즈샵으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자신의 작품을 미연시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시면서요. 그때가 마침 21년 초 '썸썸편의점' 본편을 완성했을 때였는데, 게임화가 가능할 지에 대해 약 6개월 정도 회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각색을 잘하면 미연시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되서 게임화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이 3년 만에 다시 뭉쳤다. 이번엔 어떤 이야기를 써내려갈지 기대된다.
케로: 3년 만... 그렇긴 한데, 사실 프로젝트 같이한 걸로 따지면 7개 정도 되고, 약 6년 동안 계속 같이 일하고 있어서 그다지 새로울 건 없습니다. (웃음)
자드: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 뿐만 아니라 루베도 아니무스, 섬광천사 리토나 리리셰... 등 과거부터 계속 함께해서 감회가 새롭다기 보단, 2년 동안 같이 열심히 준비한 것이 이제 나오는구나 라는 달성감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케로: 오래 같이 일하다 보니 일할 때 서로 잘 맞고, 트러블 없이 술술 잘 풀려서 좋은 것은 있습니다. 덕분에 이번 작품도 잘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됩니다.
좌측부터 테일즈샵 '랜덤채팅의 그녀' 자드 PD, 케로 AD
● 게임 랜덤채팅의 그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자드: 4명의 개성이 강한 히로인들과 연애를 하는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간단하게 말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로: 기획 당시 '전투 없는 페르소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개인적으로 페르소나 시리즈를 RPG보단 미연시처럼 플레이한 사람이라 가끔은 전투가 귀찮다고 생각될 때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페르소나에서 전투를 뺀 느낌의 미연시는 어떨까?라는 생각으로 접근을 시작했습니다.
케로: 결과적으로 탄생한 것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이벤트를 경험하고 캐릭터와 연애를 할 수 있는 미연시 랜덤채팅의 그녀입니다. 그런데 만들다보니 페르소나보단 '동급생'과 더 비슷해진 것 같네요. 현대판 '동급생'이랄까요. 감히 동급생의 명성에 견줄 순 없겠지만,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드: 게임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이번 인터뷰에서 처음 공개하게 된 것 같은데, 아직 다듬고 있는 단계라 스크린샷 등으로 상세하게 보여드리는 것은 힘들 것 같네요. 양해 부탁드립니다.
4인 4색 연애하는 미연시, 랜덤채팅의 그녀
● 2021년 테일즈샵 인터뷰 당시 '프로젝트C'라는 이름으로 자드 PD의 신작을 아주 짧게 언급한 바 있는데 그 프로젝트C가 랜덤채팅의 그녀인 것인지? 만약 맞다면 '새로운 시도'가 있다고 들었는데 괜찮다면 어떤 새로운 시도인지 살짝 공유해줄 수 있을까?
자드: 맞습니다. 딱 그때부터 준비 중이었습니다.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케로님이 게임 개발을 위한 그림체를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었죠. 새로운 시도는 크게 두 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드: 일단 첫 번째는 랜덤채팅의 그녀는 테일즈샵 게임 최초로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출시 예정입니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대사 표현이...
케로: 대사에 표현의 자유가 포함되서?
자드: 표현의 자유라고만 말하면 오해를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을 예상하는 이유는 야하기 때문이 아니라 과격한 비속어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때문인데요. 비록 연령 등급은 올라갔지만, 비속어 표현이 자유로워지면서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 풍부해지고, 몰입도를 더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쫄깃쫄깃한 상황을 더 잘 연출할 수 있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케로: 두 번째는 월드 탐험입니다. 이거 때문에 개발 기간이 더 길어진 것도 있는데, 작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자드: 이번 작품에는 직접 캐릭터를 움직여 맵을 탐험하는 어드벤처식 구성을 약간이나마 첨가해봤습니다. 맵을 돌아다니면서 캐릭터를 만나고, 이벤트를 보거나 퀘스트를 받는 등 요소를 추가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테일즈샵은 원작을 그대로 비주얼노블 형태로 옮겨 담는 것이 아닌, 새롭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랜덤 채팅의 그녀도 테일즈샵 만의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게 될 지 궁금하다. 각색은 어느 정도 들어가는가?
자드: 약 50%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초중반부는 거의 원작과 동일하게 가는데, 중후반부는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로 전개가 될 예정입니다.
케로: 초중반과 중후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자드: 아무래도 미연시니까 공통 루트가 있고, 히로인 개별 루트가 있겠죠. 공통 루트가 초중반이 됩니다. 초중반에서는 주로 캐릭터의 등장, 캐릭터의 과거를 보여주는 내용이 나오게 될텐데, 그러한 에피소드는 원작과 비슷하게 갑니다.
자드: 히로인 개별 루트가 중후반으로, 원작과 다른 새로운 스토리로 전개가 됩니다. 게임에서는 원작 웹툰에서 주인공과 사귀지 않았던 캐릭터와 연애를 하게 되니까 개별 루트에 맞춰서 인간관계도 전부 바뀌게 됩니다. 그만큼 새로운 내용을 다루게 되는거죠.
자드: 저희는 미연시를 만들다 보니까 미연시에 어울리는 내용, 주로 히로인과 연애 이야기 등은 원작에서 많이 가져오는 편인데, 이건 미연시에 들어갈 만한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것은 거의 넣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배틀 같은 것이 있겠죠. 원작에서 양아치 그룹과 싸우는 에피소드가 종종 나오는데 게임에선 그런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물론 빠진 내용만큼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새로운 내용을 채워 넣었습니다.
히로인 개별 루트에서 완전 새로운 스토리를 다루며, 루트별로 다른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 스토리 만큼이나 그림체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웹툰은 웹소설과 다르게 모든 것이 그림으로 진행되는 콘텐츠다보니 신경 쓸 부분이 많았을 것 같은데, 힘들진 않았는지?
케로: 초반에 그림체를 설정하는 것이 되게 시간이 걸렸고 힘들었습니다. 약 2개월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처음에는 저만의 그림체보단 원작의 느낌을 최대한 살려 원작과의 괴리감이 안 들도록 디자인하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나만의 그림 스타일'이라는 것이 있다보니 오히려 결과물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케로: 완성하고 나면 문득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결국 두 번 정도 이미 진행한 기존 작업물을 모조리 재작업을 한 경우까지 발생하더군요. 초반에 시행 착오를 많이 겪은 것 같습니다. 지금은 제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그림이 나오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입니다.
자드: 이제 내가 보기에도 별로인데 유저들이 보기에도 별로일 거라는 생각이 드는거죠. 그렇다고 너무 예쁘게만 그리면 완전 다른 캐릭터가 돼 버리니까 조심해야 했습니다. 원작 느낌을 살리면서도 케로님 특유의 그림체까지 더한 그림을 만들어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 이번엔 히로인이 무려 4명이다. 평소보다 많은 히로인를 선보이는 셈인데, 힘들진 않았는지?
자드: 테일즈샵 게임 역사상 최대 히로인 숫자입니다. 물론 힘들었습니다. 특히 케로님이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무려 4명 분을 그려야 하니까요.
케로: 사실 절대적인 시간만 주어지면 히로인 관련 일러스트를 그려나가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는 안됩니다. 문제는 히로인이 늘어나는 만큼 인간관계도 늘어나기 때문에 조연도 더 많이 그려내야 한다는 것이죠.
자드: 원작이 없는 게임이었으면 '얜 남자 캐릭터니까 안 그려도 돼!', '비중이 적으니 안그려도 돼!' 같은 판단 하에 최소화가 가능했을 텐데, 랜덤채팅의 그녀는 원작이 있다보니 어느 정도 비중이 있으면 다 그리는 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조연이어도 일러스트 뿐만 아니라 더빙까지 다 들어가 있습니다.
인간 관계 표현을 위해 주인공 뿐만 아니라 조연 캐릭터까지 다 그리고 더빙까지 들어갔다
● 결말이 정해져 있는 선형 진행인지, 아니면 선택지 혹은 특정 스테이터스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멀티 엔딩 진행일지 궁금하다.
자드: 일단 대화 시 선택지는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선택지 시스템을 제외한 것은 아니고, 다른 형태로 존재합니다.
자드: 이번 작품은 맵을 이동하는 월드 개념이 들어갔고, 해당 히로인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것 자체가 애초에 선택지가 됐습니다. 현 단계에선 자세히 공개하기 어렵지만 SNS 좋아요 누르기, 메신저 답장, 선물하기 등 요소를 통해 특정 히로인의 호감도를 올리는 시스템이 들어가는데, 이 또한 일종의 선택지가 될 수 있겠죠. 특히 SNS의 경우 A 히로인에게 좋아요를 누르면 그걸 본 B 히로인의 호감도가 내려가는 등 이벤트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드: 멀티 엔딩... 히로인마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배드 엔딩이 발생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일단 그런 엔딩은 없습니다. 아무도 공략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솔로 엔딩은 있긴 합니다. 일부러 그런 이야기를 쓰지 않았다기 보단 쓰기 어려웠다는 것이 맞는 것 습니다. 랜덤채팅의 그녀는 원작이 있는 게임이니까요. 여러 모로 조심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히로인이 많은 게임을 볼 때마다 오타쿠 판타지(?)의 일종인 하렘 엔딩 혹은 열린 결말 등이 떠오르곤 하는데, 그런 엔딩을 고려해본 적은 없는지
자드: 일본식 미연시에서 하렘이라는 구성이 종종 나오는데, 저 같은 경우엔 반대로 플레이어가 이 여자 저 여자 다 사귀려고 하면 '위쳐 3' 게롤트 솔로 이벤트처럼 오히려 진행에 문제가 생기게 만드는 편입니다.
자드: 실제로 랜덤채팅의 그녀에서는 공략을 진행할 때 특정 히로인에게 공개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면 다른 히로인의 호감도가 떨어지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무시하고 동시 공략을 하려고 하면 솔로 엔딩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원작을 보면 애들끼리 시기와 질투가 많은데,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렘, 그런건 없다!
● 테일즈샵의 비주얼노블은 그냥 이야기만 넘겨 보는 것이 아닌 경영 등 특정 게임 요소를 집어 넣어 게임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랜덤 채팅의 그녀도 특정 게임 요소가 포함되는지?
케로: 월드를 돌아다니면서 이벤트를 풀어나가고, SNS 등으로 히로인을 공략해 나가는 것 외에는 따로 특별한 게임성이 더해지진 않은 것 같습니다.
자드: 장르를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으로 정하고 들어간 만큼 연애와 관련된 것에 집중했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를 직접 조작해 월드를 구석구석 이동하고, NPC를 찾아가 직접 대화를 하고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점이 게임 같다면 게임 같다고 볼 수 있겠죠.
케로: 비주얼노블 파트를 진행하면 일자가 넘어가고, 다음 비주얼노블 파트를 보기 위해서 어드벤처 파트를 진행해야 하는 식입니다. 이번 작품에 추가된 게임성이라면 맵을 돌아다녀야 하는 어드벤처성 정도일 것 같네요.
● 랜덤채팅의 그녀 플레이 타임은 어느 정도가 될까?
자드: 랜덤채팅의 그녀의 플레이 타임은 최소 20시간 정도로 잡고 있습니다. 히로인이 늘어나서 그만큼 이벤트가 많기 때문입니다. 히로인 숫자로나 플레이 타임으로나 과거에 없었던 테일즈샵 게임이 될 것 같네요.
● 테일즈샵 게임 최초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게될 것 같다고 했는데, 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인 만큼 수위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자드: 물론 제한이 있었죠.
케로: 많이 있었죠.
케로: 썸썸편의점이나 기적의 분식집은 같은 경우에는 기준, 그니까 '선'만 안 넘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15세 이용가의 최대치를 표현하면서 작업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선을 의식하기는 커녕 선 근처에도 얼씬도 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작업해야 했다고 할까요.
케로: 그래서 수위 조절은 확실히 하면서 만족감은 드릴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야 했기에 굉장히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학생이 주인공인 게임 안 만들 겁니다!
자드: 저도 다음에는 오리지널을 하든, 원작이 있는걸 하든, 학생이 주인공인 이야기는 안할 것 같네요. 생각보다 힘들더라구요.
케로: 이번 작품은 유저들이 최대한 아쉬움이 없도록, 다른 형태로 큰 만족감을 드릴 수 있도록 CG를 더 신경 써서 보강했습니다. 각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더 어필하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보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자드: 수위랑 별개로 서비스씬 비중 자체는 썸썸편의점보다 더 많습니다. 최대한 아쉬움을 드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으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랜덤채팅의 그녀를 작업하면서 '선'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으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최대한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아쉬움을 보충했다고 하니 기대해 보도록 하자.
● 단순히 비속어만으로 청소년 이용 불가를 받는다는 것이 쉽사리 상상이 되지 않는다.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청소년 이용 불가를 예상하고 있는지?
자드: 더빙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글이랑 그림까지는 괜찮은데, 거기에 감정이 실린 연기가 더해지면 체감 수위가 확 올라가게 됩니다.
자드: 사실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수위에 맞춰 검열을 해서 15세 이용가로 갈까, 아니면 검열 없이 청소년 이용불가로 갈까로요. 이러한 형태로 도전해 본적이 한 번도 없어서 과연 유저 만족도가 어떨까라는 생각에 새로운 시도를 해보게 됐습니다.
케로: 청소년 이용 불가는 어디까지나 예상일 뿐, 아직 청소년 이용 불가라고 확정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등급 분류가 15세 이용가로 나지 않았을 경우, 15세 이용가 발매를 위해 타협하지 않고 청소년 이용 불가로 낸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 향후에도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계속 비주얼노블을 개발할 의향이 있으신지 궁금하다.
자드: 그건 랜덤채팅의 그녀의 반응을 보고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네요. 아직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해야할까요. 반응이 좋다면 물론 계속 하고 싶습니다. 틴 버전에 맞추려고만 하면 여러모로 밍숭맹숭한 내용이 되는 것 같아서 넷플릭스 19금 정도의 표현을 해야 들어가야 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 테일즈샵은 아직까지는 비주얼노블의 틀에서 벗어난 작품을 만들지 않고 있는데, 혹시 '간단한 게임성'이 아닌 '본격적인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는지? 개인적으로 최근 테일즈샵이 출시한 '그녀의 세계'는 RPG를 결합해서 상당히 좋은 느낌이었다.
자드: 항상 욕심은 있죠. 다만 바로 만들 수는 없으니까 점진적으로 게임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케로: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 그리고 이번 랜덤채팅의 그녀. 게임 요소를 조금씩 넣어가는 단계 자체가 앞으로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차근차근 배워가기 위함이라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케로: 저희 모두 게임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은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아직 역량이 부족하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어서 레벨 업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자드: 언젠가 비주얼노블은 물론 스토리 위주 '게임'도 만들게 될겁니다. 저희가 앞으로 만들게 될 게임이 RPG가 될지, 액션이 될지 모르지만, 테일즈샵은 스토리가 장점이니까 이 스토리텔링 만큼은 지켜나가고 싶습니다. 유저분들이 기대하는 것이기도 하고, 테일즈샵이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테일즈샵 '그녀의 세계', 맵 탐험을 통해 RPG 느낌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 (케로 AD에게) 이때까지 그려온 모든 캐릭터가 소중한 존재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하다'고 느끼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케로: 제가 처음으로 비주얼노블 캐릭터를 그렸을 때 나온 산타는 교복을 입을 수 밖에 없어의 '산타', 맥심 잡지에도 나왔던 기적의 분식집 '필리아', 이번에 피규어도 만들어지는 썸썸편의점의 '아델라'... 모두 제게 특별한 캐릭터들이지만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를 뽑으라면 기적의 분식집의 '주미라'가 될 것 같습니다.
케로: 주미라는 제 취향을 가득 집어넣어서 그린 캐릭터인 만큼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고 좋아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자드님이 캐릭터 스토리를...
자드: 스토리상 비호감도가 높은 캐릭터가 돼 버렸죠. (웃음)
케로: 인터넷 방송으로 게임 진행하신 분들 보면 전부 싫어하시더라고요. 나오는 순간 욕부터 하시고요. (웃음)
자드: 만약 기적의 분식집 리메이크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잘 써드리겠습니다. 리메이크 예정은 없지만 미래는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이 잖아요? 혹시 할지도요. 하하.
썸썸편의점 방예나, 아델라, 편수희
기적의 분식집 필리아
다 예쁜 딸들이지만 기적의 분식집 '주미라'가 가장 특별하다고 한다
● 지난 AGF 2022에서 아델라 피규어 원형을 공개했다. 아델라의 경우 나온지 꽤 된 작품의 캐릭터임에도 현재까지 사랑받으며 이렇게 피규어까지 나오게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소감이 궁금하다.
케로: 솔직히 기대는 안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테일즈샵 정도 규모의 업체가 캐릭터 피규어를 낸다고 생각했을 때 과연 실현 가능한가 생각하면 사실 불가능하잖아요. 기대를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AFG 2022 1달 전 쯤 피규어화를 맡아주고 계신 팀 켈베로스 분들과 만나서 초기 원형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때부터 실감이 되더라구요.
자드: 와, 정말로 나오는구나.
케로: 저보다도 제 조카들이 더 좋아해 주더라고요. 삼촌 그림이 피규어로 나온다니! AGF 현장 와서 피규어 원형이랑 사진도 찍고 갔습니다. 피규어 나온다는 것보다 조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 아델라 피규어는 원래 AGF 현장에서 예약 주문을 진행하기로 했었는데 미뤄졌다. 피규어는 언제 만나볼 수 있을까?
자드: 저희도 알려드리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하네요. 모펀에서 자세한 일정이 확정되면 별도로 공지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판매 준비 중인 썸썸편의점 '아델라' 피규어, 사진은 테일즈샵 사옥에 전시되어 있는 프로토 타입
● 최근 서브컬처에 대해 순수하게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테일즈샵은 올해로 10년 차 미연시 개발사인 만큼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관련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케로: 인식은 확실히 좋아졌습니다. 옛날 같으면 "윽, 오타쿠"라며 이상하게 바라보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에는 오타쿠라는 용어 자체가 밈화 되기도 했고, 순수하게 즐겨주시는 분도 많아져서 긍정적인 시선도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자드: 아무래도 인터넷 방송의 힘이 컸죠. 옛날의 미연시가 내가 집에서 혼자 플레이하고 어디 가서 이야기 못하는 그런 경험이었다면, 현재는 인터넷 방송하시는 분들이 미연시를 종종 플레이 해주시면서 다같이 보는 애니? 영화? 같은 느낌으로 받아 들여져서 거부감 자체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 마지막으로 테일즈샵의 게임을 기다리고 있을 팬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드린다.
자드: 원작과 다른 새로운 스토리, 랜덤채팅의 그녀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게임은 내년 3월 초 스팀을 통해 PC 선출시되며, 향후 모바일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콘솔은 나오긴 할텐데 조금 기다려주셔야 할 것 같아요. 많은 사랑과 관심 정말 감사드립니다.
케로: 기적의 분식집, 썸썸편의점, 그리고 이번 랜덤채팅의 그녀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사실 썸썸편의점 발매하고 나서 루리웹 유저게시판에 사과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남자 주인공을 잘 생기게 그려서 죄송하다"고요.
케로: 이번 랜덤채팅의 그녀에서도 또 한 번 사과글을 올릴 일을 하게 돼 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연성을 위해 남자 주인공이 잘 생기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시고, 예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