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의 아이돌 서새봄, ‘마블스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드’ 120% 즐기기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돌아왔다. 최근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퍼스트 파티가 PC로의 진출을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 8월 스팀, 에픽게임즈 스토어로 '마블스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드'가 출시된 것. 스팀 클라이언트 데이터를 분석하는 서드 파티 툴 ‘SteamDB’에 따르면 발매 후 이틀째 최고 동시접속자가 66,436명으로 ‘호라이즌: 제로 던’을 넘어 ‘갓 오브 워’ PC 버전에 근접한 호성적을 거뒀다. 뿐만 아니라 스팀 유저 평가가 압도적으로 긍정적, 메타크리틱 점수도 높아 소니와 인섬니악이 그만큼 PC 이식에 공을 들였음을 인정 받은 셈이다.
과거에는 신작이 나왔을 때 완성도가 괜찮은지 확인하려면 일단 지갑부터 열어야 했다. 다행히 요즘은 이른바 종겜쓰(종합 게임 스트리머)가 뭇 시청자를 대신하여 게임 플레이는 물론 재미난 입담까지 섞어준다. '마블스 스파이더맨 리마스터드' 역시 출시하기가 무섭게 트위치 팔로워 65만의 스트리머 서새봄이 방송을 진행한 바 있다. 게임 캐릭터 이상형 월드컵서 주저없이 피터 파커를 고르고 MCU ‘스파이더맨’ 명품 조연 제이콥의 내한 인터뷰를 맡기도 한 그녀는 자타동인 ‘스파이더맨 찐팬’이다. 게임과 영화를 넘나드는 그녀의 ‘덕력’에 대해 들어보자.
● 반갑습니다. 워낙 인기 있는 분이지만, 그래도 먼저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 안녕하세요. 저는 트위치에서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활동 중인 자칭 ‘트위치의 아이돌’ 서새봄입니다.
● 루리웹 게임방송 게시판에 매일 방송 소식을 올리는 ‘새봄:3’이란 분, 혹시 본인인가요
: 항상 직접 게시하고 있습니다. 루리웹이랑 인스타,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제 개인 트게더까지. 2015년 1월 1일부터 본격적인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 나서며 루리웹에 방송 소식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평소에는 주로 게임 정보를 보는 입장이라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지만요.
● 바로 얼마 전에 방송 12주년이죠. 축하합니다! 이렇게 오래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뭘까요
: 항상 스스로 운이 좋다고 여겨요. 슬프게도 게임은 잘 못하지만(웃음), 단 한 번도 게임에 대한 번아웃이 오진 않았거든요. 스트리머는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데 게임이 질리거나 하면 아무래도 많이 힘들겠죠. 그런데 저는 게임과 함께라면 평생 이렇게 살아도 전혀 힘들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물론 게임에 능숙하다든가 여러가지 할 줄 알면 더 좋겠지만 그보다 진정으로 게임을 즐긴다는 게 나름의 비결인 듯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그만큼 시대적으로 잘 타고났다는 생각도 들고요.
● 12년 전, 아직 스트리머가 아니던 시절 서새봄은 어땠나요. 방송을 켠 계기도 궁금합니다
: 어려서부터 게임을 곧잘 즐겼어요. 한 번은 같이 게임하던 동생이 자기 지금 방송 중인데 괜찮으냐 길래, 그러라 해서 목소리만 나갔는데도 절 좋아해주는 분들이 생기더라고요. 그 분들이 저도 방송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지지해주어 취미삼아 시작했죠. 당시야 스트리밍으로 돈을 벌겠다든가 미래의 내 직업이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열심히 취준 중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PC방 아르바이트도 하고, 2년 정도 게임사에서 막내 기획자로 일하기도 했고요.
● 경력도 경력이지만 방송 시간이 굉장합니다. 체력 관리를 위하여 즐겨하는 운동이 있나요
: 한때 운동 열심히 하긴 했는데 아주 잠깐이었어요. 그보다 시종일관 앉아있으니 체력 소모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게임에 몰입하면 다른 생각 자체가 잘 들지 않더라고요. 당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눈 건강 정도? 그 외에 꽉 조이는 치마나 바지를 피하고 너무 더우면 가발을 벗거나 해요. 앉을 때 등받이를 바꾸거나 베개를 안기도 하며 마치 인체 실험하듯(웃음) 안 아픈 자세를 찾아서 지금은 괜찮습니다.
● 워낙 방송을 오래 하는 만큼 잘 쉬는 것도 중요할 듯합니다. 방송 외 시간에 뭘 하나요
: 12시간 정도 잠을 자고 꼭 만족스러울 만한 맛있는 음식을 배달시킵니다. 애니메이션도 많이 봐요. 그리고는 또 게임을 하죠(웃음).
● 최근 ‘마블스 스파이더맨’ PC 리마스터를 플레이했죠. 원래 스파이더맨을 좋아하는지
: 스파이더맨 너무 사랑합니다! 영화든 게임이든 스파이더맨은 볼 때마다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어요. 언제나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면서도 지나치게 침울하거나 인간에 대한 회의감을 품지 않잖아요. 그저 자신의 의무로 받아들일 뿐 잘난 척하는 법도 없고요. 정말 쉬이 접하기 힘든 영웅상입니다. ‘더 위쳐’를 보면 사람들이 게롤트를 돈 받고 궂은 일 처리하는 용병이라 여기고 손가락질하죠. 영웅을 이용해먹기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 인간은 왜 저럴까’ 싶고요. 스파이더맨은 그런 세태에 절대 굴하지 않기에 저도 고뇌에 빠지는 일 없이 게임을 재미나게 즐깁니다. 일상에 치이다 보면 굳이 어두운 심상에 물들고 싶지 않을 때도 있잖아요. 스파이더맨은 청소년과 성인의 경계에서 마치 첫사랑 같은 두근거림을 선사해줘요. 장난기 넘치는 말씨도 귀엽고 슈트도 제일 멋지고요.
● 4년 전 PS4로 ‘마블스 스파이더맨’ 방송을 했었는데, 그사이 개선된 점이 체감되던가요
: 프레임이 너무 부드러워요. 첫 출시로부터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여전히 눈이 즐겁습니다. 쾌적한 프레임으로 뉴욕 시내를 날아다니는데, 스토리 진행에 따라 작중 날씨가 계속 바뀌거든요. 밝은 내용일 때는 하늘이 화창하다 우울한 장면에선 비가 내리죠. 그렇게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줘서 감정선에 더 잘 녹아들 수 있었어요. 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인사를 건네고 사진을 찍기도 하는데 그런 표정들도 한층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메이 숙모가 피터를 바라볼 때 안쓰러우면서도 신뢰하는 듯한 그 미묘한 감정선까지 담아냈더라고요. 아, 그리고 PC 버전에서도 듀얼센스의 손맛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좋았어요. ‘마블스 스파이더맨’은 듀얼센스 기능을 정말 잘 활용한 작품인데, PS5를 구하지 못했거나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분들도 있잖아요. 그런 분들은 듀얼센스만 구하셔서 PC 버전으로 즐기면 좋을 듯합니다.
● 사양이 고정된 콘솔과 달리 PC는 최적화가 무척 중요합니다. 별다른 문제가 없던가요
: 기존에 보면 콘솔서 PC로 이식할 때 버그가 발생하곤 하잖아요. 그런데 ‘마블스 스파이더맨’ PC 리마스터는 버그가 하나도 없어요. 설정을 전부 매우 높음으로 올렸는데도 단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게임에서 빠른 이동을 할 때 스파이더맨이 지하철을 타고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로딩이 빨라진 탓에 그게 사라졌더라고요. 보고 싶어서 일부러 설정서 찾아 켜야 했어요(웃음). 스팀 평가를 봐도 다들 이식이 잘 되었다는 분위기고, 소니가 정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 키보드, 마우스로 플레이하기에 불편함은 없었나요. 기본 키배치가 어색했다거나
: 기본 키배치에서 하나도 바꾸지 않고 방송했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 키보드, 마우스로도 충분히 즐거웠고 그저 듀얼센스처럼 진동을 느낄 수 없다는 게 아쉬웠죠.
● 사실 마냥 쉬운 게임은 아닙니다. PC 리마스터로 입문하는 이들에게 팁을 전수한다면
: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을 정도의 난이도가 좋다고 봐요. 실력이 일정 이상이라면 보통 난이도가 맞겠지만 처음이라면 쉬움으로 충분할 듯합니다. 그리고 스킬 설명을 잘 읽고 활용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초회차 때 공중에서 두 번 대시하는 거랑 길게 날아가는 스킬은 쓸데없어 보여서 안 찍었거든요. 그랬더니 온갖 추격 미션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이동 관련 스킬을 먼저 찍어야 게임이 편해집니다. 뉴욕을 돌아다닐 때도 한층 가슴이 설레고요. 이게 제 꿀팁이에요(웃음).
● 스파이더맨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피터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 둘 중 누가 좋은가요
: 아무래도 피터가 더 좋죠. 중학생 때 처음 봤으니까, 어려서부터 감정 이입해온 선망의 대상이에요. 마일즈를 접하고는 어, 뭐야… 이제 스파이더맨 바뀌는 거야? 싶었는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와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를 즐기다 보니 또 나름 몰입이 되더라고요. 그래도 추억 그 자체인 피터가 더 좋습니다. 다만 게임성은 ‘마일즈 모랄레스’ 쪽이 나은데, 그야 나중에 나왔으니 당연한 일이겠죠. 전체 분량과 시네마틱 컷신 같은 부분은 ‘마블스 스파이더맨’이 보다 정성을 들였고요. 입문자라면 ‘마블스 스파이더맨’ 먼저 즐기고 ‘마일즈 모랄레스’로 넘어가길 추천합니다.
● 빌런은 어때요. 스파이더맨은 마블의 대표적인 빌런 부자잖아요. 누가 기억에 남는지
: 의외로 첫 보스인 킹핀이 기억에 남습니다. PS4로 깼을 때는 몰랐는데 이번에 다시 하니까 그런 대사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내가 잡혀가는 건 너의 실수다…라는 말. 당시야 그냥 얘가 뭐라는 거야? 싶었지만 실은 다 이유가 있었던 거죠. 암흑가의 질서를 유지하던 킹핀이 사라지자 온갖 갱단이 난립하잖아요. 그리고 보스전으로만 따지면 스콜피온이 떠오릅니다. 그 꼬리가 인상적이었어요.
● 히로인도 골라보죠. MJ와 그웬 스테이시, 아니면 DLC서 활약한 블랙캣 중 누가 좋은가요
: 아, 너무 고민되는데요. 영화 쪽은 젠데이아가 연기하는 MJ를 가장 애정합니다. 게임의 경우는 아직 그웬을 많이 다루지 않았는데, 속편에서 나온다면 분명 좋아하게 되겠죠. 이상적인 외모에 약간 츤데레 성향도 있고 무엇보다 비극의 히로인이란 점이 와닿거든요. 이상하게 비극이 더 기억에 남잖아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그 장면 이후로 스파이더맨이 떨어지는 사람을 구할 때면 우선 팔로 등을 받쳐줍니다. 그웬에게 벌어진 일이 반복되길 원치 않는 거죠.
● 게임을 하다 보면 스파이더맨 슈트가 정말 많이 추가됩니다. 서새봄의 원픽은 무엇인지
: 전 기본 슈트가 제일 좋아요. 방송이야 다양한 슈트를 소개해야 하니 계속 갈아 입혔지만 마음 속으로는 쭉 기본 슈트로 플레이하고 싶었죠. 그만큼 잘 빠진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슬림하고 패셔너블하고 비율까지 좋잖아요. 헐크는 헐크다운 선이 있고 아이언맨은 아이언맨다운 선이 있듯, 저에게 가장 스파이더맨다운 선을 보여주는 슈트는 이것이란 느낌이에요.
● 그러고 보니 최근 영화에서 피터의 절친 네드로 호연한 배우 제이콥과 인터뷰도 했잖아요
: 감회가 새로웠죠. 내가 이런 대단한 배우와 인터뷰를 한다니! 무척 반가워해주고 준비한 내용에도 잘 맞춰주더라고요. 제일 놀랐던 건 게임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는데, 덕분에 금새 친해졌습니다. 제이콥과 함께 찍은 사진으로 주위에 막 자랑하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을 극장에서 본 세대로서 토비, 앤드류, 톰 중 누가 최애일까요
: 전 톰 홀랜드에요. 그래서 가끔 선배 스파이더맨들과 비교당하면 마음이 아프죠. MJ, 네드와의 케미가 좋았고 고등학생 특유의 두근거림도 가장 잘 표현해낸 스파이더맨 같아요.
● ‘마블스 스파이더맨 2’가 한창 개발 중인데, 속편에서 개선 혹은 추가되길 바라는 바는
: ‘마블스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서 한 차례 개선되긴 했지만, 뉴욕을 날아다닐 때 공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보다 많아졌으면 해요. AI와의 상호작용도 더 늘어나면 무척 재미있을 듯하고요. 음, 그 외에는 이미 너무 훌륭한 게임이라 이대로만 쭉 나와줘도 고마울 것 같은데요? 모쪼록 인섬니악 게임즈가 계속 맡았음 좋겠습니다. 그리고 ‘마일즈 모랄레스’처럼 비교적 작은 볼륨이라도 괜찮으니 1~2년 간격으로 꾸준히 나와주면 어떨까 싶어요. 다들 저처럼 게임을 많이 하는 게 아니라 가벼운 취미로 즐기는 분들도 많잖아요. 그런 분들을 잡는 게 중요할 텐데, 한 편당 20시간 이상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 끝으로 종합 게임 스트리머로서 인생겜 몇 개만 추천해주세요. 이른바 서새봄 TOP5!
: 일단 ‘레드 데드 리뎀션’, 제 인생 게임이에요. 그 뒤를 잇는 건 ‘GTA 5’. 그리고 ‘갓 오브 워’, ‘용과 같이 제로’ 그리고 역시 ‘마블스 스파이더맨’이요(웃음). 다섯 작품 모두 진짜 명작입니다.
● 긴 인터뷰 고생하셨습니다. 서새봄을 응원하는 뭇 루리웹 독자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 루리웹에서 많이 응원해주시고 제 방송 공지에 댓글 달아주는 거 사실 다 보고 있어요. 다들 너무 고마워요. ‘마블스 스파이더맨’은 루리웹 독자라면 이미 다 해봤을 것 같지만, PC 리마스터로 다시금 즐기면 감회가 새로울 듯해요. 그럼 앞으로도 즐거운 게임 방송으로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