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게임 디자이너는 왜, 무엇을, 어떻게 하는가 - 방영훈 강연
예를 들어 동료 UX 디자이너 동료가 있는데, 부모님도 제가 정확히 뭘하는지 모른다고 하더라. 그래서 엄마 핸드폰에 있는 버튼 같은거 만들어, 라고 설명하니 그걸 왜 만들어? 라고 했다더라. 이처럼 대체 게임 디자이너는 무슨 일을 하는가? 게임 디자이너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Why, What, How. 왜 해야 하는가? 뭘해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 생각을 계속 정리해야 한다.
가장 먼저 왜, 로 넘어간다. 왜 파티가 필요한가? 멀티 플레이 게임이라서, 플레이어들의 진행도와 보상을 공유시키려고, 친구와 함꼐 하게 하려고 등등의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 다음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게임 대비 파티 인원은? 파티장은? 초대 추방 기능은? 그럼 어떻게? 파티 결성은 어떻게 하나? 파티 기능 권한은 어떻게 나누지? 위임이나 재접속 규칙은?
이제는 이것으로 설득을 해야한다. 내가 생각하고 정리한 내용을 문서로 동료들을 설득하는 것. 즉 디자인 리뷰라고 부르는 단계. 간단히 좋냐 안좋냐에서 시작해서 여러 의견을 주고 받는다. 이는 내가 동료들에게 설득 당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획서를 쓸 때 디자인 의도를 서두에 넣는건 이제 베이직이다. 하지만 저는 거기에 더해서 디자인 개요를 쓴다. 개요로 시작해 대강의 기획 내용을 압축 요약하고, 의도를 설명한 뒤에 세부적인 사항을 설명한다.
실제로 이 방식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구체적이고 수치적인 확인은 못했지만, 다만 TD의 기술리뷰가 체감상 조금 빨라졌고, 동료 디자이너의 리뷰 코멘트도 조금 많아진 느낌이다. 당연히 무적의 만능 디자인 문서는 없다. 모든 내용은 상대적이고 조직별로 다르게 적용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이런 업무는 PM 등 담당자의 몫이기는 하지만, 협업의 자세가 매우 필요하다. 내가 한 일이 어디서 시작되어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누가 실제로 내 일의 다음 단계를 진행하는지 모른다면 엄청나게 고생시킬 수 있다.
보고는 작업이 끝난 때 뿐만 아니라 중간중간에도 매우 중요하다. 중간 보고는 잘될 때는 자랑삼아, 업무 진행이 수월함을 공유하고,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도움을 요청하거나 여러 해결법을 강구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추후에 생길지도 모르는 리테이크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해야만 한다. 그런 레퍼런스로 설명을 해도 듣는 사람의 사전 지식이 없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저는 LoL 리그 보다 오버워치 리그를 좋아하는 롤알못이다. 이는 잘못 쓰이면 오해의 소지가 크다. 잘못 쓰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한다. 구로너 잘 쓰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플레이할 게임 우선 순위를 굳이 정하자면 이렇다. 1순위는 소속 프로젝트의 게임. 우리 만들고 있는 게임을 꼭 해봐야 한다. 하지 않을 경우 게임 디자인 자체를 잘못할 수도 있다. 또한 소속 프로젝트의 레퍼런스 게임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아이온 개발팀의 레퍼런스가 WoW 라면 어떤 것은 취하고 어떤 것은 버릴지 알고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소속 프로젝트 같은 장르의 대표작. 프로젝트 무관 시장의 대표작. 개인 취미에 맞는 작품 등의 순서다.
개발 작업은 기본적으로 상호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게임 디자이너는 만능이 아니고, 다른 직군과 협업하고 도움을 받아야만 게임을 완성할 수 있다. 그리고 게임 디자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른 직군도 여러 피드백을 통해 제안을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게임 디자이너는 전문가다. 누구나 디자인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결국 그걸 완성시키는건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좋은 디자이너가 없다면 만들어지는건 기존작의 열화판 카피 게임 정도일 것이다.
● 앞서 게임 디자인적 사고를 강조하셨는데,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일부러 의식하면서 플레이 하시는지?
방영훈 : 오히려 그렇진 않다. 나는 플레이어로서 쭉 플레이하고, 그러고나서 생각하는 시간이 생기는 식이다. 개발자로서 다 플레이하고 난 후에 리뷰하는 느낌이다. 때론 게임을 하는 중에도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일단 온전히 플레이에 집중하고, 그 후에 생각하는게 좋다.
● 항상 이상적인 상황에서 개발이 굴러가진 않는데, 중간에 프로젝트에 합류하거나 중단 되는 경우에는 어떻게 했나?
방영훈 : 둘 다 경험이 있다. 2015년 IGC 에서 한 회사에서 프로젝트 5개가 접혔던 이야기를 했었다. 회사도 많이 옮겼고. 중간에 들어갔다 하더라도 이 기본, 설계, 구현, 검증은 계속 도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에 다음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거다.
중단되는 것. 중단은 뭐 어떻게 내가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거기서 다같이 멈추는데, 혹시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걸 정리하려고 할 것 같다. 문서화하거나, 백업하거나, 회사 차원의 라이브러리에 올려둔다거나.
인수인계의 문제는, 보통 퇴사자들은 신나서 퇴사하기 때문에 인수인계 준비를 잘 안한다. 진짜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놓은게 있을 거고, 없으면 그냥 처음부터 만들면 된다. 있으면 이미 돌아가고 있는 프로그램 코드가 있을테고, 그걸 프로그래머에게 물어보는게 제일 빠르다. 한편으로 이유는 모르는데 게임이 돌아가고 있네? 그러면 모두가 모여서 상의해야 한다. 일종의 역기획이라고 할까.
● 게임 디자이너는 다른 커리어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느쪽으로 입문하셨는지?
방영훈 : 저는 QA로 시작했다. QA 파트장이기도 했고. 그러다 어느날 개발팀 PD가 디자인으로 끌어주어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반대로 저는 프로그래밍도 모르고 아트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시작했고 당연히 모르니까 다 물어봤다. 너무나 당연한 선택이었다.
● 저는 장래희망으로 QA를 생각하고 있는데, 디자이너로서 QA가 꼭 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그리고 QA의 모범적인 협업 자세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방영훈 : 먼저 기능 QA에서, 내부적으로는 게임을 만들다보면 항상 제대로 가동할 때, 의도대로 작동할 떄를 가정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로 게임에 들어가서 생각치 못한 결과가 나올 때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런 부분을 미리 QA에서 차단해주면 상당히 좋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이 게임을 어떻게 느낄지 만든 사람은 모른다. 마치 요리하면서 맛을 보려고 남에게 먹여보는거랑 비슷하다. 실제 개발 과정을 거치고 나서 게임이 어느정도 만들어진 다음에 QA가 받는데, 어떤 느낌인가, 재미있나, 이런 부분을 정성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즉 정성적인 부분의 재미 QA. 실제로 이런건 QA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 종종 정성적인 부분에서 이건 어느정도여야 재미있다는 식으로 수치도 적어서 알려주시는 분들도 있다.
● 소설가들은 손이 아니라 엉덩이로 글을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인내심과 꾸준함이 중요하다는건데, 게임 디자이너로서 가장 좋은 소질, 덕목은 무엇인가?
방영훈 : 일단 만들고 싶은게 있는 사람. 그리고 만들고 싶은게 있다는 상태를 가지고 유지하는 것. 만약 처음부터 그런 생각이 없거나, 만들고 싶은 걸 다 만들어서 없다, 이러면 개발 의욕이 안든다. 그냥 돈받고 일하는 상태가 된다. 의욕에 차있었을 때라면 더 열심히 세팅하고 찾아보고 만들었을 것을 그저 습관대로만 하고 게임이 +@ 가 될 여지가 많이 사라진다. 항상 만들고 싶은 무엇을 간직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고 본다.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