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 공포를 줄이고 감정에 집중하기,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개발과정
이번 강연은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개발을 담당한 사토 모리마사 디렉터 / 타카노 토모노리 아트 디렉터 등이 참여해 개발 전반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먼저, 사토 모리마사 디렉터는 기획 의도와 시리즈의 방향성을 청중에게 전달했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시리즈의 8번째 넘버링 작품으로, 2016년 8월 프로듀싱 단계를 시작해 2021년 5월 전 세계 발매가 이루어진 타이틀이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개발과 탄생에는 2017년 발매한 ‘바이오하자드 7’의 성공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바이오하자드 7의 후속 타이틀이자 에단 윈터스의 이야기를 그리는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당연히 전작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었다.
결국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개발 과정을 관통하는 질문은 단 하나였다. ‘어떻게 바이오하자드7의 매력을 유지하면서도, 더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를 하게 할 것인가?’다. 전작인 바이오하자드7의 플레이를 포기한 사람들도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무서움으로 수준을 잡아야 했다. 더불어 바이오하자드7이 보여줬던 특징적인 플레이와 장점도 계승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됐다.
이 부분에서 사토 모리마사 디렉터는 영화 ‘에일리언’을 예로 들었다. 첫 번째 영화가 좁은 우주선 / 하나의 에일리언 만을 선보였다면, 속편은 콜로니를 배경으로 수많은 에일리언들이 등장한다. 이와 같이 스케일을 늘리고 더 많은 콘텐츠와 재미를 선보이는 것으로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게임 플레이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규모가 늘어난 하나의 마을은 ‘아름답고 무시무시한’ 것으로 개발 방향이 정해졌다. 이 문장은 비주얼 디자인 측면으로 이어졌으며, 동시에 더 많은 대중들에게 게임을 선보이기 위한 장치로도 작동한다.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는 것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 여기에 높은 퀄리티의 비주얼 디자인이 필요하게 된다.
우선, 개발진은 공포라는 감정을 정의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들이 생각한 공포는 미지의 것(unknown)에서 출발하는 감정이다. 알 수 없는 장소로 문을 열고 들어가는 행위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젠가 경험했던 행동들을 추가하는 것은 익숙함을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긴장을 줄 수 없게 된다.
이 부분에서 사토 모리마사 디렉터는 ‘호러 테마 파크’라고 비유했다. 여러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장소들을 게임 내에 배치함으로써, 플레이어들이 마치 테마파크를 갔을 때처럼 여러가지 감정 변화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서 바이오하자드의 각 지역은 일종의 감정 컨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성 지역을 예로 들면, 캐릭터와 주요 장면들. 배경과 오브젝트들이 ‘관능적인 에로티시즘(Sensuality Eroticism)’을 보여주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러한 감정 컨셉은 최종적으로는 드미트리스쿠가 에단의 피를 빠는 장면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졌다.
정리하자면,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진행은 감정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사토 모리마사 디렉터는 이러한 게임 진행과 관련해서, 플레이어의 감정선이 계속해서 변화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플레이어가 개발자들이 마련해둔 세밀한 사항을 모두 다 파악하지 않는 다면. 즉, 아직 알 수 없는 미지의 부분들이 게임 내에 있다면, 감정에 호소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플레이어의 감정선은 다양하게 변화하므로 게임 플레이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다시 감정을 변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토 모리마사 디렉터는 ‘그래서, 정확하게 바이오하자드가 주는 감정은 뭔데?’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답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강연자 스스로는 이를 ‘공포를 정복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공포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들이 경험하게 되는 성취감과 안도감이 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의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강연자는 이러한 부분들은 팬들이 시리즈를 계속해서 플레이하고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며, 개발자들이 감정에 집중하게 된 계기라는 결론을 전했다.
●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아트 디렉션 - 타카노 토모노리 아트 디렉터
두 번째 챕터에서는 캡콤의 타카노 토모노리 아트 디렉터가 자리해, 게임 전반의 비주얼 방향성을 설명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그는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비주얼 컨셉은 물론, 개발 과정에서 발생했던 문제와 이를 해결하는 해법들을 청중에게 전달하고자 했다.
바이오하자드 빌리지의 컨셉은 아름답지만 무서운 마을에서 출발한다. 마을은 눈이 내린 상태이며, 개발 측면에서는 약 천만 개의 달성 목표를 가지고 있는 장소로 설계됐다. 즉, 신경을 쓰고 표현해야 할 것들이 많은 장소였다.
캐릭터와 설정의 수를 늘리는 것은 실제로 많은 작업이 이루어진 부분이었다. 전작 바이오하자드 7의 캐릭터가 전체 15명 정도만이 있었다면, 이번 바이오하자드 빌리지는 그 수가 대폭 증가했다. 하나의 집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더 넓은 무대에서 이야기가 펼쳐지기에 다양한 결과였다.
캐릭터의 디자인이나 설정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게임 플레이 측면이 가지고 있는 방향성과 일치하는지. 게임 디자인의 지향점과 어울리는 캐릭터와 설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캐릭터 디자인 부분에 있어서 중요한 지점이라는 설명이다.
그래픽의 발전은 여기에 영향을 미쳤는데, 대표적으로 다이나믹 렌더링을 추가하는 것 / 바이오하자드7 보다 더 나은 디테일을 보여주는 것 / 라이팅이 보여주는 그래픽의 깊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새로운 하드웨어를 이용한 더 풍부한 색감과 그래픽 / 미드 레인지 라이팅을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물론, 이러한 비주얼적 요소를 갖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개발 과정에서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해결해야만 했다. 특히 엔진 팀에 있어서 몇 가지 도전과제들이 존재했다. 글로벌 일루미네이션이나 레이트레이싱 같은 부분들. 그리고 SSD를 이용한 빠른 텍스처 로딩, 게임 전체의 로딩 시간 감소 등이 예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최적화를 고려하게 되면서 레이트레이싱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이 부분에서 개발팀은 모든 오브젝트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와 스토리 내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일부 오브젝트. 호수나 강과 같은 부분을 중심으로 기술을 적용하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효과 자체는 눈에 띄는 결과를 가져왔다. PS4 기준으로 약 30초가 필요했던 로딩은 PS5에서는 2초로 줄어들었다. 타카노 아트 디렉터는 이 부분에서 로딩 속도의 감소로 인해서 플레이어들이 더 환경과 게임 플레이에 몰입할 수 있게 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4K / HDR 지원도 개발팀에 있어서 고려할 만한 부분이었다. 해상도가 커지면서 더 높은 해상도의 텍스쳐를 사용해야만 했다. HDR도 고려하면서 게임내 장면들을 더 밝게 만들었고 라이트 에셋과 같은 부분도 조정해서 최종적인 비주얼을 점검하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이외에도 여러 플랫폼으로 게임을 발매한다는 결정이 이루어지며, 에셋을 일부 조정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게임을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