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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큐라레’와 ‘블루 아카이브’ 아버지 김용하, 게임 PD가 되어 보니

조회수 10177 | 루리웹 | 입력 2021.06.09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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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게임은 (일부 인디를 제외하면)최소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수천 명이 한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거대 산업으로 성장했다. 하나의 게임이 탄생하기까지 기획, 원화, 시나리오, 프로그래밍 등 여러 파트의 전문가가 열과 성을 다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들을 한데 모아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PD의 역할이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PD는 프로젝트의 얼굴이라 할 수 있고, 게임의 성공 혹은 실패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진 존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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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부터 사흘간 진행되는 NDC 2021(Nexon Developers Conference 2021)서 넷게임즈 김용하 PD가 ‘게임 PD가 되어 보니’란 주제로 발표했다. 당초 프로그래머로 게임 업계에 들어온 그는 점차 PD로 성장하였는데, ‘큐라레 마법 도서관’부터 ‘블루 아카이브’까지 서브컬처 장르 문법을 적극 활용한 작품들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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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김용하 PD는 자신이 존경하는 개발자 셋을 꼽았다. ‘언차티드’와 ‘더 라스트 오브 어스’ 시리즈를 만든 닐 드럭만, ‘별의 커비’와 ‘스매시 브라더스’ 시리즈의 사쿠라이 마사히로, 그리고 ‘마비노기’로 잘 알려진 대장 고양이 김동건. 게임 개발 책임자, PD, 총괄 디렉터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며 늘 크레딧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는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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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뛰어난 개발자들을 보며 업계에 들어온 김용하 PD는 (스스로 평하길)운이 좋게도 어느덧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꾸리게 됐다. 혼자서 머릿속에 그리던 게임이 실체화되고 좋은 반응을 얻으면 그만큼 큰 보람도 느꼈다. 반면 라이브 서비스를 하는 동안 상당 부분은 ‘진짜 이 고생까지 해야 되나…’ 싶은 회의감을 느낄 때도 많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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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PD란 무엇이며 어떤 일을 하는가

 

그렇다면 대체 PD란 무엇이고 주로 어떤 일을 할까. 국내의 경우 디렉터, 총괄, PD, PM 등 여러 용어가 혼재되어 있긴 하지만, 핵심만 추리자면 ‘게임 개발의 최종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완성과 서비스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김용하 PD는 스마일게이트, 넷게임즈에서의 직함은 PD지만 넥슨에서는 디렉터로 프로듀서와 디렉터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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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직함의 명칭이 혼용되는 원인은 프로젝트마다 개발 인원에 따른 책임자의 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PD는 소규모 팀에선 직접 코딩을 하거나 테이블값을 다루는 수준으로 실무를 보다가 규모가 어느 이상이 되면 점점 더 큰 단위의 작업으로 관점을 바꾸게 된다. 즉 개발 인원이 30명 미만일 때는 디렉터지만 그보다 많아질수록 프로듀서에 가까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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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불리든 PD가 하는 일은 대게 비슷하다. 개발을 제안하고 게임의 주요 요소를 디렉팅한다. 여기서 제안이란 어디로 가겠다는 깃발을 꽂는 것이다. 이때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제안에는 구체적인 게임 컨셉, 개발에 필요한 비용, 단계별 달성 방법이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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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 게임 컨셉이다. 어떤 게임을 만들 것인가. 설령 세상에 없는 기획을 떠올렸다 해도 이를 말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래서 다양한 설명을 붙이고 장표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한 페이지로 게임의 핵심을 어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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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에서 각본을 투자자들한테 피칭할 때 많이 쓰는 기법으로 로그라인(logline)이란 것이 있다. 영화 내용을 내용을 한두 문장으로 요약한 것인데 ‘극한직업’으로 치면 ‘지금까지 이런 수사는 없었다. 낮에는 치킨 장사 밤에는 잠복 근무’가 이에 해당한다. 게임의 경우 반드시 문장일 필요는 없고 키 비주얼이나 가상 스크린샷으로 같은 효과를 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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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언제나 강렬한 로그라인을 갖출 순 없다. 현업에선 기획서를 짠- PT하고 곧장 OK! 통과되기보다 경영진과 지속적인 미팅을 통해 프로젝트를 빌드업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경영진이 어떤 관점으로 시장을 보는지 파악하여, 사업 선례를 제시하면서 설득하는 편이 유리하다. 정 설명이 어렵다면 아예 R&D나 프로토타이핑을 거쳐 구체적 형태로 제시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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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챙겨야 할 부분은 비용이다.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와 그 부대 비용이다. 간단히 말해 인원 x 기간으로, 이것이 커질수록 프로젝트에 리스크가 된다. 여기에 엔진 사용료나 외주 비용도 포함시켜야 한다. 당연하게도 프로젝트의 매출 목표는 이 모든 비용보다는 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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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세울 때는 행복 회로를 돌리는 반면, 치러야 할 비용은 리스크인지라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추산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세상은 모름지기 등가교환. 들어가는 비용, 특히 초기 인력은 모자라지 않게 설정해야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비용을 적게 추산했다가 뒤늦게 후회하느니 인력에 대해선 가능한 한도까지 높게 제안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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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의 마지막에는 마일스톤, 즉 단계별 달성 방법이 들어간다. 개발 산출물을 확인하는 것이다. 이는 플레이 가능한 게임의 형태가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으면 영상이나 리소스 이미지, 기회적인 것들의 PT로 갈음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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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 입장에서 마일스톤이란 숙제 검사나 다름없기에 그 기간을 길게 잡기 마련이다. 업계 표준은 3~6개월 정도인데, 역으로 꾸준하게 자잘한 단위로 경영진에게 보여줄 기회를 만드는 게 좋을 수 있다. 너무 장기간, 가령 6개월 이상 소통이 없다가 덜컥 산출물에 대해 치명적인 지적이 나오면 굉장히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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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자면,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PD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실체화되고 있음을 꾸준히 회사에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료를 적시에 충원하고 게임 요소를 감독하여 약속한 마일스톤 결과를 낸다. 물론 그 궁극적 목표는 무사히 게임을 정식 출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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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PD가 걸어온 길, 커리어 포스트모템

 

그렇다면 발표를 맡은 김용하 PD 본인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했을까. 1999년 말, 그는 판타그램이 개발하던 RTS ‘킹덤 언더 파이어’ 게임 로직 프로그래머로 입문했다. 그 후 MMORPG ‘샤이닝 로어’를 만들다 2002년 넥슨에 합류하여 ‘마비노기’와 ‘마비노기 영웅전’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총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팀장도 하고 디렉터로서 이끈 프로젝트도 몇 개 있었으나 빛을 보진 못했다. 이 기간 동안 그가 자평하는 최대 성과는 NDC로, 2007년 첫 회부터 2010년까지 직접 행사를 기획하고 주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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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다양한 경험은 그가 PD로 성장하기 위한 자양분이 됐다. 다양한 조직에서 별의별 테크를 탔다. 프로그래머, 기획, 직군장으로 입사 문제도 내고, 면접관으로도 나섰다. 게임 디렉팅도 해봤다. 돌아보면 많이 미숙한 시기였지만 그만큼 경험치가 차곡히 쌓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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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 김용하 PD에게 가장 큰 아쉬움은 디렉팅한 게임을 출시하지 못한 것이다. 당시 기획이나 기술 목표를 돌아보면 상당히 도전적인 시도가 많았다. 15년 전에 이미 퀘스트가 자동 생성되고, 네트워크 오브젝트 기반으로 서버가 돌아가고, 캐릭터 치마에 지글본이 아니라 천 물리를 도입하고 등등. 실제로 어느정도 구현도 가능했지만 막상 기존 방법보다 딱히 좋진 않았다. 괜히 힘만 빼느라 정작 콘텐츠 진도를 못 빼서 일정 완수에 실패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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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새로운 시도는 가성비 따져서 딱 하나만 하자. 기획을 하다 보면 기술적인 욕심으로 이것저것 새로운 걸 넣고 싶어진다. 그걸 다 하나하나 작업하다간 개발 진도가 제자리 걸음이기 일쑤다. 둘째,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자. 김용하 PD는 일정 관리나 업무 분장 관리, 조직 멘탈 관리를 잘 못한다고 인정했다. 대신 이를 보완해줄 동료를 곁에 두고 자신은 나름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면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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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교훈을 바탕으로 그가 본격적인 PD로 발돋움한 작품이 바로 아이덴티티 게임즈 ‘프로젝트 B6’. ‘마비노기 영웅전’ 이상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지금은 넷이즈에 있는 김덕영 디렉터, 인디씬에서 잘 나가는 한대훈 대표 등 올스타급 인원이었고 결과물도 잘 나왔다. 그러나 어느새 회사가 생각하는 방향성에 맞지 않는 프로젝트가 되어버렸고, 완성도와 별개로 폐기 수순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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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프로젝트는 드랍됐지만 유능한 동료들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개발 경험이란 굉장히 큰 수확이었다. 김용하 PD의 약점은 관리 능력인데, 당시 동료들은 그의 부족한 리더십을 보완해주기에 충분했다. 덕분에 목표를 명확하게 잡고, 욕심을 덜어내고, 일정대로 완수하고, 무엇보다 (사업적으로는 아니지만)게임으로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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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프로젝트 B6’에서도 잘하기만 한 건 아니었다. PD로서 개발 외적인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당시 회사 경영진이 바뀌며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여력이 줄어들었는데, 그럼에도 그는 개발 진도만 잘 뽑으면 되리라 낙관했다. PD치고 너무 순진하고 안일했다. 긴밀하게 경영진과 관점을 맞추고 교감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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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은 창작 활동인 동시에, 회사 입장에서는 사업적인 투자다. 따라서 프로젝트가 경영진의 투자 관점에 부합하는지, 마일스톤만 진행할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인해봐야 한다. 이 게임에 투자할 충분한 이유가 있고,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 개발 허들 자리에서 PT만으로 프로젝트 드랍이 결정되지 않는다. 허들은 이미 내려진 결정을 확인하는 자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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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PD의 대표작이라면 스마일게이트 ‘큐라레 마법도서관’를 빼놓을 수 없다. ‘프로젝트 B6’ 이후 PC보다 모바일에 끌린 그는 당시 즐기던 ‘확산성 밀리언아서’에서 영감을 얻었다. 모바일 캐릭터 컬렉션 게임을 만들되 본인이 가진 덱을 써서 다른 유저들과 MMORPG 레이드 느낌으로 실시간 협력 전투를 펼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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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결과물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매니악한 게임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장장 4년에 걸쳐 라이브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상당히 다사다난하긴 했어도 큰 사랑을 받으며 장기간 서비스를 지속했다는 점은 김용하 PD에게 매우 값진 경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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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는 ‘큐라레 마법도서관’이 4년만에 서비스 종료한 것이 PD 탓도 있다고 봤다. 처음부터 생각한 게임으로서의 엣지는 어떻게든 구현하는데 성공했으나 보다 장기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성장 기반과 계획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 엣지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게임의 전반적인 기능 요소들을 균형 있게 개발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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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란 제안할 때 엣지를 어필하고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 서비스가 이루어졌을 때 장기 플랜까지도 갖춰 놓아야 한다. 즉 PD가 엣지만 파고 있을 게 아니라 더 넓은 시야에서 게임의 형태를 잡아야만 한다. 그러려면 업무는 일찍 실무자에게 위임하고 PD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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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라레 마법도서관’에 이어 스마일게이트서 담당한 프로젝트는 ‘포커스 온 유’였다. 당시에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왕년에 코스프레 사진을 찍던 경험을 살려 촬영이 중심이 되는 VR 미연시를 만들자. VR(가상현실) 개발이 처음인지라 제안서를 쓰기 전 선행 R&D부터 진행했다. 시행착오 끝에 이렇게 하면 되겠다는 감이 왔고 다행히 첫 스테이지 데모도 호평을 받았다. 다만 그는 개인 사정으로 게임 출시를 보지 못하고 중도 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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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온 유’는 아직 초기 단계인 VR에서 미연시로서 나름 의미 있는 결과물이었다. 어쨌든 사심에 가까웠던 기획 의도를 달성하는데 성공했고 캐릭터 상호작용으로 콘텐츠와 게이머의 거리감을 좁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자기 손으로 출시하지 못한 건 계속 아쉬움으로 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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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김용하 PD의 현 위치까지 왔다. 그는 2018년부터 넷게임즈 MX 스튜디오에서 ‘블루 아카이브’ PD를 맡아 게임 개발 및 서비스를 이어오고 있다. 본작은 ‘미소녀 엑스컴’을 만들어보자는 구상을 구체화한 것으로, 지금의 모습만 보면 ‘엑스컴’과 많이 다른 듯하지만 그의 관념 상에서는 여전히 ‘미소녀 엑스컴’이며 그 의도대로 잘 만들어졌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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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해야 하는 것, 경영진의 신뢰·좋은 동료·선택과 집중


앞서 본 PD가 하는 일과 실제 김용하 PD가 해온 일을 종합하여, PD가 ‘잘’ 해야 하는 일을 정리해보자. 첫째, 경영진의 신뢰 획득. 약속한 마일스톤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둘째, 좋은 동료를 구하는 것.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충원해야 한다. 셋째, 선택과 집중. 게임 요소를 관리 감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김용하 PD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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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경영진의 신뢰 획득. PD가 프로젝트를 제안할 때 비용 추산이 꼭 필요하다. 회사 입장에선 개발에 들어간 비용 이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갖기 마련이다. 개발이 시작되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든 비용이 매달 꼬박꼬박 적립된다. 자비가 없다. PD는 이 비용이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증명하여 회사의 기대치를 유지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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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면 무엇보다 마일스톤을 차근차근 달성해낼 필요가 있다. 문제는 R&D라 쓰고 시행착오, 새로운 시도라 읽는 그것이 마일스톤에 포함되어 주 달성 목표가 되면 굉장히 힘들어진다. 게임이 다 정해진 기획과 구현 레퍼런스에 따라 리소스 양산해서 완성하는 거라면 달성이 그나마 용이할 텐데 PD란 새로운 것도 넣고 싶기 마련. 그러면 일정이 꼬이기 쉽다. 차라리 R&D가 필요한 부분을 제안 전에 미리 끝마치거나 프리 프로덕션 기간을 길게 잡자. 혹은 마일스톤에서의 우선 순위를 낮춰서 잘 안되면 포기할 수 있는 요소로 간주하는 등 퇴로를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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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더 있다. 막상 실무에 돌입하면 마일스톤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않다. 더 중요한 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경영진의 관점이다. 다른 말로는 비전이라고도 한다. 이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와 1~2년이 지났을 무렵이 전혀 다를 수 있다. 경영진의 관점이 달라지면 프로젝트를 평가하는 기준도 달라진다. 평가 기준이 달라지는 순간 기존 계획대로 마일스톤을 달성하는 건 의미가 없어진다. 즉 PD는 늘 경영진의 관점을 민감하게 주시해야 한다. 경영 관점에서 무엇을 리스크라 여기는지, 회사의 방향성과 맞게 가고 있는지 재차 확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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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PD가 프로젝트를 이끄는 방향이 회사의 경영 관점과 어긋난다면, 설령 마일스톤을 계획대로 진행하더라도 감점이 누적되어 어느 순간 심판의 날이 찾아온다. 마일스톤 결과를 평가하는 자리를 허들이라 하는데(무슨무슨 프로젝트가 회사 허들을 넘지 못하고 드랍됐다더라~), 여기서 통과하느냐 마느냐가 단 한 번의 PT로 결정되는 일은 없다. 감점이 누적된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PD는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마일스톤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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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에게 있어 가장 난감한 상황은 바로 위로 본부장, 이사, 대표 등이 새로 오는 경우다. 2~3년쯤 개발하다 보면 한 번쯤 겪게 되는 일이다. 이러면 어쩔 수 없이 제안서를 아예 새로 쓴다는 각오로 신뢰를 재구축해야 한다. 이는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PD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물론 PD 자신이 게임사 대표라면 이런 고민은 없겠지만, 대신 개발 비용 조달과 운용은 물론 투자자들과의 관계 유지 같은 더 큰 문제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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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좋은 동료를 구하는 것. 프로젝트를 함께 할 인원을 꾸리는 게 PD의 업무라지만, 마일스톤마다 기획자 몇 명 프로그래머 몇 명 아트 몇 명… 이렇게 숫자를 채우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다. 좋은 동료, 즉 프로젝트를 캐리할 수 있는 동료를 구해야 한다. 게임의 품질, 완성도, 재미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맨파워다. 경영진과의 신뢰 구축이 프로젝트가 생존하기 위한 기본기라면, 게임이 좋은 품질로 만들어져 출시까지 도달하는 건 전적으로 얼마나 좋은 동료와 일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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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프로젝트의 초기 멤버가 중요하다. PD와 함께 개발 방향을 정하고, 프로젝트가 커짐에 따라 각 파트 리드를 맡아 대부분의 경우 끝까지 그대로 간다. 제일 좋은 건 처음부터 믿을만한 동료들과 협업하는 거겠지만 그렇게 파트별로 다 갖춰서 형편 좋게 시작할 기회는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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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떻게든 좋은 동료를 구해 오는 것, 이 역시 PD의 역할이다. 현실적으로 회사에 들어오는 이력서만으로 리드급 멤버를 뽑긴 어렵다. 그나마 인재가 몰리는 큰 회사라면 어드밴티지가 존재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PD가 발로 뛸 수밖에 없다. 만나는 친구마다 소개팅을 부탁하던 젊은 시절처럼, 아니 그보다 더 절실하게 구인을 하게 된다. 그 역시 갑작스레 다른 PD로부터 연락을 받으면 열에 아홉은 구인 문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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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PD도 워낙 내성적인 편이라 구인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했으나 절실하니 다 하게 되었다고. 이렇게까지 구인에 힘쓰는 이유는 그만큼 게임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이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인원만 잘 꾸려도 PD 역할의 절반 이상은 완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후에는 안정적인 개발 파이프라인에 따라 동료들이 다 만들어주므로 PD는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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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좋은 동료란 자기 파트의 전문가이기도 하지만, PD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존재기도 하다. 모든 걸 잘하는 PD는 없다. 사람에 따라 일장일단이 있어서 누구는 기술에 강하고 누구는 기획에 강하고 누구는 관리에 강하다. 반면에 다른 부분은 유독 못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PD의 약점이 프로젝트 전체의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PD는 언제나 본인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동료를 가까이에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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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선택과 집중. PD는 게임 요소를 관리 감독하는 입장이다. 감독이란 결국 계속되는 선택과 집중의 일이다. 머릿속에 존재하는 게임을 실체화하기 위해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릴까. 이를 반복하며 무엇이 이 게임의 핵심인가를 정하고 지켜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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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블루 아카이브’의 선택과 집중은 이러하다. 차세대 캐릭터 컬렉션 게임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까. 화면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어느 정도로 할까. 많이 보여주자. 컬렉션 게임이니까. 전투 방식은 총격전으로 해야겠다. 다수의 캐릭터가 근접전을 펼치면 정신없고 모션 리소스 비용도 많이 들 테니까. 대신 전투의 조작 요소는 필요하겠다. 왜냐하면 총격전을 완전 자동으로 하면 심심한데다 이미 있으니까. 그러면 개별 전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니 전략 맵을 크게 만드는 식의 레벨 디자인은 못하겠구나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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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구체화된 기획이 바로 ‘미소녀 엑스컴’, 사실 스튜디오 MX 자체가 ‘Moe X-COM’의 준말이다. 다만 동료들의 첫 반응은 그게 어떻게 ‘엑스컴’이 되는데? 였고, 김용하 PD는 모두에게 자신의 구상을 납득시키기 위해 다양한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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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여러 방향성을 가지고 이런저런 프로토타이핑, 가상 스크린샷, 기획 작업이 진행됐다. PD는 여기서도 선택을 해야 한다. 무엇을 우선 순위로 두고 무엇을 버릴지, 최종적으로 어떤 형태의 게임이 될지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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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선택과 집중을 좌우하는 최종 의사 결정권자는 물론 PD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왜냐하면 게임 개발에 뚜렷한 정답이란 없을뿐더러 선택의 결과를 PD 본인이 책임져야 하니까. 나름의 논리에 기반해서 선택을 하지만, 그러다 남들이 해본 적 없는 선택지에 맞닥뜨리면 정말 고르기가 까다로워진다. 어떨 때는 그걸 선택하면 안되는 백 개도 넘는 합리적인 반대에 부딪치기도 한다. 쉽게 가자면 아예 그런 난해한 선택지를 넣지 않아야 맞겠지만, PD라면 한두 개 정도는 차별화 포인트를 살려야 하기에 어려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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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최종 의사 결정권자라고 우격다짐으로 자신의 선택을 밀어붙이는 것도 아니다. PD는 자신의 선택이 유효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 근데 사실 이게 잘 안된다. 어느 이상 안되면 포기하고 인정할 줄도 알아야 한다. 이렇게 해보면 될 것 같은 데~를 n번 반복하다 보면 길을 잃고 헤매기 십상이다. 다행히 그런 시도 와중에 PD의 선택지가 유효해서 살릴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난다면 게임의 핵심 요소로 가져갈 수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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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이란 달리 말하면 무언가를 포기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블루 아카이브’의 경우 전투에서 캐릭터가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고 은폐, 엄폐하며 이동하는 전투를 선택했다. 이외에는 그게 무엇이든 어느정도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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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구상이었던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반자동 총격전’에 ‘매력적인 캐릭터가 은엄폐하며 이동하는 전투’를 합치자 김용하 PD표 ‘모에 엑스컴’의 최종 개념도가 완성됐다. 캐릭터 수와 화각을 고려하여 당초 염두에 둔 6등신을 포기하고 SD로 가야 했다. 캐릭터 스킬은 직접 사용하되 이동은 자동화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다행히 지금 돌아봐도 크게 틀린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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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PD는 프로젝트 내내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 책임을 진다. 게임이 어떻게 실체화될지 뿐만 아니라, 무엇을 우선하는 조직을 만들지, 일정을 우선할지 멘탈 케어를 하면서 조금 쉬어갈지, 비주얼에서 스타일을 추구할지 정합성을 추구할지, 게임성을 추구할지 BM을 추구할지, 여기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PD의 주관과 논리는 어느정도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선택은 틀릴 수 있되, 그때는 빠르게 고백하고 수정할 용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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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하면 안 되는 것, 일정 낙관·마이크로 컨트롤·깨진 유리창 방치

 

호프스태터의 법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일정보다 늦어질 것을 고려하더라도 여전히 일정보다 더 걸린다’고. 그만큼 일정을 정확히 추산하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아무리 비관적으로 추산해도 더 늦어지는 게 순리인데, 사실 PD 입장에서 마일스톤을 늘어놓고 보면 낙관적으로 추산하고픈 심리가 생긴다. 즉 행복회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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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낙관적으로 일정을 잡았다가 문제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 막판에 일이 몰려 동료들이 번아웃 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허덕이며 마감을 치다 원래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팀 사기가 떨어지고, 이 번아웃과 사기 저하가 다음 일정에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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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처 방법은 일차적으로 일정을 비관적으로 추산하는 거겠지만 여기에 몇 가지가 더 있다. 가령 PD가 게임 요소, 예를 들어 ‘타격감’이라는 것을 두고 그 품질 목표를 마일스톤 안에서 달성하고자 설정했다면 본인이 그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을 세밀히 챙겨야 한다. 어떻게 조정해야 그 목표를 달성할지는 PD만 판단할 수 있는데 피드백이 느려지면 자연히 업무가 지연된다. 그리고 PD가 각 일정의 목표를 혼자 설정할 것이 아니라 동료들의 현실적인 피드백에 기반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매 일정마다 얼마나 우리가 진척됐는지 측정하여 다음 계획에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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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PD가 개발 과정을 세밀히 챙긴답시고 마이크로 컨트롤을 해선 안된다. 개발 초기에 PD가 강점을 가지는 부분을 직접 챙기는 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개발 진도가 나가면서 챙겨야 할 게임 요소가 늘어나면 PD는 일부 판단 권한을 실무자에게 위임해야 한다. 개별 요소의 품질보다 조립된 게임으로서의 방향성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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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 권한을 위임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개발 초기에 PD가 챙긴 부분, 그게 타이밍이든 이펙트든 직접 튜닝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면 계속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이른바 ‘이건 내가 챙겨야 돼’ 함정이다. 이게 심해지면 그 파트에 대해 실무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거나 판단하려는 의지를 잃게 된다. 즉 PD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조직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더 위임하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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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PD는 ‘내가 손을 떼도 될까?’ 걱정하지만 사실은 본인이 없어도 프로젝트는 잘 돌아간다. PD가 생각하는 품질 목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동료들과 한 번만 맞춰보면 된다. 김용하 PD 스스로도 실무에서 손을 떼고 위임을 했을 때 결과물이 더 잘 나왔다고 회고했다. 그게 정상이다. PD가 들어가는 실무 회의도 점점 줄이도록 하자. 개발 진도가 나갈 때마다 PD는 조금씩 뒤로 물러서며 게임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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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했더니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더라’는 이론이 있다. 사소한 무질서라도 방치할 경우 그 혼돈이 계속해서 주위로 전염된다는 거다. PD라면 게임 개발에 있어서도 새겨볼 필요가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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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느 프로젝트가 1년을 넘기다 보면 조직으로서 취약점이 조금씩 드러난다. PD가 이를 보고도 방치하다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상당히 잦다. 그게 업무적인 갈등이라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가 비교적 용이하지만, 사람 대 사람의 인간적인 갈등이라면 훨씬 어려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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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갈등은 즉시 발견하기도 어렵고 설령 눈치를 챘더라도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다. 그래서 일단 좀 더 두고 보자고 넘기는 수가 많은데, 계속 방치하다간 점점 고질적인 문제가 되어 조직 전체의 리스크로까지 악화된다. 좋은 동료들이 말없이 하나둘씩 퇴사하기 전에 PD가 나서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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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PD의 경우 둔감한 편이라 ‘내가 개입해야 하나?’ 싶을 즈음엔 이미 갈등이 잔뜩 곯았을 때라고. 대처 방법은 기본적으로 면담인데, 내부에서만 끙끙댈 게 아니라 인사팀과 상의하는 편이 보다 부드럽게 진행된다. 인사팀은 조직 내에서 해결하기 힘든 경우에 대한 옵션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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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가 해보니 좋았던 것, 빠른 비전 확인·지속적인 메시지 전파

 

발표의 마지막은 김용하 PD가 전하는 업무 Tip 두 가지다. 첫째, 게임의 핵심 요소를 보여주는 완결된 스테이지 1을 만들어라. 스테이지 1을 빠르게 개발하고 플레이해보는 것이 이후 프로젝트를 이끄는데 큰 도움이 된다. ‘포커스 온 유’를 예로 들면 음성 인식을 통한 캐릭터와의 소통, 유저에게 접근해오는 캐릭터의 실재감 표헌, 메인 게임 플레이인 사진 촬영 등을 데모에서 모두 체험할 수 있다. 덕분에 개발팀 스스로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확신을 얻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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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카이브’ 역시 프로토타이핑을 통해 뷰를 어떻게 잡을지, 적들 타입을 어떤 식으로 배치할지, 엄폐물을 어디에 둘지 등을 테스트하고 여기에 비주얼적 노림수까지 넣어 2018년 연말 스테이지 1을 완성했다. 짧은 개발 기간에도 비주얼이 그럴싸하게 뽑혔고, 실시간으로 파티 캐릭터들이 은엄폐하고 전진하며 총격전을 펼치는 게임이란 컨셉이 잘 표현된 데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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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빌드를 조립하고 테스트를 하다 보면 ‘이건 되겠는데?’하는 느낌이 찡! 하고 오는 순간이 있다. 내가 예전에 게임을 하며 느낀 흥분이나 신선함을 직접 만든 작품에서 느낀다면 정말이지 신난다. PD는 개발 과정에서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한데, 그 결과로 이런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스스로 더 확신을 가지고 전진하게 된다. 그렇기에 더욱 가능한 빠르게 스테이지 1에 해당하는 노림수가 들어간 결과를 만들어 보라고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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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꾸준한 조직 내 메시지 전파. 이 프로젝트를 왜 시작했고, 우리는 지금 무엇을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지 PD는 알고 있다. 하지만 동료들 모두가 PD와 같은 온도로 프로젝트의 현재와 목표를 인식하고 있진 않다. 팀이 커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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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김용하 PD는 매주 월요일 오전마다 스튜디오 전원을 대상으로 주간 리뷰 PT를 진행 중이다. 주로 지난주에는 뭘 만들었고 이번주 주안점은 무엇이고 하는 내용들이다. 내부 리포트라고 텍스트만 많으면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아트 결과물과 재미있는 짤방 위주로 정보를 배치한다. 텍스트가 꼭 필요한 부분은 중요한 공유 사항 위주로만 요약하여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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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회의 내용, 특히 기획 회의는 전부 원노트에 기록하여 누구나 검색할 수 있다. 개발 히스토리를 찾아볼 때 누가 어떤 과정으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추적할 수 있다면 굉장히 유용하다. 또한 이미 많은 게임사가 도입한 슬랙(Slack)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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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발표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미래에 게임 PD를 지망하거나 이제 막 그런 직무를 시작한 입장일 터이다. 게임 PD가 되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순간을 많이 겪기 마련이다. 게임 개발이 진행되도록 하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시시각각 멘탈이 털리며 시험에 들게 된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넘기고 세상에 게임을 낼 수 있다면, 그 이상의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직무이기도 하다. 그러니 모두 파이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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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기자   grazzy@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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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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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8164)

222.120.***.***

BEST
닐....드럭만...?
21.06.09 16:13
BEST
닐....드럭만...?
21.06.09 16:13
BEST
닐....드럭만...?
21.06.09 16:22
(6670)

221.167.***.***

BEST
닐....드럭만...?
21.06.09 16:13
BEST
드럭닐....만...?
21.06.09 16:17
(1258164)

22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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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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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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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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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럭닐....만...?
21.06.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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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드럭만...?
21.06.09 16:22
좋은 내용이네요. 게임회사를 넘어 조직관리를 하는 어느곳이든 전부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습니다.
21.06.09 16:25
한국 게임업계를 애증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게이머 입장에서 좋은 발표 잘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분은 소위 씹덕 콘텐츠를 잘 다루시고 점점 더 핀포인트(엣지?)를 잘 노리시는 것 같아 앞으로도 기대가됩니다. (물론 pd님 말고 동료분들의 노력도 상당하셨겠죠.) <포커스온유> 잘나온 것에 만족했고, <블루 아카이브>도 비록 <우마무스메>에 밀려 초반의 흥행을 대성공으로 바꾸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고 비쥬얼적으로 만족스러워서 좋네요. (물론 비쥬얼 요소는 아트 디렉터님과 아트팀의 힘이겠지만 그걸 밀고 갈 수 있던 것은 디렉터님의 안목이라 생각합니다.) 이번에 얻은 성과와 경험으로 지금 프로젝트로도 유저에게 더 만족스럽게 해주시고 앞으로도 미소녀 장르 작품에 양질의 작품 많이 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그 경험을 요즘에 조금씩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비디오 게임쪽 프로젝트에 기여해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ㅋㅋ
21.06.09 17:01
한국의 경영진이 얼마나 개발자들을 쪼아대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글이네요. 한국에서 좋은 게임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듯합니다. 경영진의 게임에 대한 이해도 부족+지나친 간섭과 개발자들의 수익 모델 다양화 연구 기회 부족이 한국 게임 생테계에 악순환을 일으키는것 같습니다.
21.06.09 17:07
러키☆스타
블루 아카가 완성되지 못한 채로 시장에 나온 이유를 돌려 말했다고 봄. | 21.06.09 19:38 | | |
디렉터랑 PD랑 다른가요?
21.06.09 17:09
란즈크네츠
강연 보시면 디렉터와 PD의 차이와 한국에선 어떤 식으로 불리우는지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알려줍니다 ㅎ | 21.06.09 17:37 | | |
(5466081)

125.130.***.***

안돼… 그 게이ㅅㄲ만은…!
21.06.09 17:39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1.06.09 17:57
안돼. 큐라레 좋아했었는데 닐 드럭만은 제발 ㅅㅂ
21.06.09 18:18
닐드럭만 보고 일단 댓글보러 왔음 ㅋㅋ
21.06.09 18:53
브루저
어떤 사람이길래 위에 베댓이 저럼? | 21.06.09 19:54 | | |
김태희는비만좋아해
라스트 오버 어스2 조지고 유저 멕이신 분 | 21.06.09 20:13 | | |
(34967)

117.111.***.***

김태희는비만좋아해
스토리에 대해서 유저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완전 무시하고 마이웨이 하다가 게임 말아먹은 사람이죠. | 21.06.10 10:32 | | |
갠적으로 루리웹엔 국산겜 기사 안올라왔으면함 다른게임들은 보여주기로 구매욕을 자극하는데 국산겜소개는 결과물은 과금 성괴 다 똑같은데 말도안되는 철학 늘어놓는 강의만 보고 내가 이걸 왜보고있어야하지? 하는 불쾌감만 듦
21.06.09 20:03
(1290411)

118.235.***.***

루리웹-9773320736
어휴 그럼 불쾌감 안들게 제목보자마자 도망가셨어야죠 | 21.06.09 20:07 | | |
루리웹-9773320736
게임 자체는 해보셨나요? | 21.06.09 20:18 | | |
루리웹-9773320736
게임 출시 전에 이러는게 아니라 게임 출시하고 성공 좀 해서 이런 기사 나온건데 이것도 불편하시면;; | 21.06.09 20:30 | | |
죄수번호-아무번호3
정발안됬으니 못해봤죠 | 21.06.09 20:32 | | |
(4772423)

221.148.***.***

루리웹-9773320736
이것도 우리가 흔히 아는 것과 다른 종류의 개돼지이니 다들 참고하세요 | 21.06.09 20:51 | | |
(34967)

117.111.***.***

루리웹-9773320736
종종 그런 생각 들기는 함... 그래도 게임 사이트이니 다 다뤄야겠죠. | 21.06.10 10:36 | | |
루리웹-9773320736
스팀에서 파는 국산 인디게임, 리듬게임 같은건 해보기나 하셨나? | 21.06.10 14:40 | | |
발표는 좋은거 같은데 특히 선택과 집중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서 좋음 깔꺼면 내용을 까면 이해하는데 별 글과 상관도 없는 그 분한테 어그로가 가네 ㅋㅋ
21.06.09 20:24
저렇게 괜찮은 발표를 하는사람도 십덕겜 양산하면서 사는구나.. 인디씬에서 신박한 게임 만드는 사람들은 얼마나 능력자인건지
21.06.09 21:26
딸기토미
멍청한 댓글이네. 이걸보고도 그런소릴하냐. 경영진한테 돈이 될것 같은 게임을 설득하다보면 나오는게 그런거잖아. 인디는 쉽지 자기가 하고 싶은거 그냥 만들면 되는데. | 21.06.09 21:37 | | |
딸기토미
애초에 저 사람은 태생이 씹덕인데... 어릴때 리겜덕후였고 왠만한 겜덕 아니고선 알기도 힘든 마이너한 게임들 소개해주는 tv프로도 진행했었고 결혼도 코스플레이어랑 했었음(이건 방송으로도 나와서 유명했음) 그냥 순수 100% 씹덕이 씹덕겜 만드는거임. 카사라던지 에픽세븐이 유사씹덕 소리 들을 정도로 국산덕겜이 좋은 소리 못 듣는 곳에서(카사는 나중에 류금태가 미소녀씹덕이랑 다른 영역에 있는 중2병덕후라서 오해라는게 밝혀졌지만) 블루아카가 그나마 제대로 된 씹덕겜 취급받는게 이유가 있는거... | 21.06.09 22:09 | | |
딸기토미
김용하 정도면 진짜 능력 엄청 좋은 씹덕임. 씹덕겜 비스무리한 게임들만 판을 치는 한국 게임계에서 진짜 씹덕겜을 만드는 몇 안 되는 사람임. 개인적으론 그래서 더 안타까움. 저 PT 만 봐도 넥슨 경영진이 자기를 X나 쪼았다는 걸 은근슬쩍 비꼬고 있는데, 블루 아카이브가 제대로 모양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 이유가 어느 정도 설명이 됨. | 21.06.10 21:28 | | |
암튼 힘내십쇼... 좋은게임 만글어야 좋은 대접 받는거죠 ㅎ
21.06.09 22:01
(1790733)

122.133.***.***

아 한국게임업계에서 PD란 프로듀서가 아니라 프로젝트 디렉터였구나.. 자주 느끼지만 유독 한국만 게임개발에서 쓰이는 직책명이 달라서 혼동이 오는 경우가 많네요.
21.06.09 23:52
아무리 잘 진행되고 있어도 경영진 맘에 안들면 나락으로 간다는게 참 슬픈현실이구나
21.06.10 00:54
아사바☆
돈 주시는 물주가 ㄹㅇ 조물주급 파워긴 하죠 | 21.06.10 11:48 | | |
PC통신 시절에 알게 된 사람이라 이런 사람이 나중에 게임 만들게 되면 완전히 달라지겠지... 싶었지만, 결국 경영진들이나 돈줄 쥐고 있는 사람들이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는걸 확인하게 됨. 경영진이나 돈줄 쥔 사람들이 게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나오려면 앞으로도 2~3세대는 더 걸릴 듯
21.06.10 08:12
임페리얼마치
프로젝트에 투자되는 돈은 주머니 쌈짓돈이 아니라 한두명의 취향에 따라 좌우되기 어려울겁니다. 게임제작비처럼 큰 금액이 움직일때는 책임 사슬이 얽히게되서 누가 투자해도 보수적이 될수 밖에 없어요. | 21.06.10 13:35 | | |
(1313360)

182.211.***.***

임페리얼마치
당장 넥슨이나 nc 최고 경영진은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를 직접 코딩하던 사람들인데 그 사람들이 개척한 bm 모델이 지금의 한국시장인데요 뭐 ㅋㅋㅋㅋ | 21.06.10 20:15 | | |
존경하는 PD 두명이 참...
21.06.10 10:08
닐드럭만 ㅋㅋㅋㅋ 싹이 보이네
21.06.10 10:27
(1182912)

222.106.***.***

닐 드럭만 보고 바로 댓글창으로 내림 ㅋㅋㅋㅋㅋㅋ
21.06.10 11:39
(43945)

211.193.***.***

과연 넥슨판은 얼마나 검열 될 것인가..
21.06.10 13:51
사쿠라이 : 저기에 나 끼우지마 ㅅㅂ
21.06.10 15:16
(4859055)

218.153.***.***

닐드럭만과 김동건에서 왜 저사람이 만든 게임마다 뭐 하나씩 크게 빠져있는지 알겠군..
21.06.10 17:23
(360049)

121.169.***.***

누구 존경하고 이런건 차치 하더라도 내용은 좋은듯.
21.06.10 19:01
닐.....드럭만??????
21.06.11 18:31
괜찮은 분입니다. 큐라레와 포커스 온유 사이에 묻혀버린 프로젝트에서 함께했었는데 ㅎㅎ. 그 때 아쉽다고 느꼈던 점들이 왜 그러셨는지 새삼 이해가 오는 이야기네요. 우리 프로젝트가 잘 되었더라면, 어쩌면 한 박자 더 오래 놀 수 있었겠다는 철 지난 아쉬움이 새록새록합니다.
21.06.1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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