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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에이지 개발의 ‘데카론M’ 이 지난주 사전 출시되었습니다. 예전부터 온라인 게임을 즐겼던 30대 이상이라면 다들 아는 이름이고 한 번쯤 플레이해봤을 게임이죠. ‘데카론’ 은 본래 넥슨GT의 IP 이고 게임이었지만, 이 게임은 이제 흘러흘러 썸에이지로 들어와 새로운 개발팀이 M을 붙이고 만들었습니다.
막상 이름에 ‘데카론’ 를 붙이고 있지만, 이 게임과 과거 ‘데카론’ 온라인을 연결시킬만한 부분은 사실상 없다고 봅니다. 과거 데카론의 특징이라면 같은 직업 내에서 무기를 교체해가며 서로 다른 특징의 플레이를 하는 재미였는데 글쎄요, 그런 시스템적인 특징보다는 그저 외형 측면에서 오래된 느낌을 강조한 듯 합니다.
요 몇 년 사이 한국 모바일 MMORPG 에서는 이런 오래된 IP 를 가지고 다시 만들어내는 풍조가 많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그 게임들이 대부분 원작과의 연결고리라고는 스토리 약간, 외형 약간만을 가지고 있는 것도 비슷하죠. 한국 모바일 MMORPG 시장은 전형적인 파이 나눠먹기 싸움입니다. 항상 고정된 수요층이 돌고 돌며, 이전 게임의 수명이 다할 때쯤 새로운 게임이 나오고 그 새로운 게임 중 하나를 골라 다시 정착하는 식이죠.
경로의존성과 닮았다고 할까요? 그만큼 이 고정 수요층은 새로운 방식, 또는 신선한 게임에 다시 적응하고 싶어하지는 않으며, 기존에 자신이 플레이하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임을 원하고, 그런 ‘익숙함’ 에 크게 의존합니다. 이런 수요층의 취향이 IP 재활용을 활발하게 하는 면이 크죠. 그러니까 이 게임에서 ‘데카론’ 이라는 IP는 그러한 딱, 익숙한 느낌으로 호객하는 정도의 역할만을 지닙니다.
클래스는 무기별로 3가지씩 총 12가지가 있는데, 무기 별 차이는 큰 편이지만 세부 클래스는 아직 제가 초기 단계라 그런지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습니다. 조작이 개입할 여지도 많지 않고요. 스킬은 예약식으로 사용하게 되며, 전투 중에 잠깐 잠깐 개입할 때 스킬을 눌러 예약해주는 정도로 쓰입니다. 또한 스킬의 경우 각 스킬을 자동으로 시전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데 쿨타임이 찬 후에 얼마 주기로 사용할지 정할 수 있습니다.
게임의 핵심은 역시 사냥이고, 초반 퀘스트도 동선을 따라가며 다른 몬스터를 잡는 것이 다입니다. 액션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습니다. 솔직하게 말해서 게임의 모션이나 액션성 등은 10년 전에서 그리 크게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평타 모션을 한없이 바라보게 되는 게임이고, 사실 그보다는 그냥 자동 눌러놓고 외면하고 있으면 되는 게임이긴 합니다. 편의성은 요즘 기준에 맞춰져 있어서, 맵마다 여러 지점의 텔레포트가 있고 등등, 갖출 것은 갖추고 있습니다.
이 게임의 핵심 요소 두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변신(트랜스업), 그리고 펫입니다. 변신과 펫은 모두 전설-영웅-희귀 등의 등급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등급간 성능 차이도 상당히 큽니다. 다만 아이템이나 무기, 장비는 뽑기가 아니라 파밍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현질에 의존하는 게임은 아니라고 봅니다. 적당히 괜찮은 변신과 펫을 뽑는데 성공한다면 그 이후에는 얼마나 열심히 아이템 파밍을 하느냐에 달려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파밍을 위한 균열은 ‘데카론m’ 의 메인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 지역에 랜덤하게 균열이 등장하게 됩니다. 오픈 필드에 균열이 발생하고, 균열에서 몬스터가 계속 쏟아지게 되는데 이계 타이틀을 단 몬스터가 보상을 주는 방식입니다. 그러다보면 균열 보스가 등장하고 아이템이 들어있는 상자를 줍니다. 이 균열은 상당히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 경쟁은 많은 이들이 초보자에겐 원거리 캐릭터를 추천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좀 아이러니 하군요.
현재는 필드 외에 다른 서브 콘텐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균열을 최대한 따라다니면서 열심히 사냥하고 파밍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향후 원작 ‘데카론’ 처럼 다양한 던전 등 서브 콘텐츠가 다양하게 추가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뭔가 길게 설명할 부분이 크게 없네요. ‘데카론M’ 은 너무나 익숙한 게임입니다. 이름도 익숙하고 시스템도 익숙합니다. 다만 이름보다는 기존의 한국 모바일 MMORPG 라는 구조를 더 따라간 것 같습니다. 이전에도 한국 모바일 MMORPG를 플레이했고, 비슷한 신작을 찾아다니는 유목민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하고, 이처럼 기존의 모바일 MMORPG 게이머층을 흡수하기 위한 선택을 가득 담은 게임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기존의 ‘데카론’ 과 접점을 찾기 보다는 평소에 익숙한 ‘한국형 모바일 MMORPG’ 에서 새로운 게임을 찾는다면 거기에 부합하는 게임입니다. 현재 구글 인기순위 1위를 기록한 만큼 분명 고정 플레이어층의 기대는 높은 듯 합니다. 이후 iOS 까지 출시된다면 어떤 성적을 거둘지 기대가 되네요.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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