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ARPG ‘써클 Re: 홍월침식’은 수동 조작을 메인으로 직접 조작하는 재미를 강조한 게임이다. 첫 인상은 전체적으로 지난 2017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미호요의 ‘붕괴 3rd’를 떠올리게 한다. 오로지 수동 조작으로 게임을 진행해야 하며, 미소녀 캐릭터를 육성해 전투에 임하게 되고, 한 번에 3명의 캐릭터가 팀을 꾸려 전장에 나선다는 점, 캐릭터 말고도 상중하로 이뤄진 보조 장비를 맞춰 입는, 이른바 ‘성흔’ 시스템이 존재하는 등 콘셉트가 비슷한 구석이 많다.

‘써클 Re: 홍월침식’은 그 붕괴3rd와 닮았다는 이유로 출시 전부터 큰 기대를 불러모았다. ‘붕괴 3rd’는 출시한 지 4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모바일 액션 RPG의 TOP로 불리는 게임이다. 파생 공격, 시공 단열 등 연출을 통해 그 어렵다는 모바일게임 타격감을 구현했으며, QTE(Quick Time Event)를 통해 복잡한 조작 없이 다채로운 액션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해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써클 Re: 홍월침식’이 그 ‘붕괴 3rd’와 닮았다면, 특유의 타격감을 잘 살려냄과 동시에 더욱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시선이 모인 것이다.

써클 Re: 홍월침식

밋밋한 게임성, 보기보다 손맛은 떨어진다

‘써클 Re: 홍월침식’은 겉보기와 달리 실제 해보면 여러모로 밋밋한 게임이었다. 앞서 언급했듯 모바일 액션 게임은 터치 조작이라는 기기 한계상 ‘손맛’이 덜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부족한 손맛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시·청각적인 요소에 기댈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공격을 가하거나, 공격을 당했을 때 적절하게 터져 나오는 효과음과 이펙트, 그리고 전장 분위기를 감싸주는 BGM을 통해 눈과 귀로 타격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써클 Re: 홍월침식’은 효과음, 이펙트, BGM 등 모든 요소가 어딘가 부족하다. 단조롭고, 반복되는 효과음과 이펙트 탓에 내 캐릭터가 적을 때리거나, 반대로 적에게 얻어 맞을 때, ‘충격’과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일반 공격, 스킬 공격, 백어택, 공중 콤보 등 대미지를 주는 방식은 다양한데, 달리 공격한다고 해서 뭔가 효과음과 이펙트가 눈에 띄게 달라지진 않는다. 오죽하면, 내가 제대로 때리고 있는지, 반대로 두들겨 맞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피해량 표시 텍스트일 정도다.

적에게 맞을 때도 느낌 없이 무언가 가볍다 

여기에 액션이 다양하지 못해 금방 질린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써클 Re: 홍월침식’은 ‘붕괴 3rd’처럼 파생 공격이 없어 짧게 누르던, 길게 누르던, 무조건 같은 액션을 취한다. 공격 버튼을 누른 채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가장 가까운 적에게 접근하면서 일반 공격을 무한으로 퍼붓는 유사 자동 전투가 가능하기까지 하다. 조작감도 둔탁해 뭔가 '액션'을 보고 싶어서 세세하게 움직여보려고 하면 생각했던 것만큼 캐릭터가 잘 움직이지 않는 문제도 있다.

적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빈틈을 찾아 공격하는 재미도 덜하다.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데 성공했을 때 ‘시공 단열’이라는 현상이 일어나 짜릿한 보상을 선사하는 ‘붕괴 3rd’와 달리 ‘써클 Re: 홍월침식’은 '무적'이라는 단어와 함께 짧은 피해 무효 정도로 끝나서 적극적으로 컨트롤을 펼칠 의욕이 나지 않는다.

적절하게 회피해도 '무적'이라는 단어 하나만 화면에 떠오를 뿐...

2D를 코스프레한 3D? 애매한 캐릭터성…

다소 손맛이 부족하더라도 등장하는 캐릭터만 매력 있으면 미소녀게임으로서 본분은 다한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캐릭터만 바라보고 게임을 즐기기에도 여러모로 애매한 부분이 많다.

‘써클 Re: 홍월침식’은 개성 넘치는 2D 미소녀 일러스트에 카툰렌더링 방식을 통해 마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Full 3D 그래픽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2D 일러스트와 3D 캐릭터 모델링 간 갭 차이가 너무 심하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2D 일러스트를 보고 3D 캐릭터가 코스프레한 것처럼 생겼다. 2D와 3D는 비슷한 의상을 입고 있을 뿐, 서로 다른 타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다른 느낌을 준다.

생동감이 넘치는 '마라' 2D 일러스트

3D 모델링은 비슷한 옷을 입고 코스프레한 것 같이 생겼다

좌 2D 일러스트, 우 3D 모델링 비교

캐릭터를 수집하고, 성장시키는 과정도 순탄치 않다. 캐릭터는 가챠를 통해 뽑아야 하는데, 최고 등급인 SSR의 등장 확률이 2%, SR이 13%, R이 85%로, 높은 편은 아니다. 만약 원하는 캐릭터를 뽑았다고 해도 키우는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캐릭터를 중복으로 뽑았을 경우 주는 조각을 통해 성급 강화를 진행할 수 있는데, 별 1개에서 2개로 올리는데 필요한 조각의 숫자가 무려 60개다. 참고로 1회 중복 뽑기 시 얻을 수 있는 조각의 수는 10개다.

 
여기에 캐릭터를 모으면 모을 수록 강해지는 인연작, 도감작 시스템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안 쓰는 캐릭터라도 꾸준히 돈을 들여 모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강해지고 싶으면 계속 가챠를 거듭해 다양한 캐릭터를 모으고, 강화해야만 한다. 실시간 PvP ‘황혼 경기장’, 길드전 ‘홍월침식’ 등 경쟁 콘텐츠를 즐기고자 한다면 과금 의존도는 꽤나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교적 낮은 뽑기 확률, 천장 시스템이 있긴하다

별을 올리는 데에는 수 많은 중복 캐릭터가 필요하다

인연작, 도감작이 있어 쓰지 않는 캐릭터더라도 최대한 모으고, 강화해줘야 한다

‘써클 Re: 홍월침식’은 뜯어보면 뜯어볼수록 ‘붕괴 3rd’와 닮은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명의 캐릭터를 선택해 전장으로 출격하며, 상성을 맞춰 공격할 시 더욱 높은 대미지를 뽑아낼 수 있고, 적 캐릭터의 ‘아머’ 게이지를 모두 깎아내고 공격할 경우 적이 일정 시간 기절하며, 경직이 추가돼 넘어지거나 공중에 뜨게 되면서 좀더 수월하게 콤보를 넣을 수 있으며, 주기적으로 보스 레이드가 열리는 등 기본적인 전투 콘텐츠가 비슷하다. 나아가 붕괴3rd는 없는 실시간 PvP를 넣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업그레이드된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붕괴3rd'를 생각하고 플레이하면 안된다. 밋밋한 조작과 타격감, 애매한 캐릭터성, 높은 과금 의존도에 금방 실망하게 될 것이다. ‘붕괴 3rd’와는 어디까지나 겉보기에 닮았을 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투 시스템, 캐릭터성, 과금 의존도 등 다양한 기준으로 검토해 봤을 때 여러 모로 고민이 부족한 게임이다. 새로운 모바일 ARPG를 경험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 플레이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조작감이 뛰어난 모바일게임을 찾고 있다면 추천하기 어렵다.

겉보기와 달리 밋밋한 모바일 ARPG, 써클 Re: 홍월침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