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함에서 오는 공포, '리틀 나이트메어 2' 체험기
다가오는 할로윈을 맞이하여 내년 2월 출시를 앞둔 공포 게임 '리틀 나이트메어 2'를 미리 체험할 기회를 얻었다. 지난 8월 진행됐던 1차 체험이 시스템 소개 위주로 흘러갔다면, 이번 체험은 '리틀 나이트메어 2'가 어떤 방식으로 '공포'를 묘사하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수 있었다. 이번 체험 분량 역시 약 30분 정도로 짧다. 게임 시스템 풀이 위주 감상을 보고 싶다면 1차 체험기인 둘이서 함께 마주하는 공포, '리틀 나이트메어 2' 체험기를 보도록 하자.
게임은 의문의 건물 안에서 주인공 '모노(종이 봉투)'와 '식스(노란 우비)'가 깨어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플레이어는 '모노'를 조종할 수 있으며, 식스는 플레이어를 따라다니면서 돕는 AI 역할을 한다. 주변에는 망가진 마네킹과 휠체어가 놓여 있어 시작부터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계단을 오르면 중앙에 엘리베이터와 전원 스위치가 있고, 비어 있는 구멍 두 개가 보인다. 따로 목적을 설명해 주지 않지만, 딱 봐도 전원을 공급할 배터리? 퓨즈?를 가져오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배터리를 찾기 위해 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부서진 마네킹이 놓여 있고, 어느 구역은 전등이 없어 어두컴컴한 등 당장이라도 무언가 튀어나올 듯한 초조함을 불러일으킨다. 잔뜩 긴장하며 더욱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자 유리창이 부서진 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반적인 점프 높이로는 넘어갈 수 없어 보인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는 중, '식스'가 문 앞에 서더니 발판 역할을 해주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식스의 도움을 받아 높이 점프
'식스'의 도움을 받아 문을 넘었다. 그 다음부터는 혼자서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식스가 함께할 때는 둘이라서 그런지 이유 모를 안정감이 있었는데, 혼자가 되니 두려움이 더욱 커지는 느낌이다. 개발사도 그런 부분을 잘 캐치한 것일까, 갑자기 마네킹 더미에서 손가락 괴물이 튀어나와 쫓아온다. 어떻게 해야할 지 고민해보지만 딱히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보이지 않았고, 결국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한참 도망치다보면 책상 위에 배터리가 놓여 있고, 바닥에는 작은 망치가 떨어져 있는 장소에 도달한다. 제법 노골적인 힌트다. 자연스럽게 "아, 망치로 손가락 괴물을 처치하고 배터리를 가져가야 겠군."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의 간사함인지, 대응 수단이 생기자 그다지 무섭지 않게 됐다. 누군가 유령이 무서운 이유에 대해 "때릴 수 없어서"라고 했는데 틀린 말은 아닌가보다. 망치를 집어들고 이때까지 무작정 쫓겨야 했던 한을 담아 손가락 괴물을 두들겨 패주고 나면 배터리를 가지고 밖으로 나갈 수 있다.
지겹도록 쫓아오는 손가락 괴물
망치와 배터리가 놓여있는 방. 딱봐도 망치로 패라는 의미다.
두번째 배터리를 찾는 여정은 첫번째보다 더욱 무서웠다. 곳곳에 서있는 마네킹이 눈에 들어오는데, 아무리 봐도 살아 움직이며 쫓아올 것처럼 생겼다. 아니나 다를까, 신나게 쫓아온다. 다행이 마네킹 괴물은 손가락 괴물과 달리 명확한 대응 수단이 있다. 이들 마네킹은 어둠 속에서만 움직이기 때문에 손전등을 켜서 비추면 동작을 멈춘다. 손전등으로 '리틀 나이트메어'식 얼음땡(?) 놀이를 하면서 나아가면 두번째 배터리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총 두 개의 배터리를 구해 벽에 끼우고 전원을 작동시키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타고 내려갈 수 있다.
불빛이 없을 때만 덮쳐오는 마네킹
손전등을 켜서 빛을 비추면 동작을 멈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보스전(?)이 기다리고 있다. 손가락 괴물이 한꺼번에 두 마리나 나타나는데, 덮쳐오는 타이밍이 빡빡하기 때문에 상대하는데 꽤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적이 식스가 함께 있을 때도 덮쳐온다는 것과, 식스는 공격하지 않고 모노(플레이어)만 공격한다는 것이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쇠파이프로 두 손가락 괴물을 물리치고 식스와 함께 나무판자를 뜯어내고 탈출하면 게임이 끝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손가락 괴물 두 마리와의 전투
손가락 괴물들을 처치하고 협력해 판자를 뜯어내야 한다.
이번 '리틀 나이트메어 2' 체험판을 플레이하면서 느낀 것은 게임이 보여주는 공포는 단순한 공포가 아니라 '답답함'과 '초조함'이 동반한다는 점이다. 게임을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지 모르는 답답함과 괴물에게 쫓기는 초조함이 더해지면서 게임 특유의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사실 이것들을 제외하고 보면 '리틀 나이트메어 2'는 캐릭터 디자인이 기괴할 뿐 시청각적으로 크게 무섭진 않은 편이다.
아쉬웠던 점은, 생각보다 쫓기는 상황이 빈번해 나중에는 공포보다 짜증이 앞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두번째 배터리를 찾으러 갔을 때 살아 움직이는 마네킹에게 쫓기는 상황이 있다. 처음에는 굉장히 무서웠으나, 이후 '끊임없다'는 표현을 써도 될 정도로 마네킹 추격씬이 자주 등장한다. '리틀 나이트메어 2'는 앞서 말했듯 답답함과 초조함이 더해졌을 때 비로소 공포가 느껴지는 식인데, 너무 자주 쫓기다 보니 나중에는 익숙해져서 초조함, 공포보단 짜증이 앞섰다. 아직 체험판 단계이기 때문에 게임이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으나, 비슷한 추격씬을 줄이고 분위기로 승부하거나, 다양한 기믹을 더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초반부에는 달려오는 마네킹이 굉장히 무서웠지만
가는 곳 마다 계속 나오니까 나중에는 무섭기보다는 짜증이 난다. 회전 회오리~
또 뭐든지 추리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퍼즐 풀이가 핵심인 게임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고민하게 되는 부분도 게임의 매력 중 하나지만, "대체 어쩌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구간이 몇몇 등장하기에 사람에 따라 재미보단 단순한 답답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 '리틀 나이트메어' 시리즈는 캐릭터 대사도 없고, 뭘 해야하는지 안내가 없다시피 한 게임이다. 따라서 특유의 진행 방식에 익숙하지 않으면 게임 플레이가 어려울 수 있다. 전작인 '리틀 나이트메어'를 먼저 플레이해보길 권장하는 바이다.
'리틀 나이트메어 2'는 평소에 공포 게임에 관심 있지만 하드 코어한 게임은 꺼려지는 공포게임 초심자에게 추천할 만하다. 시청각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한 원초적인 공포를 다루기 보다는, 급박한 상황에서 오는 초조함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가볍게 즐길만 하다. 게임은 내년 2월 10일 PS4와 닌텐도 스위치 버전이, 하루 뒤인 11일에 Xbox One과 PC 버전이 출시되며, 한국어를 지원한다.
안민균 기자 ahnm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