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들은 또...! '블레이드 앤 소울 프론티어 월드' 체험
이제는 밈이 되어버린 이 대사는 블레이드 앤 소울이라는 게임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인게임에서는 저 대사가 없었지만, 나름대로 임팩트가 있어 자주 사용됐던 것입니다. 묘하게 입에 붙는 대사였기에, 예상했던 것과 다른 모습에 실망하는 상황에서 등장하곤 했습니다. 블레이드 앤 소울을 모르더라도 해당 밈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나올법 했죠.
해당 대사는 2012년 블레이드 앤 소울이라는 게임의 정식 서비스 시점부터 지금까지. 이슈가 터지는 상황 또는 유머로 사용되었고 2020년이 된 지금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26일 런칭한 '블레이드 앤 소울 프론티어 월드'를 플레이한 사람들은 아마도 저 대사를 똑같이 외쳤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과거 블소를 플레이 했던 사람들의 기대와는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블소 프론티어 월드가 사전에 공개한 변화점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그래픽 리마스터, 두 번째는 변화된 전투 시스템. 세 번째는 신규 직업인 천도사입니다. 그래픽 리마스터와 신규 직업은 라이브 서버에 적용될 예정이거나 동시에 적용되므로, 사실상 변화된 전투 시스템이 프론티어 월드의 정체성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과거 넥슨의 ‘마비노기 영웅전’의 XE서버처럼 다른 전투 방식을 선보이는 것에 목적을 두는 셈입니다.
먼저, 변화한 그래픽은 나아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당시에도 언리얼 엔진3가 구형이었기에 표현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면, 최신 체계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여러 부분들이 달라졌습니다. 주로 광원과 이펙트가 변화했고 덕분에 최근 그래픽 환경에 걸맞은 표현들이 자리하게 됐습니다.
과거 버전에서 느낄 수 있던 독특한 아트웍의 느낌이 변화한 것은 아쉽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래픽 퀄리티는 준수한 편입니다.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지 이제 햇수로 9년이 되었기에 새로운 옷을 입은 것은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더 선명해진 환경을 제공하는 한다는 점은 준수한 편이고 엔진 교체로 이후 유지보수도 한결 나아질 테니까요.
다만, 그래픽 퀄리티와 비교해서 높은 사양과 불안한 최적화는 아쉽습니다. 그래픽의 퀄리티가 좋은 것은 맞지만, 최신 그래픽 카드로도 모든 표현을 담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이엔드 그래픽 카드가 아니라면 이전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현재 꽤 고가의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고 있음에도 간헐적인 프레임 드랍이 일어나고는 합니다. 해상도와 관련하여 미흡한 사항들도 있습니다. 21:9와 같은 와이드 해상도에서는 용맥 연출이 출력될 때, 좌우에 레터박스가 생기기도 하고요. 용맥 연출 이후 카메라가 고정되는 것과 같은 버그들이 있어 아쉽기도 합니다. 안티 앨리언싱을 키면 생각보다 크래시 메시지가 자주 떠서 끄고 플레이 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크래시 메시지. 정말 많이 뜹니다.
그래픽의 변화와 더불어 가장 많이 변경된 것은 게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 부분입니다. 그것도 변화가 꽤 급격하고 극단적으로 큽니다. 프론티어 월드에서는 기존 블소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단순화함과 동시에, 다른 형태로 구성했습니다. 그 결과, 게임 플레이 과정은 원작의 그것과 거리감이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프론티어 월드 전투는 기존의 액션과 조작을 덜어내는 방향성을 택했습니다. 한편으로 이는 곧 기존 플레이어들의 기대감에서 벗어난 것이기도 합니다. 사전에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었기에, 프론티어 월드의 전투 시스템을 초기 블소의 전투 시스템으로 예상한 사람이 대부분이었을 겁니다. 첫 공개 당시 영상도 최대 전성기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다뱀 보급기지를 배경으로 했었고요.
원작의 전투와 프론티어 월드의 전투를 비교해보면 확연한 차이가 납니다. 원작의 전투는 일반 공격으로 채워지는 내력이라는 자원. 그리고 내력을 이용해 펼치는 무공이 유기적으로 순환되는 액션이 핵심이었습니다. 필연적으로 일반 공격을 해야하고 무공 간의 연계기로 조작과 액션을 선보이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전투의 액션 측면에서 호평 받았던 것도 여기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재 라이브 서버의 전투도 이와 같습니다.
하지만 프론티어 월드의 시스템은 다릅니다. 일단 무공의 숫자가 극단적으로 간소화 됐습니다. 레벨 20정도면 배울 수 있는 무공은 끝이나며, 이후에는 경공 정도만을 배우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자원인 내력은 환약을 흡입해야만 차오르고 그마저도 100 한계에 한자릿 수 정도만을 채워줍니다. 스킬의 유기적인 사용보다 일반 공격의 비중이 더 커졌고 결과적으로 코어 게임 플레이 전반이 완전히 달라지게 됐습니다. 물약과 환약을 수천개씩 들고 다니며 이를 자동으로 흡입하는 시스템까지 지원합니다.
달라진 코어 게임 플레이로 인해 성장 구조도 변경되었습니다. 라이브 서버의 강화가 시간을 들이는 형태였다면, 프론티어 월드는 일부 구간부터 단계 하락이 이루어지는 구조입니다. 스킬 액션의 비중이 줄어들고 저항과 횡이동 같은 플레이어의 조작이 전투에 개입할 여지가 줄어든 것과 더불어, 강화의 중요성이 대두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강화 단계 자체가 강함에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성장 과정에서 장비, 보패, 의상의 드랍도 이루어지지 않으니, 던전은 더더욱 의미를 잃었고요.
세계관과 퀘스트도 꽤 많이 변경되면서 치밀하게 짜여져있던 동선과 이야기 구조도 힘을 잃었습니다. 소위 보라색 퀘스트라 불리는 것들은 이야기보다는 경험치에 비중을 둡니다. 몇 마리를 잡는 행위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고 동선마저 메인 퀘스트와 별도인 것들이 많습니다. 별도의 이야기를 제시하며 자연스레 레벨링이 이루어지던 구조보다, 오로지 경험치라는 결과에 무게감이 실렸습니다.
변화한 전투 시스템은 결과적으로 게임 전반에 영향을 미칩니다. 과거 블소의 액션 중심 / 세계관과 이야기 전달 / 치밀한 퀘스트 동선이라는 문법보다는 자사의 모바일 MMO가 보여줬던 문법을 충실히 따릅니다. 강화와 PK의 자유로움 등 핵심적 가치들이 같은 방향과 연장선상에 놓입니다.
블소라는 프랜차이즈의 정체성보다는 모바일에서도 PC 블소 원작을 구동 및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멀티 플랫폼 시대에 맞춰, 현재에 맞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요. 프론티어에 적용된 시스템 전반이 그러하니까요. 엔씨소프트가 예티를 이용한 PC와 모바일 연동의 제반 사항을 마련하고 적용했다는 것은 칭찬할 만합니다. 여러 기기에서 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장점은 확실하거든요. 하지만 장점과는 별개로, 나온 결과물은 조금 의아한 면도 있습니다.
표현하자면, 언리얼4 블소라는 옷을 자사 모바일 MMO가 입은 모습과 같습니다. 겉모습은 분명 익숙한데, 내용물은 과거의 그것과 완전히 다릅니다. 프론티어 월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 전성기 시절의 시스템을 떠올렸던 유저들이 많았던 것과는 정 반대의 모습입니다. 시스템을 위해서 희생된 것들이 많았고 블소라는 게임만의 특징, 정체성은 새로운 시스템이 완전히 새로이 덮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게임 플레이를 게임의 본질로 본다면, 다른 게임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할 정도의 변화입니다.
게임에 가지고 있는 개인적 애정 여부를 차치하고 생각해보면, 프론티어 월드의 시스템은 ‘블레이드 앤 소울2’를 위한 포석처럼 느껴집니다. 정식 넘버링이 모바일로 개발 및 출시할 예정이기에, 사전에 블소라는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하는 유저층에 익숙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처럼 보입니다.
그렇기에 어느 정도 액션과 전투를 덜어내더라도 앞으로 익숙해질 환경을 미리 준비하겠다는 의도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출시작들이 그러했듯이 PC기반은 예티로 모바일에서, 모바일 기반은 퍼플로 PC에서 즐기도록 생태계를 구성할 것은 분명하니까요.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용 가능한 플랫폼을 다양하게 가져가는 것은 분명한 도움이 될 테고요.
따라서 프론티어 월드는 일종의 방향성을 보여준 것이라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바뀐 시스템, 기존에서 덜어낸 콘텐츠, 변화한 룰을 미리 선보임으로써 앞으로 나올 것들을 대비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켜봐야 결론이 나겠습니다만, 기존 유저들의 기대치와는 다를지라도 새로운 유저층을 포섭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어찌 됐든, 이미 프론티어 월드는 이제 막 런칭을 마쳤습니다. 지금 보여준 방향성이 앞으로 변경 또는 수정 될 것인지. 아니면 강화될 것인지는 조금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필권 기자 mustang@ruliweb.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