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깨어났으나 형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해
초등학생 형제가 라면을 끓이려다 불이 나 중상을 입은 사건이 인천에서 발생한 뒤 정부가 취약계층 아동의 방임·학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22일부터 다음달 21일을 ‘사례 관리 가정 집중 모니터링 기간’으로 지정하고 취약계층 사례 관리(드림스타트) 대상인 아동 7만여명에게 돌봄 공백이나 방임 등 학대가 발생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점검한다고 18일 밝혔다.
정부는 가구 방문을 확대해 급식 지원과 긴급지원 등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연계하고 비대면 수업 확대에 따라 긴급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도 조사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화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아동과 가족에게 화재 예방을 위한 재난 안전 교육도 실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인천 미추홀구 4층짜리 빌라 2층에 살던 초등생 형제 A(10)군과 B(8)군은 라면을 끓이려다 일어난 화재로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A군은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B군은 다리 등에 1도 화상을 입었다.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은 형제는 계속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겨진 동생은 이날 깨어났으나 형은 아직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들은 최근 초등학교 수업이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며 집에 머물고 있었다. 엄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남편 없이 형제를 키우는 엄마 C(30)씨는 앞서 형제를 방치하고 때려 학대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한 전력이 드러났다. C씨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상태였다. 사고 전날부터 집을 비운 C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인을 만났다고 진술했다.
현재 정부는 코로나19 유행 후 아동 돌봄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를 중심으로 긴급돌봄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화재사건 같이 돌봄 공백이 발생한 일이 발견되면서 복지부는 사각지대가 없도록 아동 보호를 강화해달라고 일선 지방자치단체와 센터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또 지난 7월 발표한 ‘아동·청소년 학대방지 대책’에 따라 전문가를 중심으로 아동학대 처벌 강화 전담팀을 구성하고 방임 등 아동학대 발생 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원과 협의하기로 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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