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선 10분의 1 수준 감소도
섬진강 범람으로 피해 화개장터
“복구 이르면 한 달… 생계 막막해”
한낮 기온이 30도를 기록한 13일 부산 해운대시장. 예년 같으면 국내외 관광객들로 꽉 들어차야할 먹자골목 식당 안에는 빈 의자와 테이블만 놓여 있었다. 해운대시장은 지난달 24일 집중호우로 식자재들이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가 겨우 복구를 마쳤다.
곰장어집을 운영하는 김모(56·여)씨는 “피서철이면 점심 때도 손님이 많았는데 오늘은 손님 한 팀 없었다”며 “매출이 지난해 절반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식당 주인은 “초반엔 좀 손님이 오는 것 같아 잔뜩 기대했지만 장마가 길어지니 손님이 안 온다“며 “올여름 장사는 사실상 끝난 것 같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해운대해수욕장을 찾는 방문객이 대폭 줄었다. 지난 6월1일 개장한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 11일 기준 518만603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50만명 정도 줄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파라솔 임대 사업을 하는 한 상인은 “긴 장마 때문에 파라솔을 빌리는 방문객이 줄었다. 지난해의 10분의 1도 못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강원 강릉시 경포해수욕장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달 17일 개장한 경포해수욕장을 이달 11일까지 찾은 방문객은 47만여명으로 집계됐다. 해수욕장에 들어서기 전 발열체크 등을 마친 방문객 수이다. 측정방법이 달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지난해 해수욕장 개장기간에는 20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았다. 해수욕장 인근 상인 박모(57·여)씨는 “해수욕장을 개장한 첫 주 2∼3일을 제외하곤 계속 날씨가 안 좋았다”며 “지난해랑 비교하면 절반 수준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전국 주요 관광지에서 ‘피서특수’가 사라졌다. 장기화한 코로나19도 걱정거리지만 올해는 여름 피서 절정기에 장마가 길어지며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은 탓이다.
강릉 해변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김모(65)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지난 주말 연휴에도 방이 차지 않았고, 평일에는 한두 칸만 나가는 형편이다. 김씨는 “지난해 예약률은 80%가량 됐는데 올해는 절반도 안 된다”며 푸념했다.
경남의 대표 관광지인 밀양 얼음골을 찾는 관광객도 부쩍 줄었다. 지난해엔 얼음골과 얼음골케이블카 등을 찾는 관광객이 이용하는 4개 주차장이 모두 찼지만 올해는 빈 자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밀양얼음골케이블카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엔 하루 2000명씩 찾았는데 지금은 주말에 많아도 1200명 수준”이라며 “탑승객이 많을 땐 10분 간격으로도 케이블카를 운영했는데 올해는 탑승객이 적어 정상적으로 운영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과 울주군 진하해수욕장 역시 한산하기만 하다. 지난달 1일 개장한 일산해수욕장은 11일까지 5만8900여명이 찾는 데 그쳤고, 같은 기간 진하해수욕장엔 3만여명이 찾았다. 지난해의 각각 10분의 1,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해는 일산은 53만명, 진하는 18만명이 방문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수욕장을 관리하는 기초자치단체 관계자들은 “코로나19 때문에 방문객이 없었는데 50일이 넘는 장마와 전국적인 수해 때문에 방문객이 급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섬진강 범람으로 큰 피해를 입은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상인들은 수해 복구가 안 돼 장사를 할 수조차 없게 됐다. 피서철 장사를 앞두고 상인들은 수천만원어치의 약재를 사뒀지만, 흙탕물에 잠기고 일부는 유실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김유열(58) 화개장터 상인회장은 “복구 작업 때문에 정상적인 운영은 빨라야 한 달 정도 걸리겠지만 휴가철이 다 끝나 손님이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보람 기자·전국종합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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