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21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과 관련 ‘18개 전체 상임위원장 독식’ 카드를 꺼내들며 미래통합당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원 구성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당이 ‘절대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정치 지형이 만들어진 만큼 상임위원장을 의석 비율대로 나누는 기존 관행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관행을 근거로 근본적으로 잘못된 국회를 다시 만들려는 야당의 주장과 논리, 행태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며 “상임위를 몇 개 먹느냐는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고 통합당을 비판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야당이 법사위를 통해 발목 잡는 것은 행정부 견제와 무관하다며 “법사위가 상원 노릇을 하는 폐단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온 최고위원도 “168석이 있으면 국회 18개 상임위에서 다 과반을 확보하는데, 이를 넘으면 사실상 모든 상임위에서 표결을 통해 안건을 처리할 수 있다”며 “원내대표단은 국민의 뜻을 정확히 헤아려 야당과 협상하고, 야당의 이해가 부족할 때는 전 상임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할 수 있다는 각오로 해달라”고 압박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 여야 의석은 (여당이) 단순 과반이 아니라 절대 과반으로 지금 (민주당은) 절대적, 안정적 다수다. 국회를 책임지고 운영하라는 국민의 뜻”이라며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가지고 야당과 협상할 일이 아니다. 절대 과반 정당인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가지고 책임 있게 운영하라는 게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윤 사무총장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원내대표단에 “국민의 뜻을 저버리지 말고 다수당이 상임위원장 18석을 차지하는 원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국회법상 상임위원장은 ‘임시 의장 선거의 예에 준해 본회의에서 선거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야는 통상 교섭단체 간 합의에 따라 상임위원장직을 배분해왔다. 21대 의석수를 감안하면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회 중 11~12개, 통합당은 6~7개 위원장직을 얻게 된다.
하지만, 법사위와 예결위원장 자리를 놓고, 지지부진한 원 구성 협상으로 제때 개원조차 못할 경우 ‘거대 여당’인 민주당은 여론의 비판을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 이에 민주당은 18개 상임위원장을 본회의 표결로 모두 가져가겠다는 압박을 통해 협상을 민주당에 유리하게 풀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법사위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는 ‘일하는 국회법’을 통해 법사위 권능을 약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민주당이 꺼낸 승자독식형 전 상임위원장 확보는 양당제인 미국 의회에서 시행되고 있다. 상원이든 하원이든 단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한 정당이 상원의장과 하원의장,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한다.
이에 대해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를 없애라고 하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 기본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라며 “헌법상 삼권분립과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원을 구성해야지, 힘으로 밀어붙여서 하려면 하라고 해라. 헌정파괴 일당독재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주 원내대표는 ‘여당이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을 가져가야 원활한 운영이 된다’는 민주당 측 주장에 대해 “그건 자기들이 원활한 거지, 나라가 원활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야 원내대표는 28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에서 원 구성 협상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귀전·김민순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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