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을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인당 50만원씩 주자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주장에서 한발 나아가 지급 규모를 2배로 늘려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이 지사는 8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여야가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 주는 데 뜻을 같이한 데 대해 “먼 길을 한참 헤매다 원래 갈 편하고 쉬운 길로 온 것”이라며 “당연히 차별하면 안 된다. 경제정책이기 때문에 불공정하게 하면 국민들이 화내게 돼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은 소득 하위 구분 없이 전국민에 재난지원금을 주자는 데 이견이 없지만 각각 가구당, 1인당 지급으로 입장이 갈리고 있다. 이에 이 지사는 “혼자 살면 40만원, 부모님 모시고 애들 둘 키우는 부부는 17만원인데 대가족으로 사는 것이 죄지은 거냐. 이것도 문제가 된다”며 “또 돌아가지 말고, 1인당 똑같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가구당’ 지급이 커 보이게 하려는지도 모르겠는데 조삼모사다. 국민들이 화낸다”며 “인당으로 하고, 5명이면 곱하기 5 하고 지역화폐로 주자. 100만원 정도가 적당하고 더 해야 될 상황도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국민에 긴급재난금을 주자’는 여야의 주장을 총선을 앞둔 ‘악성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유승민 통합당 의원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분이라 유승민 의원을 좋아한다. 그런데 가끔씩 구식 축음기 소리가 날 때가 있다. 흘러간 옛 노래”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국민 1인당 1000불, 2000불씩 준다는 트럼프나 미 공화당이 악성 포퓰리즘을 하느냐”고 반문한 뒤 “바보라서 그런 게 아니다. 너무 큰 위기이고 심각해서다. 이 계곡이 너무 깊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 충격을 막기 위한 응급조치를 하는 중인데 ‘왜 수술비가 그렇게 많이 드냐’고 하는 것과 똑같다”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사람이 살고 봐야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국내 경제 상황에 대해 “IMF 상황을 넘어섰다”고 진단하며 “초기에 손을 쓰면 그나마 비용이 적게 드는데 다 망가진 다음에 손을 쓰면 백약이 무효인 상태가 온다”고 빠른 집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을 위한 재정 투입이 코로나19 장기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건정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이 지사는 “경제는 몸의 순환과 똑같은데 다리가 부러졌다. 다리가 막 부러졌는데 돈이 없다는데 돈을 빌려 수술을 해야 정상적으로 살아서 그걸 갚지 않겠느냐”며 “옛날처럼 된장 바르고 그냥 버티다가 죽거나 장애인 될 건가. 돈을 쓰는 것도 때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취약 계층에 재난지원금을 몰아주자는 주장에는 “그게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일단 지금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갈등이 격화된다. 돈 많이 벌고 재산 많은 사람이 세금을 많이 내서 재원을 만드는 건데 그들을 빼면 화가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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