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은 나오고 있는데 사겠다는 문의는 아예 끊겼어요. 그나마 전세나 월세는 전화로 찾아보시는 경우가 있어서 억지로 사무실에 앉아 있는 거예요.”(서울 서초구 A 공인중개사)
지난해 12·16 부동산대책과 올해 2·20 대책 등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서울지역 주택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주택가격 하락폭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풍선효과로 그간 상승세를 유지해온 서울 강북과 수도권 지역까지 하락세가 확산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2일 한국감정원의 ‘3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15% 올라 전달(0.13%)과 비교해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강남구(-0.09→-0.20%), 송파구(-0.06→-0.17%), 서초구(-0.07→-0.13%)는 하락폭이 크게 확대됐다. 한국감정원은 대출 규제와 보유세 부담 등 정부 규제 영향으로 재건축 등 초고가 단지 위주로 하락폭이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전용면적 85㎡)는 지난 7일 18억53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12월11일 19억4000만원에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8700만원 하락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반포자이’(85㎡)는 작년 12월 26억4000만원에 거래됐던 것이 지난달 12일에는 1억4000만원 떨어진 25억원에 팔렸다. 최근에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76㎡)가 17억5000만원짜리 급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직전 실거래가와 비교하면 2억원이나 떨어진 가격이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강남 3구 외에 서울 다른 자치구도 조만간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 지난달 주택가격이 보합세를 유지한 강동구(0.00%)와 양천구(0.01%)가 먼저 뒤를 이을 가능성이 크다. 강동구는 지난해 말부터 올 2월까지 고덕 그라시움, 고덕 롯데캐슬 베네루체, 고덕 아르테온 등 입주 물량이 몰렸던 탓에 부동산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 양천구의 경우는 목동 등에서 교육 수요와 재건축 움직임으로 폭등했던 고가주택의 가격이 조정기를 거치는 단계로 해석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수습되느냐에 따라 집값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장기화할 경우 경기가 더 침체되면서 강남 지역 하락세가 강북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코로나19가 빨리 끝나면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이 다시 집값을 자극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의 집값이 계속 떨어지면 결국 풍선효과도 계속 발생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실수요자는 매수를 서두르지 말고 하반기 상황을 더 지켜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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