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정권 코치. SK와이번스 제공
지난 수 십년간 마치 한몸 같았던 배트를 내려놨다. 이제 그라운드를 뛰는 것보다 바라보는게 익숙해지고 있다. 박정권(39)은 2020년 지도자로서 SK의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프링캠프를 찾았다. 박정권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20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고, 곧바로 2군 타격코치라는 중책을 맡았다.
선수 때와는 또 다른 책임감에 코칭스태프의 시스템과 스케줄도 아직 낯설다. 그렇지만 박 코치는 “힘도 들지만, 재미있고 보람도 느낀다. ‘이제 한 두달 밖에 되지 않은 코치가 뭘 알까’ 싶은데 매 순간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며 “타자들이 타구를 제대로 날리면 기분이 왜 이리 좋은지 모른다. 어쩌면 내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나 싶다”고 만족해했다. 그러면서도 “선수들에게 뭔가 더 잘 보이기 위해 오버페이스하지 않도록 컨트롤 중”이라며 코치로서 긴장감도 유지했다.
염경엽 감독은 지도자로 첫발을 내디딘 박 코치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선수를 육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현역 시절 큰 경기에 강해 ‘가을 사나이’로 불렸던 박 코치에게 이제는 ‘한방’이 아닌 차세대 강타자 육성, 야수 백업 라인 강화 등의 임무가 주어졌다. 박 코치는 “선수들을 내가 어떻게 키운다기 보다 기분이 상하지 않게 자극을 주거나, 스스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돕는게 내 역할”이라고 했다. 남태혁, 김성민, 김민재, 나세원 등을 주목하며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들”이라고 칭찬했다.
흔히 스포츠에서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은 지도자로서 성공할 수 없다’는 속설이 있다. 박 코치는 신생팀 SK를 명가로 만든 간판스타다. SK의 4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모두 기여하며 4개의 우승 반지가 있다. 박 코치는 ‘스타’라는 틀에서 벗어내면서 조금 더 선수들의 눈높이에서 다가서기 위해 노력중이다. 선수로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마지막 두 시즌, 퓨처스리그에 오래 머문 시간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박 코치는 “2군 선수들이 1군에 콜업 됐을 때 상당수는 본인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다시 내려오는데, 늘 뭔가 보여주기 위해 쫓기다 보니 급하다. 자꾸 본인의 모습을 의심한다. 그래서 단순히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야구 루틴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꾸준한 연습과 루틴을 통해 자신만의 성공 공식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 연장선에서 “개인적으로 성공담 보다는 실패담을 들려주는 편”이라고 했다. 1군에서 오래 뛰면서 성과를 낸 자신의 성공기보다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조언이 후배들에게는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SK 박정권 코치. SK와이번스 제공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스킨십을 하는 박 코치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단순히 듣는게 아니라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서로간의 신뢰를 쌓고 싶다”며 “타자 심리학자라고 해야 할까. 기술 뿐만 아니라 선수들의 심리까지도 잘 케어하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밝혔다.
목표는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한다. 그는 “특히 예상치 못한 질문에 막힐 때 ‘아직 공부할 게 많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단순한 모범답안을 내놓는게 아니라 그 답이 선수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코치를 시작하면서 ‘정답을 주지 못하더라도 잘못된 답을 주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그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