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K리그 긴급 이사회에서 김호곤 수원FC 단장(가운데) 등이 K리그 개막 연기와 관련한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프로축구의 운명이 봄날에 달렸다. K리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라 잠정 연기됐다.
국가적 재난에 따라 개막을 미뤘지만 경기 축소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려면 늦어도 4월에는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난 24일 프로축구연맹 긴급 이사회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 참석한 한 구단 관계자는 2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개선될지 불확실해 상황을 지켜보면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일단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다. K리그 22개 구단이 연간 영업일(홈경기·K리그1 19경기 K리그2 18경기)을 보장 받으려면 4월에는 개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프로축구연맹 측도 “정상 운영을 위해선 4경기까지 연기가 가능하다는 예측이 나온 것은 사실이다. 구체적인 날짜를 못 박으면 왜곡 가능성이 있어 조심스럽지만 4월 초 개막해야 가능하다”라며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진정되기를 바라는 마음 아래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K리그가 4월 개막할 경우 정상 운영을 위해선 두 가지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먼저 축구대표팀의 A매치 기간(6월·8월·10월·11월)에 K리그1 경기를 소화하는 방안이다. 과거 프로축구연맹 이사회에선 A매치 기간에 1부리그인 K리그1 경기를 치를 경우 국가대표 차출이 많은 팀이 불리해 금지한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비상 시국에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2부리그인 K리그2는 원래 A매치 기간에 경기를 치르기에 상관이 없다. 또 11월 7일로 폐막하기로 했던 일정을 12월 초로 미룬다면 A매치 기간에 경기를 치르지 않아도 정상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상황에 따라선 두 가지 방법이 혼합 적용될 수도 있다. 이럴 경우에는 4월말까지 개막을 미룰 여지도 있다.
또 다른 프로축구연맹 이사는 “일단 2주는 무조건 연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며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현재 심각 단계에서 주의 수준으로 내리거나 확연히 확진자가 줄어든다면 개막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사실상 마지노선인 4월말까지 개막이 불가능하다면 정규리그 축소가 불가피하다. K리그1은 정규리그(33경기)를 마친 뒤 진행하는 파이널라운드(5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 K리그2도 정규리그 36경기를 27경기로 줄일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에는 무관중 경기로 개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무관중 경기로 개막하는 방안도 나왔다. 무관중 경기도 손에 쥔 하나의 카드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