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규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대한민국농구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경기력향상위원회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의 중심이었던 이문규 여자 농구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놓는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8일 서울 송파구 협회 회의실에서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열어 여자 농구 국가대표 대표팀에 대해 논의한 뒤 “2월말로 계약이 만료되는 이문규 대표팀 감독과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여자 농구 대표팀은 이달 초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농구 최종 예선에 출전해 스페인, 중국, 영국을 상대로 1승 2패를 기록, 3위로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 한국 여자 농구가 올림픽 본선에 나간 것은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올해가 12년 만이다. 그러나 영국과 경기에서 주전 3명이 전·후반 40분을 모두 뛰고, 2명은 35분 이상 출전하는 등 혹사 논란이 불거지며 후폭풍이 거셌다. 바로 다음날 열린 중국전에 60-100으로 참패를 당하면서 이문규 대표팀 감독의 전략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사이에 불화설도 일었다.
남자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감독을 겸임하는 추일승 경기력 향상위원회 위원장은 “알아본 바 불화는 없었고 선수 혹사에 대해서도 단기전의 특성상 어느 지도자라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 위원장은 “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따낸 것은 경사스러운 일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노고를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이문규 감독께서 팬이나 미디어, 연맹 등의 단체와 소통이 미흡했다는 점에서는 위원회에서 문제를 공감했다. 그런 점이 결과를 내고서도 안 좋은 분위기로 가게 된 이유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올림픽에 대한 부분”이라며 “올림픽만을 위한 감독을 선발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WKBL 현직 프로 사령탑들을 포함해서 더 많은 인재 풀을 확보해 감독을 선임하겠다”며 차기 대표팀 감독을 공개 모집 통해 선임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날 경기력 향상위원회의 결정 사항은 23일로 예정된 협회 이사회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확정이 되면 후임 감독 공개모집 절차를 곧바로 시작할 예정이다. 협회 관계자는 “3월 16일까지 예비 엔트리를 내야되기 때문에 그 전까지 새 사령탑을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개 모집에는 이문규 감독도 다시 지원할 수 있다.
감독으로서 이례적으로 이번 회의에 참석했던 이 감독은 자신의 발언을 마친 뒤 회의장을 나와 취재진 앞에서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나 역시 힘들고 더이상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낀 뒤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