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3구 아파트값이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환했다. 12·16대책 이후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대출 규제와 보유세 강화 효과로 보인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일 조사 기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각각 0.01∼0.02% 떨어지면서 하락 전환했다.
강남 3구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5월 말∼6월 초순 이후 7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12·16대책 발표 이후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억원씩 내린 급매물이 나온데 이어 일반 아파트에서도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기간 내 팔려는 일부 급매물이 나오면서 호가가 내려간 곳들이 많다.
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대치동 은마아파트, 서초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반포 리체,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엘스, 리센츠, 파크리오 등 주요 아파트 단지에서 급매물이 나오면서 시세가 내려갔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는 대책 발표 전보다 3억원 이상 빠진 18억8000만원짜리 매물도 나오고 있다.
강동구는 0.03% 올랐으나 지난주(0.04%)보다 오름폭은 줄었다.
나머지 구는 대부분 지난주와 오름폭이 비슷한 수준이거나 다소 둔화한 모습이다.
서울 전체적으로는 지난주 대비 0.03% 올라 5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했다.
경기도의 아파트값은 0.19%로 지난주(0.18%)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2주 전 보합에서 지난주 0.13% 올랐던 과천시는 금주 들어 0.02% 하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수원 팔달구(0.78%)와 용인 수지(0.65%), 용인 기흥(0.50%) 등은 저가 주택 매입 수요가 몰리면서 강세가 지속됐고 하남시와 고양시도 각각 0.17%, 0.07% 오르면서 지난주보다 낙폭이 확대됐다.
한편 서울 강남 부촌 지역과 강북 주거지의 아파트값 격차가 갈수록 확대돼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
부동산114 통계에 따르면 강남 대표 부촌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 지역 아파트의 가구당 평균매매가는 지난해 말 기준 17억2187만원을 기록해 강북 대표 주거지로 꼽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4억3218만~5억10만원)의 최대 4.0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노도강 지역 아파트 4채를 팔아야 강남3구 아파트 1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두 권역에서 가장 비싼 강남구(19억4913만원)와 가장 싼 도봉구(4억3218만원)의 평균매매가 차이는 4.5배에 달했다. 도봉구 아파트 5채를 팔아야 강남구 아파트 1채를 장만할 수 있는 셈이다.
두 권역 간 아파트 가격 차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10년 전인 2009년엔 강남3구 아파트 평균매매가는 10억1397만원으로 노도강 지역(3억3392만~3억5834만원)의 2.8~3.0배 수준이었으나 이후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동안 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과 호재가 강남3구를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수요가 쏠려 이들 지역 집값은 지속적으로 크게 오른 반면, 강북 지역은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돼 정체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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