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사진 제공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그룹 엑소. 사진 제공 SM엔터테인먼트
그룹 세븐틴. 사진 제공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가수 아이유. 사진 아이유 SNS
아이돌과 팬덤. 공생 관계 속 새로운 바람이 분다.
‘조공’ 혹은 ‘서포트’로 불리는 팬덤 문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선물을 통해 마음을 전하는 행위를 말한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다. 때문에 1990년대 아이돌 문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아이돌 그룹을 사랑하는 팬덤의 ‘조공’은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런 조공 문화도 시대에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다. ‘어디까지 받아봤니’ 하고 자랑하듯 팬들이 한 고가 선물이 인기의 척도이던 시대를 지나 가수가 팬들에게 선물을 하는 ‘역조공’, 좋아하는 가수의 이름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기부 조공’ 등 다양한 형태의 조공이 등장하며 아이돌과 팬덤 모두 조공문화를 올바른 길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본래 ‘조공’이란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추어 예물을 바치던 일을 뜻하는 말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단어 뜻 그대로 좋아하는 아이돌에게 팬들이 선물을 ‘바치는’ 것이 당연시 됐다. 일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본인이 갖고 싶은 고액의 물건을 공개하며 노골적으로 선물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공 문화가 연예인을 ‘갑’으로, 팬덤을 ‘을’로 만드는 아이돌 문화의 부작용으로 인식되자 이런 부조리한 관계를 타파하려는 아이돌의 ‘역조공’이 시작됐다. 팬이 없으면 스타도 없는 것이 사실. 자신을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팬들을 위해 간식과 같은 작은 선물부터 패딩 점퍼나 화장품, 반지 등 고가의 선물까지 하며 서로가 서로의 마음에 보답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자리잡게 했다.
팬들 또한 한 발 나가 ‘이름값’을 선물로 내세웠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거나 사회단체에 거액을 기부하는 등의 ‘기부조공’으로 스타의 이름을 알리고 위상을 드높이는 서포트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이에 아이돌 스타와 그 소속사 역시 직접 기부나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또 자체적으로 사회공헌 부서를 운영하면서 올바른 조공 문화로의 동참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아예 팬 조공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가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아이돌로 전 세계적 팬덤을 누리고 있는 방탄소년단과 엑소, NCT 등은 일찌감치 “손 편지 만 받겠다”고 팬덤의 선물 조공을 고사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소속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선물을 받지 않고 있으며, ‘역조공 장인’으로 소문난 가수 아이유도 “내게도 수집하는 재미가 있는데 그 권한을 주기 바란다”며 선물을 거절해왔다.
그룹 뉴이스트와 세븐틴 등이 소속된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역시 지난 10일 공식입장을 통해 “많은 팬 여러분들께서 사랑을 담아 보내주시는 서포트 관련해 당사 소속 아티스트인 그룹 뉴이스트, 그룹 세븐틴 멤버들과 신중한 논의 끝에 2020년도부터 손 편지를 제외한 모든 서포트는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히며 조공 거절에 동참했다.
한 가요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팬들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지만 조공문화가 보여주기식으로 바뀌면서 지나치다 싶을 때도 많았다. 요즘은 공연장 사정으로 화환이나 ‘드리미’(쌀을 기부하는 방식의 쌀 화환)도 안 받는 경우가 있다”며 “좋은 변화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과열된 조공 문화를 조금은 식혀야할 때”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