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소수 야당들과 함께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본회의를 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 속에 512조원에 이르는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일부 비쟁점 법안은 이날 열린 본회의에서 합의 통과됐지만 예산안은 한국당과 합의하지 못하고 강행 처리하면서 향후 정국은 극심한 갈등이 전망된다. 여당이 제1야당과의 합의 없이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 건 극히 이례적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이날 오후 8시38분쯤 ‘4+1’ 협의체(민주당, 바른미래당 당권파, 정의당, 민주평화당, 가칭 대안신당)와 한국당이 자체적으로 만든 예산안 수정안을 본회의에 동시에 상정했다. 문 의장은 4+1협의체의 수정안을 먼저 표결에 부쳤다. 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문 의장이 4+1협의체의 예산안 수정안을 가결했다.
본회의 표결에서 수정안은 재석 162인 중 찬성 156인, 반대 3인, 기권 3인으로 통과됐다. 이 안은 정부가 제출한 513조5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쯤 삭감한 약 512조3000억원이다. 민주당은 이날 한국당과의 합의 실패에 대비해 ‘4+1협의체’가 마련한 예산안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문재인 정권과 정권 2·3·4중대 야합으로 예산 폭거가 자행됐다”며 “밀실·밀봉 예산을 정체불명 야합 세력이 자기들끼리 나눠 먹는 혈세 도둑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야는 전날 3당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철회하고 이날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비쟁점 법안을 일괄 처리한다는 데 합의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전날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합의 전까지 필리버스터 철회를 유보키로 하고 이날 예결위 여야 3당 간사 간 예산안 협상이 불발되자 민주당도 입장을 바꿨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심재철·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의장실에서 문 의장 중재로 만나 예산안과 쟁점 법안 처리를 위한 1차 담판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헤어졌다. 문 의장과 3당 원내대표들은 잠시 후 다시 모여 국회 예산결산특위 각 당 간사까지 참여한 가운데 예산안 2차 담판을 진행했으나 예산 세부 증감액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문 의장 결단으로 예산안이 전격 통과된 것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양정숙 국가인권위원회 위원 선출안,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과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청해부대와 아크부대 등의 파병 연장안, 각종 국제협약 비준 동의안 등 총 16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민식이법’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도로교통법 개정안 2건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스쿨존 내 사망사고 가해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준이법’은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등을 설치하도록 한 주차장법 개정안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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