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와 티센크루프코리아 등 국내 유수 승강기 업체들이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를 불법적으로 협력업체에 떠넘기고 매출액의 최대 40%를 편취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해 1조1400억원으로 추정되는 승강기 유지·관리 시장에서 수익을 극대화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국민 안전과 생명, 협력업체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국정감사 기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부터 지적받은 ‘승강기 유지·관리 업무의 불법 하도급 문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과 함께 실태조사(10월21일∼12월6일)를 벌인 결과 현대와 오티스, 티센크루프, 한국미쓰비시 등 승강기 4대 기업들이 관련 업무를 중소 협력업체에 편법·탈법적으로 하도급해온 사실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승강기 유지관리 부실에 따른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2013년 개정된 ‘승강기안전관리법’은 원칙적으로 하도급을 금지하고 있다. 협력업체와 관련 업무를 분담해야 하는 경우에도 발주자의 서면 동의를 전제로 전체 수주 건수의 50% 이하에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해당 기업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승강기 유지관리 시장 1위 업체인 현대는 전체 관리대수의 60%인 9만250대를 103개 협력업체에 맡겼고, 3위 업체인 독일계 티센크루프는 68%인 5만8232대의 유지관리를 74개 협력업체에 떠넘겼다. 2위 업체인 미국계 오티스의 하도급률은 38%였고, 일본계 미쓰비시는 20%였다. 이들은 명목상 공동사업자인 협력업체들에 ‘업무지시’와 ‘실적관리’ 등 사실상 원청업체의 지위와 역할을 수행했다고 행안부는 밝혔다.
또 이들 대기업은 수수료, 기술료 등의 명목으로 수주금액의 25∼40%를 공제한 뒤 나머지 금액만을 지불했다.
행안부는 4개 기업을 하도급 제한 규정 위반 혐의로 형사고발할 예정이다. 혐의가 확인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행안부는 또 사업자 등록 취소나 6개월 이하 사업정지, 1억원 이하의 과징금 등 행정처분도 내릴 계획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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