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 유용하고 빼돌린 사기 혐의 받아
최근 파산한 암호화폐 거래소 FTX 설립자 샘 뱅크먼프리드가 현재 머물고 있는 바하마에서 전격 체포됐다. 바하마는 미국 동부에서 가까운 북대서양에 자리한 섬나라로 영연방 회원국이다. 뱅크먼프리드는 조만간 미국으로 송환돼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바하마 검찰총장실은 12일(현지시간) 자국 경찰이 뱅크먼프리드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뱅크먼프리드가 받고 있는 범죄 혐의에 관해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았다”고 체포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고객 자금을 고의적으로 유용하고 빼돌린 혐의(사기)를 받고 있다.
FTX는 파산하기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암호화폐 거래소였다. 하루에 거의 100억달러(약 13조원)의 암호화폐가 FTX를 통해 거래됐다. 그런데 FTX가 지난달 미국에서 파산을 신청하는 바람에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이 맡긴 자금을 인출할 수 없게 됐다. 검찰은 그가 애초에 고객의 자금을 빼돌릴 나쁜 마음을 먹고 사기를 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2019년 FTX를 창업해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성장시켰다. 그는 “최다수의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사업에서 버는 모든 돈은 인류의 미래를 위한 운동에 기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런 뱅크먼프리드를 두고 국제사회는 “2010년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시작하여 영미 자본주의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효율적 이타주의’(Effective Altruism)를 실천하는 아이콘”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벤처캐피털 업계의 큰손 세쿼이아나 소프트뱅크, 싱가포르의 국부펀드 테마섹은 뱅크먼프리드의 목표에 공감해 그의 사업에 거액을 투자했다. 테니스 선수 나오미 오사카, 야구 선수 데이비드 오르티스, 농구 선수 샤킬 오닐 등 세계적 스포츠 스타들도 뱅크먼프리드와 가깝게 지내며 팬들한테 그의 사업에 투자할 것을 독려했다.
FTX 파산 후 뱅크먼프리드에겐 “암호화폐 거래와 투자가 남을 돕는 선행의 수단이라고 포장했던 몹쓸 사기꾼”이란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앤드류 로스 소킨과의 인터뷰에서 “고객 자금을 고의적으로 유용하고 빼돌리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자신이 개인적 이익을 챙긴 것도 전혀 없다면서 “현재 내가 가진 것이라곤 계좌에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가 들어 있는 신용카드 한 장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자진해서 바하마를 떠나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끝내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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