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와의 경기 도중 상대선수에게 발을 밟혀 축구화가 벗겨지며 양말이 찢긴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30·토트넘)이 경기가 끝나고 몸상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괜찮았습니다”라고 연신 말했다.
24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우루과이와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한 손흥민은 경기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손흥민은 후반 11분쯤 우루과이 수비스 마르틴 카세레스(35·LA 갤럭시)로부터 오른발 뒤꿈치를 강하게 밟히면서 축구화가 벗겨지고 양말이 찢어졌다. 대한민국 에이스의 축구화가 벗겨지며 넘어진 것에 대해 방송 3사 축구해설위원들을 포함한 한국 국민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하지만 이내 손흥민은 괜찮다는 사인과 함께 경기장으로 복귀했다. 이후 찢어진 양말을 신은 채 계속 그라운드를 누비던 손흥민은 공이 아웃되며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을 때 양말을 갈아신으며 재정비했다.
손흥민은 마스크를 쓰고 경기를 뛴 것에 대해선 “나만 마스크를 쓰는 게 아니다. 다른 선수들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나만 특별한 상황인 것은 아니다”라며 “불편해도 나라를 위해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목표와 선수들의 도움 덕분에 경기를 잘 치를 수 있었다. 그런 마음가짐이 통증도 완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지난 2일 소속팀과의 경기에서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는데 불과 22일만에 경기에 나선 것이다.
손흥민은 상대선수와 몸싸움 도중 부상부위에 맞을까 두렵지 않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맞으면 맞는 거다. 축구를 하다 보면 맞기도 하고 때리기도 한다. 전혀 그런 건 없었다. 내가 경합을 안 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두려움은 없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손흥민은 0대0 무승부 결과에 대해 “선수들이 상당히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두 팀 모두 좋은 경기를 했고, 공정한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우루과이가 승점 3을 가져갔어도, 우리가 3점을 가져갔어도 되는 경기였다”면서 “선수들이 그 상황에도 아쉬워하는 부분이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이 자리를 통해 선수들에게 너무 잘해줘 고맙다고 하고 싶다. 나를 위해 더 열심히 뛰어줘 고맙다”고 전했다.
나아가 “경기 전 선수들에게 부탁한 게 있다. ‘월드컵이란 무대는 저쪽 선수들도 처음 나오는 선수들도 있기 때문에 긴장하는 건 마찬가지다. 너희는 정말 잘하는 선수들이다. 너희 능력을 믿어도 된다. 가서 쫄지 말고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그런 것을 후회 없이 다 보여준 것 같아 주장으로 참 뿌듯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보다 분명 강한 팀들을 상대로 기회를 만든 건 긍정적이지만, 기회가 왔을 때 더 냉정하게 마무리하는 게 앞으로 다가올 경기들에서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짚었다. 후반 막판 득점 찬스를 아쉽게 놓친 것에 대해서는 “저도 아쉽다. 찬스에서 넣어줘야 하는 게 팀에서 역할인데 못해줘 아쉽다. 제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서 찼는데 벗어나서 너무 아쉬웠던 것 같다”고 했다.
손흥민은 “출발이 좋다고 월드컵을 잘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방심을 경계했다.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님도 항상 선수들에게 ‘첫 경기가 월드컵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하셨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부담감을 털어 좋은 경기를 한 것 같다”며 “이 월드컵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잘 치르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고 다짐했다.
대한민국은 오는 2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치를 예정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