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투는 에볼라 바이러스 퇴치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 아프리카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 왔다. 내년 1월부턴 하버드 경영대학원 최고위 과정에 입학해 경영 수업도 받는다.에투 트위터 제공
지난 9월 현역에서 은퇴한 사무엘 에투는 ‘아프리카 흑표범’으로 불렸다. 상대 수비진을 돌파하는 탄력과 스피드가 날랜 표범을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에투가 발만 빨랐던 건 아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 스네이더처럼 창의성이 번득이던 미드필더들과 찰떡 궁합을 이룰 정도로 경기 흐름을 읽는 눈과 지능도 빨랐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도 해내지 못했던 2년 연속 트레블(2009년 바르셀로나, 2010년 인터 밀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의 육체적 능력과 지적 능력이 모두 걸출했기에 가능했다. 리그와 컵대회,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하는 트레블을 2년 연속 달성한 것은 지금까지 딱 한 명, 에투뿐이다.
그의 창의성과 지성은 축구에만 한정되지 않을 것 같다. 에투는 내년 1월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정규 MBA(경영학 석사) 과정은 아니고, 1년짜리 최고 경영자 과정이다.
그가 볼이 아닌 책과의 싸움에 나선 데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외신에 따르면 에투는 “내가 받은 사랑을 아프리카에 돌려주고, 아프리카가 변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에투는 선수 시절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남다른 걸로 유명했다. 인종차별과 아동 인신매매와의 싸움에서 늘 목소리를 높였고, 젊은 아프리카 사람들의 미래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 왔다. 2005년에는 에투 재단을 만들어 불우한 카메룬 청소년들이 축구에 대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얼마 전엔 아프리카 청년사업가들과 함께 ‘베투’라는 베팅업체를 카메룬에 론칭했다. 에투는 “그들의 아프리카에 대한 믿음에 마음이 움직였다”면서 “우리가 힘을 합치면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을 향상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뜻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해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면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똑바로 확실히 하려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 더구나 에투는 2012년 텔레콤 업체인 셋모빌을 만들었다가 얼마 안 가 파산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하버드행을 택한 것이다. 에투는 “하버드에서의 공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나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서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에투가 하버드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