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시절 켈리. 이석우 기자
ML 유망주들의 KBO리그 도전은 단지 그동안의 ‘불운’을 만회하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KBO리그에서 ‘경험’을 쌓는 것은 물론 야구를 더 배워가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ML 유망주의 KBO리그 도전 패턴은 유망주→부상→기회→부상의 악순환을 따른다. SK에서 뛰는 닉 킹엄은 피츠버그 유망주였고,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올시즌 기회가 주어졌고, 선발과 불펜을 오가다 토론토로 트레이드 됐다. 마운드가 부족한 토론토에서 기회를 잡았지만 이번에는 옆구리 근육을 다치는 바람에 구단의 ‘계산’에서 밀렸다.
NC에서 뛰는 애런 알테어 역시 필라델피아에서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부상이 계속해서 발목을 잡았다. 이번 시즌 샌프란시스코와 뉴욕 메츠에서 뛰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잠재력’을 기대했다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주저없이 버린다.
KBO리그는 유망주들에게 ‘불운’을 털어낼 수 있는 무대다. 아울러 야구를 ‘배우는’ 무대이기도 하다. 애리조나에서 뛰는 메릴 켈리는 KBO리그에서 뛰며 커브와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높였다. ML 복귀를 노리는 조쉬 린드블럼은 KBO리그에서 포크볼을 더했다.
한가하고 지루한 트리플A 경기와 달리 긴장감 넘치는 KBO리그 경기 환경은 야구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기에 좋은 무대다. 켈리는 디 어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수만명이 들어찬 구장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른 경험은 내 야구를 크게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어슬레틱에 따르면 린드블럼은 올시즌 KBO리그에서 속구 회전수를 늘리고, 투심 패스트볼 비중을 낮추는, 메이저리그 최신 트렌드를 실험했다. 리그 MVP에 선정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고, 이 성공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끄는 중이다.
KBO리그 구단들의 적극적인 분석도 외인 유망주 성장에 보탬이 된다. 투구 습관을 잡아내 수정하는 것은 KBO리그의 오랜 장점이었다. 여기에 최근 강화된 데이터 분석 작업, 코치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더해져 더 큰 성장의 가능성을 높인다. NC 관계자는 “알테어의 최근 부진 이유에 대해 데이터를 활용한 여러가지 분석을 했다”면서 “이를 바탕으로 성공적인 시즌을 치를 수 있도록 구단이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