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무리뉴가 20일(현지시간) 오후 열린 첫 훈련에서 델레 알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알리는 무리뉴와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다.토트넘 트위터 제공
토트넘을 정상 궤도로 이끌려면 ‘스페셜 원’의 마법이 필요하다. 그 마법을 완성하는 것은 선수들이다.
조제 무리뉴 토트넘 신임 감독은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으로 활약할 때 “토트넘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는 기존 선수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토트넘 스쿼드를 높게 평가한 바 있다. 문제는 상당수 토트넘 선수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잠들어 있다는 점이다. 이 선수들을 깨워야 무리뉴도 살고, 토트넘도 살 수 있다. 무리뉴가 부활시켜야 하는 선수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선수는 델레 알리다. 알리는 지난해 3월 CIES 풋볼 옵저버토리가 몸값을 1억7100만 유로(약 2232억원)로 평가할 만큼 유럽에서도 가장 전도유망한 선수였다. 2015~16 시즌 리그 10골9도움, 16~17 시즌 18골7도움, 17~18 시즌 9골10도움을 올렸던 알리는 18~19시즌 5골3도움에 그치며 갑자기 후퇴했다. 잦은 부상이 이어지며 폼을 잃어버린 게 컸다. 올 시즌도 햄스트링 부상 여파로 5경기에서 2골을 넣는 데 그치고 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서도 탈락했다. 무리뉴와의 만남은 알리에게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다. 무리뉴에게도 알리의 부활은 중요하다. 에릭센이 떠날 경우 ‘10번’ 역할을 하며 창의성을 책임질 수 있는 선수가 알리이기 때문이다. 알리는 전방압박, 오프더볼 움직임도 좋은데다 무리뉴가 강조하는 투쟁심도 갖추고 있어 무리뉴와 궁합은 좋은 편이다. 미국 스포츠매체 SB네이션은 “무리뉴와 알리는 서로를 위해 만들어졌다”면서 둘의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리뉴는 20일(현지시간) 오후 진행된 첫 훈련에서 알리와 대화를 나누고 포옹을 하면서 친근감을 나타냈다.
센터백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와 수비형 미드필더 에릭 다이어도 무리뉴 부임을 반길 선수들이다. 둘 모두 무리뉴가 맨유에 있을 때 영입 리스트에 올랐던 인연이 있다.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되는 알데르베이럴트는 자유계약선수로 토트넘을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줬던 무리뉴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변수가 생겼다. 무리뉴는 수비 조직력을 만드는 데는 세계 최고수로 꼽힌다. 영감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뮤즈’를 만난 알데르베이럴트가 계약을 연장해 토트넘에 잔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이어는 센터백 출신으로 신체조건이 뛰어나고 포백 앞에서 수비를 잘 보호한다. 무리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토트넘 감독으로 부임하며 11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한 무리뉴 감독. 잠들어 있거나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하고 있는 선수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어 전력을 극대화시키느냐가 그의 과제다.토트넘 트위터 제공
오른쪽 측면 공격수 자리에선 에릭 라멜라가 무리뉴의 취향에 맞다. 라멜라는 박지성처럼 투지 있고, 많이 뛰며, 수비 가담도 잘해준다. 기술과 센스도 갖추고 있어 꾸준함만 유지한다면 ‘무리뉴의 남자’가 될 수 있다. 루카스 모우라는 기술과 스피드는 좋지만 ‘토트넘의 윌리안’이 되려면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무리뉴에게는 다양한 색깔의 구슬들이 있다. 이들을 하나로 꿰는 게 무리뉴의 역할이다. 무리뉴는 23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토트넘 데뷔전을 치른다. 무리뉴의 마법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점쳐볼 수 있는 첫 시험대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 걸려 있는 ‘To Dare is To Do(용감하다면 행동으로 증명하라)’란 글귀가 무리뉴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