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이 20일 전격 경질된 가운데 무리뉴 전 맨유 감독이 후임 감독에 선임됐다. footyaffairs 인스타그램 캡처
게리 리네커는 토트넘이 20일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을 전격 경질한 것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그는 트위터에서 이렇게 비꼬았다. “토트넘이 더 좋은 대안을 찾는 데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그런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리네커의 말은 옳다. 포체티노만 한 감독을 찾기는 정말 힘들다. 구단이 선수 영입에 거의 돈을 쓰지 않았는데도 4회 연속 프리미어리그 톱4에 올랐고,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준우승까지 일궈냈다. 선수, 팬들과 관계도 좋고, 구단과도 잘 지낸다. 포체티노만 한 ‘엄친아’ 감독을 또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그러나 축구는 낭만이 아닌 현실이다. 토트넘은 현재 프리미어리그에서 3승5무4패 승점 14로 20개 팀 중 14위로 처져 있다. 챔피언스리그 마지노선인 4위 맨체스터 시티와는 11점차인 데 비해 강등권인 18위 왓포드와는 6점차로 강등권에 더 가깝다. 리그 원정 징크스도 심각하다. 토트넘은 1월 이후 원정 승리가 없다. 제아무리 포체티노라고 해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은 피해갈 수 없다. 무엇보다 리네커는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을 너무 순진하게 봤다. 레비는 아무 대안 없이 포체티노를 자를 사람이 아니다. 레비의 ‘히든 카드’는 포체티노 경질과 함께 바로 수면 위로 드러났다. 바로 ‘스페셜 원’ 조제 무리뉴였다.
토트넘은 이날 무리뉴의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2~23 시즌까지다. 레비는 “무리뉴는 그가 지도한 모든 클럽에서 우승을 일궈냈다”면서 “우리는 그가 토트넘에 에너지와 믿음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경질됐던 무리뉴는 이로써 11개월 만에 다시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했다.
레비가 무리뉴를 선택한 것은 필연에 가깝다. 포체티노는 다 좋았지만 딱 하나 트로피는 가져다 주지 못했다. 몇 차례 기회에도 늘 마지막 선을 넘지 못했다. 포체티노와 대비되는 인물이 바로 무리뉴다. 무리뉴는 욕을 먹지만 어떻게든 트로피를 들어올린다. 무리뉴는 우승컵을 수집하는 마법의 공식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25개의 트로피를 차지했다. 물론 그 공식이 아직도 유효한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제기되고 있지만 무리뉴만 한 트로피 전문가는 찾기 힘든 것 또한 사실이다. 10억 파운드(약 1조5109억원)를 들여 새로 스타디움을 완공한 토트넘이 명실상부한 빅클럽으로 도약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다면, 토트넘에 지금 필요한 건 트로피다. 트로피가 모든 걸 말해주지는 않지만 그 상징성은 무시할 수 없다.
무리뉴와 레비가 궁합이 잘 맞을지에 대해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무리뉴는 선수 영입에 돈을 쓰는 걸 아끼지 않지만 레비는 지독할 정도로 돈 쓰는 걸 싫어한다. 그러나 무리뉴가 토트넘의 제안을 수락한 것은 토트넘의 현실을 인정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나 첼시, 맨유에서처럼 선수 영입에 큰 돈을 투자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무리뉴가 챔피언스리그를 제패한 것은 레알 마드리드나 첼시, 맨유가 아니라 포르투와 인터 밀란 같은 중소 구단에서였다.
‘스페셜 원’으로서의 지위가 많이 쇠락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리뉴는 무리뉴. 프리미어리그도 무리뉴가 있어야 비로서 완전체가 된다. 무리뉴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