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야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6일 제2회 프리미어 12 예선리그 호주전에 앞서 코치진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고척 | 이석우 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 10년 동안 주요 국제대회에서 5차례 우승했다. ‘우승 감독’이 모두 다르다. 금메달을 딴 2008년 베이징올림픽은 김경문 감독,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은 조범현 감독,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은 류중일 감독,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선동열 감독이 지휘했고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2015년 제1회 프리미어12에서는 김인식 감독이 사령탑이었다. 자연스럽게 아시안게임과 WBC 등 국제대회를 치를 때마다 코치진도 교체됐다.
그러나 2017년 제3회 WBC 예선 탈락의 충격 속에 한국 야구의 위기의식이 팽배하면서 전임 감독제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선동열 감독이 선임됐다. 이후 첫 대회인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준우승 한 대표팀은 1년 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 한국 야구 대표팀이 2개 대회 연속 동일한 코칭스태프로 유지된 사실상 유일한 기간이었다.
전임감독제의 목적은 사령탑이 오롯이 대표팀에만 집중해 최적의 선수단을 꾸리고 운영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목표는 12년 만에 야구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하는 2020년 도쿄올림픽 우승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감독이 또 바뀌었고 ‘김경문호’는 출범후 치른 첫 대회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다만 내년 7월 올림픽에서 마주해야 할 과제들을 확인한 이상 남은 여덟 달이 결코 길지는 않다.
이번 대회를 치르며 확인한 장·단점들을 김경문 감독과 함께 공유하고 연구해나갈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의 안정성이 중요하다.
대표팀은 대회를 마치고 지난 18일 귀국하면서 해체됐다. 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단은 내년에 새로 구성된다. 코칭스태프 역시 일단 해산됐다. 공식적으로 남아있는 인원은 ‘전임감독’인 김경문 감독이 유일하다. KBO는 “감독 의향에 따라 특별한 일이 없다면 이대로 갈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바뀔 수도 있다. 공식적으로는 이번 코치진은 이 대회로 해산된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코치의 신분이 ‘전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즌 내내 대표팀 엔트리를 몇 번씩 신중하게 수정하고 점검해 출전했지만 국제대회에서는 선수의 상태와 성향을 충분히 파악해야 상대별로 맞춤형 선수를 투입할 수 있다. 대표팀 코치들은 리그의 선수들을 꾸준히 관찰해 깊이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전임감독제라고 해도 이 작업을 감독이 혼자 할 수는 없다. 현재 대표팀 코치들은 모두 프로구단 코치 혹은 방송 해설위원으로 각자의 소속이 있다. 그나마 현장에서 선수들을 접하고 파악하기 쉬운 직군에 있는 인물들이지만 KBO로부터 급여는 받지 않는 명예직이다.
국제대회에서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는 전력분석팀도 마찬가지다. 이전과는 많이 달라진 대만과 일본을 확인하며 해외 팀에 대한 꾸준한 전력분석의 필요성도 확인했다.
대표팀은 일찍이 선임된 김평호 전력분석코치를 중심으로 이번 대회를 준비왔고 지난 2월 김경문 감독이 직접 일본 스프링캠프를 방문해 시찰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대만·일본 등 각국 선수단을 직접 관찰하기 위해 전력분석요원과 협력 코치들이 파견된 것은 대표팀이 소집된 10월 이후다. 이들 역시 한시적·비급여로 대표팀 업무를 도운 ‘임시 명예직’이다.
야구는 국제대회가 많지 않고 국내 리그가 워낙 길어 대표팀에만 전념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개최국인 일본 대표팀 역시 우승을 목표로 2017년 7월 새로운 ‘사무라이 재팬’이 출범했다. 전임 고쿠보 감독 체제에서 코치였던 이나바 감독은 전임 사령탑을 맡은 이후 제1회 APBC부터 팀을 지휘하며 올해는 한국과 대만리그를 방문하고 유럽, 아프리카 예선대회까지 시찰하는 등 오로지 올림픽만 바라보며 매진하고 있다.
한국 야구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재정비의 필요성을 확인한 이상 최소한 남은 8개월 동안 체계적인 대표팀 시스템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전임감독’ 체제를 위해서는 사령탑이 호흡 맞는 코치와 팀을 꾸려 목적지까지 달리고 함께 책임질 수 있는 ‘전임 대표팀’의 모습을 갖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