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대표팀이 지난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멕시코전 승리로 2020 도쿄올림픽 진출권을 확보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WBSC 제공
마지막 올림픽 야구대표팀을 이끌었던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2008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 막내였던 김광현(SK), 김현수(LG) 등과 함께 올림픽 2연패 위업으로 나아가는 첫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했다. 김 감독은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회를 통해 2020 도쿄 올림픽 진출권 확보와 대표팀 세대교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 달성했다.
대표팀은 지난 15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대회 슈퍼라운드 3차전에서 멕시코를 제압하고 일찌감치 도쿄 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은 올림픽 본선에 출전하는 6개국 중 개최국 일본, 유럽·아프리카 예선을 통과한 이스라엘에 이어 세 번째로 도쿄행을 확정했다.
김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걸린 책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올림픽 티켓을 따면서 그 마음이 조금 홀가분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에서 자취를 감춘 야구가 도쿄 올림픽을 맞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김 감독은 마지막과 새로운 시작을 직접 지휘하게 됐다.
이번 대표팀은 한국 야구의 앞날은 물론이고 김 감독 개인에게도 의미가 깊다.
2008년 스무살의 나이로 올림픽에 나갔던 김광현과 김현수는 대표팀 고참으로 성장해 스무살 후배들을 이끌며 세대교체 임무를 완수했다. 당시 두산 감독을 역임했던 김 감독은 신고선수(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를 리그 간판 좌타자로 키워냈고, 군에서 전역한 양의지(NC)를 두산 주전 포수로 기용하며 오늘날 최고의 포수로 성장할 밑거름을 제공했다. 외야수 민병헌(롯데)도 김 감독과 함께 2000년대 후반 두산의 전성기를 열었던 제자다.
김 감독의 흰머리가 늘어난 세월만큼, 패기 넘치던 어린 제자들은 어느덧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상징하는 베테랑이 됐다. 김 감독은 “그 선수들을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 모두 기특하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대표팀 원투펀치를 이루고 있는 좌완 김광현은 “대표팀에 처음 왔을 때 모든 것이 신기했다. 지금 스무살인 이승호(키움)도 스무살 때 나와 비슷할 것이다. 외국에 나와서 야구 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나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시 올림픽에 나가게 됐다는 게 뜻깊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부심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포수 양의지는 “감독님이 나를 대표팀에 뽑아주셨고, (잘해달라는) 부탁도 많이 하셨다”며 “부담감이 많으셨을 텐데, 감독님의 목표를 이뤄드려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팀에서 다시 감독님을 만나 좋은 결과를 낸 것에 대해 나와 병헌이, 현수 모두 기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미어12 종료와 함께 김 감독과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내년 KBO 리그와 도쿄 올림픽을 준비한다. 올해의 야구는 끝나지만 올림픽 2연패를 위한 본격적인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