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DB | KBL 제공
원주 DB는 ‘DB 산성’으로 애칭으로 유명하다. 프로농구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김종규(28·2m06)를 중심으로 윤호영(35·1m96)과 치나누 오누아쿠(23·2m08)가 버티는 골밑 전력은 경쟁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실제 DB는 이번 시즌 프로농구 팀 리바운드 부문에서 39.8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우승 후보로 손꼽히던 DB는 부상에 제동이 걸렸다. 윤호영이 지난 2일 오른발등 미세 골절로 4주간 전열을 이탈하더니 김종규까지 잔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DB는 지난 12일 KCC전 승리로 3연패 탈출에는 성공했지만 선두 싸움에선 한 발짝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이상범 DB 감독이 산성 붕괴에 대한 해법으로 내놓은 것은 역발상이다. 장기인 높이가 아닌 빠른 발로 승부수를 띄우는 ‘3가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센터 혹은 포워드 대신 가드를 한 명 더 늘리는 이 전술은 공격은 외곽슛의 힘으로 풀어가고, 수비는 지역방어로 앞선에 힘을 실는 형태다. 이 감독은 “현대모비스전과 KCC전에서 (김)종규가 빠졌을 때 써봤는데 효과적”이라고 자평했다.
이 감독이 3가드를 승부수로 선택한 것은 핵시 전력인 김태술과 김민구가 상승세를 타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최근 몇년간 지독한 슬럼프에 시달렸던 김태술은 이번 시즌 DB에 입단해 평균 20분을 뛰면서 경기당 평균 5.8점과 3.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체력을 감안해 후반전에 주로 기용되던 그는 요즈음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영향력도 높아졌다. KCC에서 사인 앤 트레이드로 DB에 입단한 김민구도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10.6점과 2.8어시스트로 데뷔 이래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 이 감독은 “(김)민구는 결정적인 순간에 터뜨려주고 있고, (김)태술이와 (허)웅이는 끌고 가는 힘이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도 3가드가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힘이 붙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는다. 부상에서 이제 막 기량을 회복하기 시작한 허웅과 김현호가 돌아온다면 로테이션을 통한 체력 안배도 가능하다. 김태술은 “우리의 3가드는 외곽슛을 던지는 선수가 2명”이라며 “뒷선의 두 선수의 수비도 좋기에 큰 부담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윤)호영형도 돌아올 테니 우리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